하느님의 성전

2005. 11. 18. 오후 12:41:07

글자
연중 제33주간 금요일
 그때에 예수께서 성전 뜰 안으로 들어가 상인들을 쫓아내시며 “성서에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다’라고 기록되어 있지 않으냐? 그런데 너희는 성전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었다” 하고 나무라셨다. 예수께서는 날마다 성전에서 가르치셨는데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과 백성의 지도자들은 예수를 잡아 죽일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백성들이 모두 예수의 말씀을 듣느라고 그 곁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루가 19,45-­48)
 
 
 ◆나는 ‘성전은 하느님께 기도하는 집’이라는 성서 구절을 읽으면서 두 성전이 떠올랐습니다. 하나는 로마에 있는 성 베드로 대성당입니다. 나는 바티칸 교황청이 있는 널따란 베드로 광장을 지나 처음으로 성 베드로 대성당 안으로 들어섰을 때 그 웅장함과 경건함에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대리석으로 지은 성전은 긴 세월에도 변함없이 웅장한 자태를 지니며 기나긴 교회사의 사건을 조용히 들려주는 듯했습니다. 성전 문을 들어서면 바로 오른쪽에 십자가에서 죽은 아들 예수를 가슴에 안고 비탄의 눈물을 흘리는 성모 마리아를 조각한 ‘피에타 상’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앞에서 그리고 성전 여기저기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순례객들을 보면서 이곳이야말로 하느님께 기도하는 집임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최근에 읽은 「나가사키의 노래」에 등장하는 우라카미 성당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방사선과 의사이며 그 자신이 방사능에 노출되어 백혈병에 걸린 나가이 다카시는 성전이 바로 하느님의 집이며 그분께 기도하는 곳임을 보여줍니다. 그는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로 폐허가 된 우라카미 성당에서 아이들과 함께 삼종기도를 바치기 위해 무릎을 꿇습니다. 그는 원폭으로 죽음의 문턱에 이르렀는데도 절망하지 않고 하느님께 기도하는 믿음을 지녔습니다.
하느님은 눈에 보이는 성전뿐 아니라 우리 안에도 계십니다. 우리의 몸은 성령이 사시는 성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기도할 때 우리의 몸은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는 성전이 됩니다. 성령은 우리 안에 사시며 우리가 하느님과 대화하도록, 그분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대로 살아가도록 격려하십니다.
최금자(우리신학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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