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하느님 나라가 언제 오겠느냐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질문을 받으시고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하느님 나라가 오는 것을 눈으로 볼 수는 없다. 또 ‘보아라, 여기 있다’ 혹은 ‘저기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하느님 나라는 바로 너희 가운데 있다.” 그러고 나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영광스러운 날을 단 하루라도 보고 싶어할 때가 오겠지만 보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이 너희에게 ‘보아라, 저기 있다’ 혹은 ‘여기 있다’ 하더라도 찾아 나서지 마라. 마치 번개가 번쩍하여 하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환하게 하는 것같이 사람의 아들도 그날에 그렇게 올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의 아들은 먼저 많은 고통을 겪고 이 세대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아야 한다.” (루가 17,20-25)
'하느님 나라가 언제 오겠느냐?’는 물음은 예수님 시대뿐만 아니라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늘 중요한 문제가 되어왔다. 몇 년 전 휴거 소동이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일이 있다. 그 사건이 불발로 끝나자 사람들은 문을 닫고 교단을 해체했다.
우리는 하느님 나라가 언제 올지 모른다. 하느님 나라는 주님이 재림하시는 날에 도래할 것이지만 그날에 대한 정확한 표시가 없다. 그러므로 재림론을 펼치는 사람들이 언제나 새로운 계산을 하고 그날을 예언한다고 해도 그것은 항상 성경 말씀과 맞지 않는다.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심으로써 하느님 나라는 이미 실현되었다. 예수께서는 공생활 처음부터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다”고 선포하셨다. 그리고 이미 당신 안에 실현되기 시작한 그 하느님 나라를 맞이하기 위하여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고 권고하셨다. 오늘 복음 말씀처럼 “하느님 나라가 오는 것을 눈으로 볼 수는 없다. 하느님 나라가 여기 있다, 혹은 저기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하느님 나라는 우리 가운데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 나라는 숨겨져 있다. 그러기에 우선 사람의 마음 안에서 찾아야 한다. 하느님의 뜻이 삶을 이끌어 가고 하느님의 사랑이 마음을 가득 채우는 그곳에 하느님 나라가 있는 것이다. 하느님 나라는 숨겨져 있기 때문에 지금은 ‘거울을 보듯이 희미하게’ 볼 뿐이다. 그렇지만 주님께서 재림하시는 그날에는 영광과 장엄 속에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하느님 나라는 번갯불처럼 올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 때에 종말이 오고 새로운 시작이 열릴 것이다. 그렇다고 막연히 기다릴 수는 없다. 이미 시작된 그 나라가 완성될 때까지 하느님 뜻에 협력해야 한다. 마치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혼인하고 집 짓고 씨를 심으며 아무 일도 없을 것처럼 태평한 세월을 보내고 있는 동안 노아가 하느님의 말씀을 굳게 믿고 명령대로 방주를 만들어 가족을 데리고 들어갔던 것처럼 우리도 준비를 해야 한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마치 영원히 이 세상에서 머물 것처럼 살지만 모든 것은 지나간다.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구원을 가져다 주는 새 방주를 마련하고 내 안에 하느님이 거처하실 궁전을 짓는 일이다. 그리고 하느님 나라가 우리 안에 이미 와 있다는 확신을 지니고 살아야 한다. 얼굴을 맞대고 하느님을 볼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는 기대와 희망으로 살아가야 한다. 현재를 살되 하느님 나라가 완성될 미래에 시선을 두고 살아야 하며, 하느님 나라를 손에 쥐고 살되 또한 아직은 더 기대하고 희망하며 살아가야 한다. 이것이 교회의 가르침이다. ● 부산교구 오창일 신부
'하느님 나라가 언제 오겠느냐?’
2005. 11. 10. 오전 8: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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