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보면 중풍 병자 한 사람을 침상에 누인 채 예수님께 데려왔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너의 죄는 용서 받았다”하시고, 그들 치유시켜 보내셨다는 이야기입니다.
구약성서에서 질병은 인간이 하느님에게 잘못하였거나, 분노를 사서 받게 되는 처벌이 질병이나 사고로 나타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병든 자는 이미 하느님의 벌을 받은 사람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신약성서 시대에서도 비슷한 사고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런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으셨습니다. 죄가 질병을 초래한다는 견해는 견지하였으나, 하느님의 처벌로 보기 보다는, 인간의 마음 속 깊이 깃들어 있는 약한 존재에게서 비롯한 것으로 여겼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질병으로 고통 받는 것을 원치 않는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자신의 치유 행위로 보여 주었습니다(요한 9, 2-7).
그렇다면 오늘 복음서에 나오는 중풍병자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아마 그 시대적 상황으로 보어서, 자신은 하느님께 죄를 지어 병을 얻게 되었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 중풍병자를 보시고, 병의 치유에 앞서서, “너의 죄는 이미 용서받았다”라고 하시며, 죄로 인하여 멀어졌던 하느님과의 관계를, 먼저 회복시켜 주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해 주심과 함께, 당신의 권능을 드러내시어, 그의 중풍 병까지 고쳐 주신 것입니다. 바로 예수님께서 병의 치유에 앞서서 중풍병자의 죄를 용서해 주신 이유도 이것일 것입니다.
삶의 자리에서 보면, 인간과 인간 사이를 갈라놓는 것은 서로의 거짓과 잘못입니다. 이렇듯 죄란 하느님과 인간 사이도 갈라놓습니다. 엄밀하게 죄란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죄의 용서는 철저하게 하느님께 유보된 권한입니다.
성서에 따르면, 죄의 용서는 철저하게 삼위일체 하느님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성부 하느님을 무엇보다 죄를 용서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소개하셨습니다(루가 15,11-32 참조).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우리가 용서를 청하기도 전에 먼저 용서하시는 분이십니다. 성자 예수님께서는 죄인들과 어울리시면서 그들의 죄를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모독자로 오해될 만큼 용서에 앞장서시는 분이십니다(마르 2,7-9 참조).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처형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죽는 순간조차 용서를 청하셨습니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루가 23,34). 한편 성령은 가장 큰 은사로서 용서를 선사하시는 분이십니다. 성령강림 대축일 복음이 그 점을 잘 지적해 주고 있습니다. “성령을 받아라. 누구의 죄든지 너희가 용서해 주면 그들의 죄는 용서받을 것이고 용서해 주지 않으면 용서받지 못한 채 남아있을 것이다”(요한 20,22-23). 삼위일체 하느님은 용서하시는 신비의 하느님이십니다.
이처럼 죄의 용서는 자비하신 하느님의 본성입니다. 죄로 인하여 갈라진 것을 회복시키는 것이 용서입니다. 예수님은 바로 이 용서를 통하여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회복해 주십니다. 죄로 인하여 갈라진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를, 잘못된 죄의식으로 인하여 발생한 오해를 바로 잡아 주시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서의 중풍병자도 자신의 질병으로 인하여 하느님과의 관계가 잘못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자신의 병이 자신의 죄로 인하여 생겨난 것이라는 생각과, 자신의 육신을 자신이 잘못 관리한 죄로 인해 생겨난 벌이라는 고통으로부터 하느님과의 관계가 멀어져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죄의 용서에서부터 그 관계를 회복시키셨습니다. 중풍이란 병이 자신이 자신의 육신을 잘못 돌봄으로 인하여 생겨난 것이라면, 자신의 육신을 마음대로 다스린 죄를 용서해 주셨습니다.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인하여 생겨난 병이라 할지라도, 그 죄를 용서해 주심으로 모든 관계를, 온전히 태초의 것으로 회복시키셨습니다. 이렇게 예수님은 결코 인간이 병들고 고통 받기보다는 완전한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존재로 회복되시길 바라십니다.
오늘 복음서에 나오는 중풍병자와 그를 데리고 온 사람에게서 예수님은 바로 이 모든 것을 발견하셨습니다. 예수 당신만이 이 중풍을 치유하실 수 있는 유일한 주님이심을 깨닫고 믿고 있으며, 모든 죄의 사슬에서 해방시켜줄 분이 주님이심을 알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중풍병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하느님과의 잘못된 관계를 올바로 형성해 주실 수 있는 분이 바로 예수님이심을 이 병자는 믿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온전히 치유될 수 있는 은총도 누렸습니다. 치유 받은 병자는 이미 자신의 죄를 용서받았으며, 새롭게 하느님의 자녀가 된 사람입니다.
우리에게도 이런 믿음이 필요합니다.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맺고 우리의 모습을 하느님의 모상을 온전히 닮은 완전한 모습으로 바꾸어 주실 분이 예수님이심을 고백할 때 우리도 치유의 은총을 얻을 것입니다. 아멘. / 부산교구 주영돈 토마스 신부
Re:부정적인 마음 (6/30)
2005. 6. 30. 오전 9: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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