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 십자가란?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십자가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아니 많은 이들이 십자가를 유행하는 장신구로 여길 만큼 종교와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 신자들에게 십자가는 고유한 의미가 있습니다. 십자가가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우리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과 세상을 사랑하신 이유로 십자가에서 목숨을 잃으셨고, 사람들은 예수님처럼 살면 모두 죽는다고 그분을 십자가에 달았지만 그 십자가를 바라보던 사람들이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을 통해 그 십자가의 죽음이 곧 부활의 신호가 됨을 알았기에 십자가가 구원의 상징으로 바뀐 이유 때문입니다.
예수님 당시에는 십자가는 죽을만한 죄를 지은 사람들을 처형하던 가장 잔인한 형벌이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서서히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이 처형방법은 사람들에게 본보기로 남을 만큼 수치스런 죽음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십자가는 곧 죽음이었고, 그것도 너무나 잔인하고 감당하기 힘든 죽음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십자가를 예수님은 당신이 짊어지기 이전부터 그 의미를 달리 바라보셨던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은 이미 당신이 십자가에 돌아가시게 될 줄 아셨나 봅니다. 당신이 수난하시리라는 예언과 더불어 우리에게 주시는 가르침으로 십자가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고 계시니 말입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매일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예수님은 아직 돌아가시기 전이고, 다른 이들조차 예수님이 그렇게 돌아가시리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십자가는 사람들에게 그저 죽음의 의미였을 뿐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말씀 속에 제 십자가는 곧 자신의 죽음을 정확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많이 잔인한 표현이지만, 분명 제 십자가는 자신의 죽음을 말합니다. 장소가 될 수도 있고, 방법이 될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예수님을 따르려는 사람들에게 예수님께서 진심을 담아하신 말씀이기에, 또 그리스도께서 당신 수난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 직후라, 제 십자가는 이야기를 듣는 이가 그리스도처럼 죽을 때와 장소, 방법을 이야기 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십자가에 대해 생각할 때 단순히 요즘 이야기하는 식으로 가장 하기 싫은 것, 하기 싫지만 해야만 하는 것 등의 부정적이고 아주 좁은 해석의 자세를 버리고 예수님처럼 죽을만한 일과 사람과 때 등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것도 내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할만한 일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극단적인 설명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는 우리를 사랑하신 죄로 십자가에 달리셨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곧 그분의 사랑에 대한 세상의 처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그 십자가 위에서조차 용서하시고 사랑하심으로써 십자가가 사랑하는 사람이 감당할 최고의 가치, 곧 ‘죽을만큼 사랑한다’는 모범이 됩니다.
따라서 우리에게도 십자가는 하기 힘든 일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사랑을 말합니다. 그것이 내 가족이든, 내 일이든 이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기에 자신을 던져 죽임이 바로 제 십자가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스도가 만일 그렇게 우리를 사랑하지 않으셨다면, 그래서 적당히 하시고 돌아가셨다면 우리는 십자가를 생각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만큼 사랑하셨기에 십자가가 우리 눈앞에 세워져 있고, 우리는 그곳에 목숨을 거는 우리 주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십자가에서 주님은 고통에 짓눌리시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하기 싫은 일이라, 억지로 하는 일이라 하지 않으십니다. 당신의 사랑을 인정 못하는 불쌍한 인간들을 그곳에서조차 사랑해주심으로써 예수님은 십자가를 세상을 구원할 단 하나의 힘, 곧 사랑의 힘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변화시키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결국 제 십자가, 곧 자신 스스로의 사랑의 죽음이 곧 사는 길임을 이야기하십니다. 우리는 죽음을 워낙 무서워하기에 그 표현을 피하려 하고 오히려 예쁘고 멋진 십자가를 지님으로써 구원을 얻게 되리라 생각하지만 주님이 우리를 위해 돌아가신 십자가를 쥐고 나는 이기적으로 살겠다고 기도하는 것은 크게 근본에서 벗어나 있는 삶입니다.
그러니 우리도 십자가를 제대로 져 봅시다. 우리도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그러하셨듯 사랑에 목숨을 한 번 걸어봅시다. 그것이 우리를 고통의 십자가로 다가오고 내 몬다 하더라도 사랑하기를 시작한 사람에게 그 고통은 고통이 아니요 사랑하지 못하는 세상의 통회를 하는 것으로 여겨질 뿐입니다. 그리고 그는 사랑해서 행복합니다. 십자가는 그래서 사람을 참 행복하게 합니다.
우리의 십자가를 집시다. 주님을 따라, 주님은 우리에게, 그리고 우리는 주님과 우리 모두에게 자신의 십지가를 집시다. 그럼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목숨을 거신 만큼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될 것입니다. / 부산교구 정호 신부
자기 십자가란?
2005. 2. 10. 오전 11: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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