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어머니께서는 제가 갓 신부가되고, 성당의 소임을 받고 살아가던 해에 중풍으로 쓰러지셨습니다. 물론 지금은 많이 나아지셨긴 하지만 처음에 병원에 찾아갔을 뵈었을 때에는 휠체어에 의지하시고, 식사도 누가 떠 주어야하고, 혼자서 하실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또 말도 어눌해 지셨구요. 그러다가 퇴원을 하셔서 집에서 요양을 하십니다.
한번은 제가 강원도에 여행을 갔다가 어머니 생각이 나서 강원도 찰옥수수를 한자루 사가지고 고향의 어머니에게 갔습니다. 여전히 몸이 좋지 않아서 겨우 걸음을 떼시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머니와 오랜만에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여독 때문에 피곤했는지 저는그만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오랜만에 한 단잠이었습니다.
눈을 떠보니 조금 어둑어둑해 있었습니다. 이제 가야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주섬주섬 챙겨서 일어서려고 하는데 어머니께서 무언가를 바구니에 담아서 가지고 오셨습니다. 바로 제가 가지고 온 옥수수였습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이 “오랜만에 먼곳에서 온 자식에게 밥한끼 해 먹이는 것이 애미의 도리일텐데, 몸이 이 지경이니 어떻하니. 그래서 내가 옥수수를 삶아 왔으니까 이거라도 먹고 가거라”하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제가 두세시간동안 잠든 사이에 중풍의 어머니께서 그래도 자식에게 밥은 못해주더라도 옥수수라도 삶아서 끼니를 채워서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중풍으로 못쓰는 손발이지만 낑낑 거리며 그 오랜 시간동안 옥수수 껍질을 벗기고 그리고 수염도 뽑아서 그렇게 땀을 빨빨 흘리면서 내어놓은 것입니다. 어머니 앞에서는 그저 맛있게 먹었지만, 돌아오는 차속에서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 그런 불편한 어머니를 이끌고 있음을 말입니다. 사랑의 힘이 위대함을 그리고 자식을 향한 마음이 이렇게도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놓을 수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를 통해서 저는 예수님의 사랑을 또한번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했는가 봅니다.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보낸 것이 바로 엄마라고 말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께 찾아옵니다. 찾아오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아서 식사를 할시간도 없을 정도입니다. 그렇게 많은 이들안에서 피하고도 싶고 그리고 멀리하고도 싶은 것이 우리네들의 모습이라고 한다면, 또 우리는 많은 경우 우리의 삶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어떤 일로서 그리고 어떤 수단으로서 바라보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러지 않으셨다는 것을 알수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사람들이 목자없는 양과 같이 힘들어 하는 것을 보고 측은히 여기셨다는 것, 그들의 아픔이 눈에 밟혀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그리고 또한 우리들의 아픔과 어려움이 눈에 밟혀서 가만히 있을 수 없으신 분이 바로 우리들이 믿고 있는 주님입니다. 우리는 그런 주님의 사랑을 믿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바라보시며 느끼시는 가장 첫마음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니라 바로 측은함입니다. 그런 측은한 마음이 우리의 에수님을 바보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신이신 분께서 인간이 되어 오시고, 우리들의 죄의 아픔 때문에 오늘 복음에서처럼 아픔을 찾아 다니시고, 그리고 우리들의 부족함의 한계 때문에 그 전지전능하신 신이 바로 십자가에서 아주 나약한 모습으로 숨을 거두십니다.
우리에 대한 사랑이 그리고 우리를 바라보는 측은함이 우리의 주님을 그렇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우리는 그런 분을 믿고 있습니다. 그저 심판하고, 그리고 벌주고, 그리고 인간의 마음을 인해하지 못하는 그저 화석같은 신이 아니라 나와 함께 아파하고, 그리고 또한 우리의 죄를 함께 짊어지신 분임을 말입니다. 주님의 모든 구원의 역사는 거기에서 시작되고,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작은 이 보잘 것 없는 삶가운데에서도 함께 하신 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예수님을 믿는 다는 것은 단지 어떤 거대한 힘을 기대하고 기적을 바라보는 것만은 아닙니다. 바로 이러한 주님의 사랑으로 살아감것이 바로 우리들의 삶일 것입니다. 그것을 믿고 살아갈 때 우리는 진정 주님안에서 기뻐할 수 있고, 희망할 수 있음을 잊지 않는 우리네 삶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천주교 부산교구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영성지도 김인한 알베르또 신부
Re:측은지심(/2/5)
2005. 2. 5. 오후 5: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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