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떼의 몰사(1/31)

2005. 1. 31. 오후 1:23:24

글자
 성 요한 보스코 사제 기념일 (2005-01-31)
독서 : 히브 11,32-40 또는 필립 4,4-9 복음 : 마르 5,1-20 또는 마태 18,1-5

돼지떼의 몰사

그때에 예수와 그의 제자들은 호수 건너편 게라사 지방에 이르렀다. 예수께서 배에서 내리셨을 때에 더러운 악령 들린 사람 하나가 무덤 사이에서 나오다가 예수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무덤에서 살았는데 이제는 아무도 그를 매어둘 수가 없었다. 쇠사슬도 소용이 없었다. 여러 번 쇠고랑을 채우고 쇠사슬로 묶어두었지만 그는 번번이 쇠사슬을 끊고 쇠고랑도 부수어 버려 아무도 그를 휘어잡지 못하였다. 그리고 그는 밤이나 낮이나 항상 묘지와 산을 돌아다니면서 소리를 지르고 돌로 제 몸을 짓찧곤 하였다. 그는 멀찍이서 예수를 보자 곧 달려가 그 앞에 엎드려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 왜 저를 간섭하십니까? 제발 저를 괴롭히지 마십시오” 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그것은 예수께서 악령을 보시기만 하면 “더러운 악령아, 그 사람에게서 나오너라” 하고 명령하시기 때문이었다. 예수께서 “네 이름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시자 그는 “군대라고 합니다. 수효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자기들을 그 지방에서 쫓아내지 말아 달라고 애걸하였다. 마침 그곳 산기슭에는 놓아 기르는 돼지떼가 우글거리고 있었는데 악령들은 예수께 “저희를 저 돼지들에게 보내어 그 속에 들어가게 해주십시오” 하고 간청하였다. 예수께서 허락하시자 더러운 악령들은 그 사람에게서 나와 돼지들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거의 이천 마리나 되는 돼지떼가 바다를 향하여 비탈을 내리달려 물속에 빠져 죽고 말았다. 돼지 치던 사람들은 읍내와 촌락으로 달려가서 이 일을 알렸다. 동네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러 나왔다가 예수께서 계신 곳에 이르러 군대라는 마귀가 들렸던 사람이 옷을 바로 입고 멀쩡한 정신으로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그만 겁이 났다. 이 일을 지켜본 사람들이 마귀 들렸던 사람이 어떻게 해서 나았으며 돼지떼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동네 사람들에게 들려주자 그들은 예수께 그 지방을 떠나 달라고 간청하였다. 예수께서 배에 오르실 때에 마귀 들렸던 사람이 예수를 따라다니게 해 달라고 애원하였지만 예수께서는 허락하지 않으시고 “주께서 자비를 베풀어 너에게 얼마나 큰일을 해주셨는지 집에 가서 가족에게 알려라” 하고 이르셨다. 그는 물러가서 예수께서 자기에게 해주신 일을 데카폴리스 지방에 두루 알렸다. 이 말을 듣는 사람마다 모두 놀랐다.
(마르 5,1­-20)
◆오늘 복음은 마귀에 들려 집에서는 살지 못하고 무덤가에서 살고 있던 이가 예수님을 만난 이야기다. 예수님은 그를 괴롭히던 마귀떼를 돼지에게 들어가게 하였고 돼지떼는 물속에 빠져 몰사하였다. 마귀에게 사로잡혀 있던 이는 성한 몸이 되어 예수님을 따르려고 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에게 당신을 따르는 것보다 하느님께서 어떤 은혜를 베풀었는지 사람들에게 보여 증거하라 하신다. 그러나 이런 광경을 목격한 이웃 주민들은 예수를 받아들이기를 꺼려한다. 돼지떼가 몰사하는 사고가 두려웠던 것이다. 오히려 예수께서 동네를 떠나주기를 바란다.
예수님은 한 사람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고통을 받는 한 사람이 인간답게 살게 하려고 율법도 돼지떼도 희생시키시는 분이심을 보여준다. 이 세상의 어떤 것도 사람의 영혼 구원보다 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을 이해할 수 없었던 주민들은 마귀에 시달리는 이의 해방보다는 당장의 이해관계가 달린 돼지떼의 죽음이 더 아까웠다.
하느님 나라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어쩌면 오늘 복음이 말하듯 생활의 변화와 희생, 재난까지도 가져올 수 있을 것 같다. “이 동네를 떠나주십시오” 했던 이들처럼 나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구원을 위해서 나에게 요구되는 어떤 희생이 싫어서 “주님, 차라리 떠나주십시오” 하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다만 나 때문에 너의 희생이 필요한 때는 당연히 애덕을 문제삼겠지만. 오늘 나의 마음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보게 된다.

손봉철(수원교구 장안동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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