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받은 세례의 의미는?

2005. 1. 10. 오후 2:10:32

글자
어느 집에 아버지와 아들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목욕을 가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아들은 '예' 하고 아버지를 따라 갔습니다. 목욕탕에 가서 아들은 아버지께 몸을 맡겼고, 아버지는 아들의 때를 씻어주었습니다. 목욕이 끝나고 나와서 아들은 속옷부터 새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그리고는 갈증이 나서 아버지와 함께 우유를 마시고 집에 왔습니다. 집에 와서는 아버지와 함께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는 따뜻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날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아들은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우리 아버지에게도 이런 면이 있었구나, 내가 역시 이분의 아들이구나. 이제부터는 좀 더 아들답게 효도하면서 살아가야지...'

오늘은 주님세례축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우리가 받은 세례의 의미를 되새기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세례를 받았습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해 세례를 받음으로써 우리는 성령을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영혼에는 '너는 내 아들이다'라는 하느님의 도장이 찍혀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목욕은 단지 몸의 때를 없애주는 것이지만, 세례는 영혼을 깨끗하게 해 줍니다. 세례를 받는다는 것은 하느님의 자녀로서 '새 사람'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위의 이야기에서 처음 아버지가 아들을 불렀던 것처럼 하느님께서도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그 다음 아들이 '예' 하고 대답했던 것처럼 우리도 하느님께 응답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따라갔습니다. 세례를 통해 아버지는 우리를 씻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모든 죄들은 용서를 받고 깨끗해졌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세례를 받으면서 모두 깨끗해졌습니다. 이제 우리는 하느님 아버지의 부르심에 대한 솔직한 응답을 통해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의 아들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세례를 받음으로써 모든 죄가 씻어지고, 주님과 함께 죽었다가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것은 하느님께 감사드려야 할 일이지만,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때부터 하느님의 자녀답게 올바로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지 못할 때, 우리는 여러 가지 유혹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유혹의 결과는 바로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만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세례를 받는 순간 친히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17) 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자녀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영혼과 마음과 정신을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철저히 무장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마음으로 세례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매일 밤에 잠이 들고 다음날 아침에 잠에서 깨어납니다. 이것은 밤에 거룩한 죽음을 맞이하고 아침에 새 생명으로 부활하는 것과 같습니다. 매일같이 세례의 의미를 되새기며 사는 것입니다. 이제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성호를 긋고, 오늘 하루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가져보십시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자리에서 일어나 성호를 긋고 새 생명을 주신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 보십시오. 그 잠깐의 시간이 우리의 하루하루를 아주 풍요롭고 든든하게 만들어줍니다.

오늘 주님세례축일을 맞이해서 세례 때 가졌던 그 다짐들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봅시다. 혹시나 흐트러짐이 있었다면 새로이 마음을 추스르고, 이제 새로 시작하는 연중시기를 힘차게 출발하도록 합시다.

* 천주교 안동교구 서문동성당 보좌 권형배 알베르또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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