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환자의 치유
팔레스티나에는 두 종류의 문둥병이 있었다. 하나는 나쁜 피부병과 같은 것으로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었고, 또 하나는 작은 반점에서 시작하여 그 반점의 균이 살을 파먹고 들어가서 병자는 손이나 다리, 코와 귀 등이 떨어져 나가는 무서운 불치의 병이 있었다. 이에 대한 규례가 레위 13-14에 나온다. 나병환자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가정을 떠나야 하고 마을에서 격리되어 사람들과 상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는 것은 살아있지만 죽은 시체나 다름없는 것이었고 그 고통은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병환자는 가는 곳마다 “불결하오! 불결하오!”하고 소리를 쳐야하고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더 무서운 것은 육체적으로뿐 아니라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도 자기 학대라는 무서운 병에 걸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로부터 버림을 받는 데서부터 시작하여, 마침내는 자기 자신을 증오하는 데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그런 병자를 치유해 주신다. 다른 사람들은 기피하지만 예수님은 그에게 손을 대신다. 여기에 놀라운 진리가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이 감히 상대하려하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손을 내미셨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우리의 죄로 인하여 자기 자신을 멸시하고 또 쓰라린 수치로 가득 차 있을 때에도, 예수께서는 나병환자를 고쳐주듯이 우리의 죄를 깨끗이 해 주시고자 언제나 기다리고 계신다는 뜻이다. 이제 우리의 할 일은 무엇인가? 다른 것이 아니다. 복음의 나병환자와 같이 우리는 주님 앞에 나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주님의 자비를 구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예수님은 인간적으로는 손댈 수 없는 자에게까지 손을 대시고, 사랑할 수 없는자를 사랑하시며, 용서할 수 없는 자를 용서하시는 분이시다. 이러한 예수님의 모습 속에서 우리에게 향하고 있는 아버지이신 하느님의 진정한 사랑이 어떠한 것인지를 우리는 마음으로 받아들여 알아야 하며, 내 자신이 그러한 사랑과 은혜를 받았다면 그것으로 인해서 우리도 또한 다른 이를 그러한 사랑과 용서로써 대하여야 함을 나병환자의 치유에서 알아야 할 것이다.
부족하고 나약한 우리 자신의 모습, 많은 경우 죄로 인해 더럽혀진 우리의 몸과 마음을 하느님 앞에 진실하게 인정하고 그분의 용서를 치유를 청하며, 용서받은 우리 자신이 이제 우리의 이웃의 잘못을 용서해줄 수 있는 삶이 되어야 한다.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삶을 다시 한번 다짐하면서, 언제나 용기를 갖고 나아갈 수 있도록 주님의 도우심을 구하면서 이 미사를 봉헌하자.
* 수원교구 조욱현 신부
나병환자의 치유
2005. 1. 6. 오후 7: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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