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님 세례 축일’입니다-정진석 대주교님

2005. 1. 10. 오후 2:08:50

글자
오늘은 ‘주님 세례 축일’입니다. 세례는 예수님의 생애 중에서 그분의 독특한 본성과 사명을 확증하는 사건입니다.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서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중개자인 야훼의 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초대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이 야훼의 종을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수난하고 죽으신 예수님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은 예수께서 요르단 강에서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으시는 극적인 장면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마태오 복음에 묘사된 이 극적인 감동이 오늘 제2독서에서 다시 반복되고 있습니다. 초대 교회에서는 세례를 준비하는 예비신자에게 주님의 생애 중 핵심적인 세례 사건을 강론이나 교리교육으로 자주 가르쳤다는 것이 베드로의 설교에서 역력히 드러납니다.

   세례는 물로 씻음으로써 이루어집니다. 세례란 ‘물에 빠지다’ 또는 ‘물에 잠기다’라는 뜻입니다. 세례는 모든 허세와 교만, 이기심과 자만심, 물질적인 탐욕과 세속적인 쾌락 등을 물 속에 씻어버리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물은 특히 억압과 수난으로부터의 해방과 자유로 건너감을 의미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홍해바다를 건너서 노예의 땅 이집트를 탈출합니다(출애 14-15장 참조).

   그런데 예수께서는 여느 죄인처럼 자신을 비우시고 물로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보통 우리는 ‘아무 죄도 없으신 예수께서 왜 죄인이 받는 회개의 세례를 받으셨을까?’ 라며 의아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셨다는 것은 ‘우리 죄 많은 인간 안에 들어오셨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세례 사건은 예수께서 우리와 함께, 우리 중에 한 사람이 되어 오셨다는 의미로, 우리와의 아름다운 일치를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예수께서는 세례를 통해 사람들에게 모범을 보여 주셨습니다. 주님은 자신을 낮추시고 세례를 받으심으로써 더 충만하게 되시고 드높임을 받으셨습니다. 따라서 주님의 세례는 하느님의 신비와 사랑을 잘 드러냅니다.

   예수님의 세례는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감을 의미합니다. 세례를 받으신 예수께서는 참 생명을 주는 복음을 선포하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복음을 받아들이고 세례를 받은 우리도 죽음에서 생명으로 넘어온 것입니다. 세례로써 우리는 하느님의 영을 받고 그분의 자녀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오늘 우리는 주님 세례 축일을 지내면서 동시에 우리의 세례성사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도 세례 때의 마음을 잘 간직하고 있는지 묵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도 예수님처럼 복음을 선포하고 증거 하는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 정진석 니콜라오 대주교·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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