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Km 울트라 머리 올렸습니다. 신고합니다.

2010. 8. 23. 오후 6:28:56

글자
폭염특보와  열대야속에서의 100K 첫 울트라
( 부산썸머비치 100Km 울트라 후기 )
 
대회일이 다가오면서  
기상청 사이트에 들락거리는 빈도가  잦아지고
더불어 나오는 한숨소리도 점점 깊어만 간다.
아~ 첫 도전이라 결연한 마음으로 출사표 던지고
대회신청은 해 놨는데...이거 이제와서 어쩐단 말인가....
대회전날까지도 계속 더 심해지는 폭염과 열대야,
대회 3일전부터는 더위에 잠도 제대로 이룰수가 없다.
 
대회 홈페이지에 안내된 대회일 기상안내를 본다. 어~이~쿠 !
[시간대별 온도]
 일자 - 시간...해운대우동 , 기타지역
8.21일 18시... 31도c
8.21일 21시... 29도c , 일광면26도
8.21일 24시... 28도c , 서생면26도
8.22일 03시... 28도c , 서생면 26도
8.22일 06시... 27도c , 일광면 26도
8.22일 09시... 31도c
8.22일 12시... 33도c
기상청에 가서 습도를 확인해보니 허~~~억  91% 란다. 
 
올여름 최고의 기온, 폭염, 열대야와의 싸움을 해야 하는데다
첫도전 울트라대회를 먼 부산에서 원정대회로 치러야 한다는 부담감,
대회당일 무더위에 장거리이동을 하며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을꺼란 생각,
거기다 서바이벌 방식때문에 배낭의 사이즈, 먹거리와 준비물로 담을 것들 등등..
이것저것 도통 머리속이 정리가 되지 않는다. (실제 대회주로에서는 급수와 간식 제공이 있었음) 
 
 
대회당일 아침! 
뭐 하나 제대로 됐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큰일보고 뒷정리를 하지못한 그런 기분?으로 집을 나서는데
안젤라,가믈리엘, 그리고 용인요셉형님의 격려 전화에 힘이...
여의도 김구현베드로, 김종호알프레도 형제님들이 대회 참가하다는 반가운 소식,
요셉형님께서 미리 통화까지 하셨다며 만나서 함달하라는 말씀이 큰 위안이 된다.
  
대회시작 2시간전쯤에 대회장에 도착해 보니 반갑게도 본부석옆에
부산가마동 천막이 보이고, 장내가 정리된 걸 보니 특전미사가 진행중이다.
미사를 마치고 김구현베드로형제님과 김종호알프레도형제님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이야기 나눔속에서 출발준비를 차분하게 챙긴다.
 
 
 
 
바닷바람이 조금씩 불어오니 한낮의 폭염보다는 좀 나은 것 같지만
자정까지는 열대야와 함께 습도와도 싸워야 할 것 같다.
단단히 마음을 고쳐잡고 출발선에서 몸을 조금씩 풀고 있으려니
대학교 친구녀석 두명이 격려차, 구경차 얼굴을 보여주니 무지 반갑다
출발선 앞에서 서울 가마동 세명이서 함께 인증샷 한컷! 화이팅!
 
 
저녁 6시 !!  이제 출발이다.
천천히 긴장을 풀며 큰 그룹을 따라 천천히 해안도로를 휘돈다.
동백섬입구에 들어서니, 관광객과 수영객들, 주차하는 자가용들과 주자들이
뒤엉켜 주로가 장난이 아니다.  너무 혼잡해서 이러다 사고날까 두려워..
 
해변가 비키니녀들 덕분에 눈요기도 하면서 해운대 백사장길을 따라
3.5키로를 지나니 곧 언덕길...본격적인 레이스 구간이다.
송정터널이 생기기전 어렸을때는 많이도 왔다갔다 해봤던 달맞이길..
차가 아닌 두발로, 그것도 이렇게 뛰어서 달맞이길을 넘고 있는
상상도 못할일을 하고 있는 이 순간에 피식.. 웃음이 나오는건?  
이 쪄죽을듯한 날씨에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할짓은 아니제..하는?.
 
1CP 송정터널끝 급수대가 마련된 10Km지점 :  1시간 12분 (저녁 7시 12분)
페이스가 좋은지 나쁜건지도 모르겠고 ( 아마 7:15초/Km 정도인 듯)
바람한점 없는 이 더위와 언제까지 더 달려야 할지 두렵기만 할 뿐..
어둠이 내리니, 주자들의 뒤꼬리와 등에서 다양한 반짝이들이 등장한다. 이쁘다.
 
2CP 급수대가 마련된 연화리입구 16Km 지점 :  1시간 55분 (저녁 7시 55분)
해안도로를 따라 바닷 공기를 마시며 몸을 달래가며 본격적인 달리기를 준비한다.
호흡도 많이 차분해지고 리듬감도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부산가마동 주로봉사지점인 신앙촌후문 22Km 지점 : 2시간 38분 (저녁 8시 38분)
서울에서 왔다고 손님대접하며 챙겨 주시니 정말 감사. 꾸벅
시원한 수박화채를 염치없이 두그릇이나 해치우고 
손목에서 들려오는 비프-음을 따라 주로에 다시 발을 옮긴다.
 
3CP 급수대가 마련된  기장군청앞 (50Km반환점) 25Km지점 : 3시간 ( 저녁 9시)
수박화채의 힘인지, 힘겹지 않게 1/4지점에 도착 ( 페이스는 여전히 이븐 7:15)
급수하고 다시 주로에 나서니 주자들이 눈에 띄게 줄어, 정말 뛰엄띄엄하다
이러다 앞 주자 놓치면 지도판 펴고 달려야 할 판인다. 쬐금 걱정이 되기도.. 
도로공사 때문인지 바닥이 너무 울퉁불퉁해서 몸의 발란스를 유지하기조차 힘들다.
 
일광역에서 우회전을 하니 적막강산, 인적도 차량도 뜸하며, 앞주자의 점멸등도 까막득해
다음 CP가 42Km 지점이니, 아직도 12Km를, 약1시간반을 가야 한다.
우와 미치겠다. 재미없는 긴 오르막과 짧은 내리막은 개념없이 계속 반복되고
목에는 갈증의 낌새가...아차 싶어 눈에 들어오는 편의점으로 막 뛰어 들어간다.
거의 절반 이온음료를 비우고나니 정신이 사~알~짝!  다시드는 것 같다.
다시 배낭을 들쳐 매고 헛.둘.헛.둘. 리듬을 되찾아 보려고 비프-음에 몸과 마음을 맡겨보는데....
아서라... 힘만 든다. 어쩌냐. 벌써부터
워크브레이킹 주법을 이용해 본다.  25분달리고 5분쉬고를 계속
 
편의점에서 장만한 이온음료도 동이나고, 급수대는 멀고, 몸은 무겁고..
주로봉사 나온 어느 동호회 팀에 불쑥 들어가 물을 외치며 애처로운 눈빛을 보낸다 
처절한 모습이 통했나 보다. 웅산마라톤동호회 자매님이 후한 선심을 쓴다.
얼음냉수(정말 시원했어요), 콜라에 화채까지...
먹는게 남는거다.. 게걸스레 그걸 모두 흡수하고 있는 내 몸이 신기하기만 하다.
다 먹고나니 뛰는게 더 힘들어진다. 한 5분정도 걸었을까?  다시 발동을 걸어볼까? 
구간이 힘든건 아닌데...정말 힘들다. 왜 이리 힘들까 생각하다가 문득 혹시... 벽?
울트라나 풀코스나 어디서나 마의 벽 33키로는 만나는구나. 33키로...웬수같은.
 
4CP 급수대가 마련된 회 전문점 42Km 지점 : 5시간 10분 (밤 11시 10분)
그렇게 힘든 구간을 끝내고 급수대에 도착, 급수하고 냉수 한바가지 뒤집어쓰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듯 기운이 완전히 회복된다.
여유까지 부려가며 <간절곶> 에서는 등대사진까지  핸펀에 담아본다. 
잃어버렸던 페이스를 되찾아 반환점까지 수많은 주자들을 뒤로하며 안착 
 

 
5CP 반환점, 급수와 식사제공터 50Km 지점 : 5시간 59분 (밤 11시 59분)
도착해서 보니 11시 59분.  뭐 시간에 맞춰 도전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절묘할 수가...싶다.
먼저 냉수로 한바가지 뒤집어쓰고 정신을 챙긴다.
생각은 벌써...야. 이제 또 돌아가야 하는구나.  그래도 기장군청까지만 잘 가면...하는 생각이 든다
시락국밥에 가볍게 식사를 하고 막 출발하려는 순간
김종호알프레도형제님께서 막 들어서신다.
컨디션은 괜찮냐. 머리올리는 사람이 그렇게 막달리면 어쩌냐 하시며
먼저 출발하라신다.  출발전 점멸등이 고장나 잠깐 우왕좌왕한다.
 

 
 
암튼 골인지점을 향하여 재시동 부릉부릉... 출발~  밤 12시 20분
기분좋게 반환점으로 달려왔던 길을 리드미컬하게 달려간다.
많은 주자들이 막바지 힘을 쏟으며 반환점을 향해 시락국들 먹으러 온다.
출발한지 20분쯤 되어서 김구현베드로 형제님을 만난다
아니 왜 그렇게 빨리 뛰냐고 뭐라시면서 잘 뛰고 있다 격려해 주신다. 형님 화이팅!  
 
6CP 급수대가 마련된 회 전문점 58Km 지점 : 7시간 10분 ( 새벽 1시 10분)
오면서 너무 힘들었던 직전 경험때문이었겠지만, 급수에, 보급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 구간이다.
물을 좀 더 보충하고  리듬에 몸을 맡겨보자 다짐하며 집중해 본다.
삐~리~릭! 안젤라자매님의 응원전화다. 그래 양재천에서도 울트라가 진행중이지..
정말 재미없고 지겨운 오르막과 내리막도 그렇고, 속도내는 차량때문에 몸이 깜짝 경기한다 
대회조직위원회에 건의하고싶다. 이 주로에서는 다음 CP전에 중간 CP를 하나 더 만들어야 한다고.
울트라 입문하며 정 붙이러 왔다가  정나미 떨어지기 쉬운 곳이겠다 싶다.
다행스럽게 포항에서 온 형제분 한분과 일광역까지 두런두런 말동무하면서 그 지겨운 코스를...
감사. 땡큐. 근데 왜 그 이후부터 자꾸 앞에서 뒤에서 저를 피곤하게 했는지 모르겠네?
 
7CP 급수대가 마련된 기장군청 앞  75Km 지점 :  9시간 10분 ( 새벽 3시 10분 )
반환점으로 갈 때보다도 10분이나 당겨진 것 같다.
걷지않고 꾸준히 비프-음에 리듬을 실은 까닭이리라.
3/4을 소화한 지점,  몸에 특별한 이상은 없는 것 같고
남은거리에서도 후반부에 진행한 리듬대로만 유지하면 좋겠다 싶다.
봉사하시는 분들은 남은 25Km를 4시간 정도 목표로 하면 무난하단다.
올때는 3시간이었으니 4시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내심 3시간반 정도도?
 
급수대에도 다른 주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앞주자와의 거리도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주로 코스가 여간 신경쓰이지 않는 이 불길한 예감은 뭘까?
 
아뿔사...너무 긴장하며 달리다 3/4지점에서 긴장이 풀린 탓이었을까
비몽사몽간 대변항 방파제에서 연화리 입구로 이어지는 해변주로를 잠깐 놓쳤다
잠깐이 한참이 되어 되돌아와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져 한 30~40분정도 알바를 하고 만다.
알바에서 주로를 다시 찾아가는 과정에 페이스는 완전히 잃어버리고
또 다시 걷고 있는, 걸을 수 밖에 없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싫다. 밉다
 
8CP 급수대가 연화리 입구  84Km 지점 :  10시간 50분 ( 새벽 4시 50분 )
힘겹게 들어선 급수대...미숫가루 한그릇을 들이키고 간단한 스트레칭...
알바하면서 20여분정도 걸었던 것 때문인지 오른쪽 뒤꿈치에 물집이 느껴진다.
양다리 대퇴부 근육도 뻐근해 온다. 사타구니도 쓰라려온다. 아~ 부상병동이다.
걷고 싶어도 걸을 수가 없다. 달릴 때보다 뒤꿈치 통증이 더 심하다.
달리면서 느끼는  무릎위 통증이 그래도 견딜만하기에 달리기가 편하다.
다시 시작된 지겨운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한참을 그러고 나니 눈앞에
송정바닷가가 보인다. 이제 종점을 향한 마지막 고비만 남았구나.
 
9CP 급수대가 마련된 송정터널입구  90Km 지점 :  11시간 45분 ( 새벽 5시 45분 )
동백섬에서 나눠 준다던 쮸쮸바를 90Km 급수대에서 받아든다.
혹서기때도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는 얼음과자. 정말 맛있다. 
마지막 10Km라.... 알바때문이라 핑계삼지 말고 목표를 한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문득,
13시간내 완주가 가능할까? 시간내 완주는 못해도 끝까지 한번 해보자 결심하니
송정 달맞이길 와우산 언덕길을 쉬지않고 치고 올라 갈수 있다.  남산의 언덕과 대모산도 생각난다.
 
와우산 정상에서 부터는 내리막인데.... 이제 좀 속도를 내볼까?
아~ 이런!  물집때문에 내리막에서 발을 내딛으니 오른발이 더 고통스럽다. 
그렇게 송정 달맞이길을 찐.따.로 내달려오니 금방 미포삼거리에 도착,
이제 우회전, 해운대 백사장길로 들어서니 새벽인데도 제법 북적거린다.
조선비치호텔에서 동백섬을 휘돌아 아침햇살 따갑게 내리쬐는 해안길을
힘겹게 힘겹게 내달아 드디어 골인지점에 이른다.
 
드디어 골인!  13시간 3분
아~ 13시간은 결국 넘기고 말았구나.
하지만 13시간을 목표로 정한 덕분에 마지막에 30여분은 당겨서 골인한 것 같다. 
날씨는 전부 다 핑계였고, 나 자신의 두려움이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100Km 첫 울트라 도전은 나에게 또 다른 희망을 낳으며 마무리 되었다.
 
 
김구현베드로형제님, 김종호알프레도 형제님 모두 무사히  골인!
모두들 나름대로 대비한다고 했지만, 폭염에 어마어마하게 흘린 땀 때문에 온 살갗이 쓸려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않으셨다고..정말이지 고통이 대단하다. 지금 이순간에도.... 
 
간단한 사워를 마치고 알프레도형제님의 친형님께서 하시는 구포역 인근의 복집으로 이동,
맛있는 복삼계탕으로 몸보충 확실히하며, 울트라 고수들의 진지한 말씀도..
두 형제님 덕분에 첫울트라 도전이 멋진 추억여행이 되었다. 두번께 감사. 꾸벅
 
 
13시간을 쉼없이 달릴수 있는 두 다리와 심장을 허락해 주신 주님! 감사합니다.
100Km를 실패하지 않고 달려 낼수 있을 것라는 믿음을 주신 주님! 감사합니다.
그 근거없는 믿음을 결과로 증거해 보여주신 주님! 감사합니다.
더 크신 주님 은총속에서 교만하지 않고 달리기 초심을 항상 기억하게 하소서. 
아멘! 
 

댓글 5

  • 2010년 8월 23일 오후 10:36

    아 즈가리아 형제님 정말 멋집니다. 그 열정 그 도전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010년 8월 24일 오후 12:02

    장하도다! 즈가리아! 주님 은총 속에 완주하였다니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어디있을까?나도 생애 한번 Ultra를 꿈꾸고 싶다!

  • 2010년 8월 25일 오후 5:31

    축하합니다 대단 하심니다 내년 대구성지순례대회를 준비 해야 하는데 노하우 한수 부탁합니다.

  • 2010년 8월 26일 오전 10:12

    음 대단 합니다 나도 꼭 한번 해보고 싶은데 사는개 뭔지 핑게는 많고 바쁘고 술마시고 해야 하니 한심하다 조현광 앞으로 잘하자 안면도도 가고

  • 2010년 9월 4일 오후 3:16

    쉼없이 달릴수 도전의식과 건강한 두 다리와 심장을 가지신 즈가리아님! 옆에 있었던 기억만으로도 전 행복합니다...축하드립니다...

자유 게시판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