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저를 더욱 구부려 주옵소서! (성 프란치스코)

2006. 1. 18. 오후 9:53:43

글자

그는 진흙탕을 철버덕거리며 강둑을 따라 재빨리 뛰어갔다. 그러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나를 기다렸다. 그는 내 어깨 위에 무겁게 손을 올려놓았다.

레오 형제, 마음을 활짝 열고 내가 지금부터 말하는 것을 깊이 새기세요. 인간의 몸은 활이고, 하느님은 활 쏘는 분이시며 영혼은 화살입니다. 아시겠어요?

알고도 모르겠어요, 프란시스 형제.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이지요? 제 머리로 알아들을 수 있도록 좀 쉽게 이야기해 주십시오.

레오 형제, 내 말뜻은 이것이지요. 즉 기도에는 세 가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첫째는 주여 저를 구부리십시오. 아니면, 제가 타락해 버리나이다. 둘째는 주여, 저를 너무 굽히지 마옵소서, 제가 부러지겠나이다. 셋째는 레오 형제여, 이것이 우리의 기도지요. 주여, 저를 더욱 구부려 주옵소서, 제가 부러져도 개의할 게 무엇이겠나이까! 기도에 세 가지 종류가 있듯이 사람도 세 종류가 있지요. 마음 속에 잘 새기십시오. 떨지 마십시오…… 이것을 몇 번이나 당신에게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말하지요. 이제라도 당신은 등을 돌리고 돌아설 시간이 있어요. 도망하여 당신이 부러지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는 프란시스의 손을 잡고 입을 맞추었다.

프란시스 형제, 나를 더욱 구부리세요. 내가 말했다. 내가 부러진들 무얼 염려하겠습니까!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있었다. 나는 프란시스의 발자국을 따라 기쁘게 걸었지만 그러나 그와 동시에, 나와 같이 가치없는 사람이 자기 몸이 부러지는 것을 마다않고 하느님께 자기 몸을 더욱 구부려 달라고 기도하는 이 창백하고 위험스런 사람을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에 몸이 떨렸다. ……하지만 나는 무엇을 했던가? 나는 나도 모르게 똑 같은 기도를 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프란시스는 기뻐하였으나 나는 떨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내게 돌아서라고 했지만 어떻게 내가 그럴 수 있을까? 그가 내게 먹여 주었던 천사의 빵은 너무도 맛이 좋았었다. 나는 수도사들이 배가 고파서 불평하던 어느 날 밤을 기억했다. 프란시스는 얼굴을 찡그렸다. 배고픈 것이 당연하지요. 그가 말했다. 여러분 앞에 놓인 맷돌만큼이나 큰 천사의 빵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그것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을 자르지도 못하고, 영원히 배고픔을 면할 빵조각을 먹지도 못하지요! (성 프란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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