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미사의 힘

2005. 10. 5. 오후 1:28:56

글자
마치 영화제목 같죠? 강원도의 힘, 질투의 힘, 생미사의 힘...^^



철학시간에 60만원 헌금 들고 온 개신교신자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아닌 게 아니라 저도 처음에 갓 세례 받고 교무금 정할 때,
저 영세교육 담당하셨던 선생님께서 제가 책정한 금액에 옆에 있던 신자가 놀라는 거보고,
교무금은 봉급의 삼십조만 해도 된다고 가르쳐 주셨던 게 생각나서요.^^



‘삼십조? 처음 들어봤는데.... 여긴 그렇게 하는가보다.’

그렇게만 생각하고 교무금은 제 마음 내키는 대로 했지만,
생활근거지를 이동하는 바람에 그 곳에서 다른 성당으로 옮기고 보니까
두 번째 성당에선 이론은 십일조인데, 현실은 삼십조... 그런 거 같더라구요.^^;




신부님께선 천주교가 천주교기 때문에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천 원짜리 두장을 똑같이 헌금으로 내고 있다면서
천주교를 만주교로 고치면 헌금 풍토도 바뀌지 않겠냐고
강론 중에 우스개 소리로 그러시면 신자분들은 그냥 웃어요.
인간적으로 참 좋은 분위기였죠...
5만원으로 책정된 교무금이 그 해 성당 교무금 통계 낼 때,
상위 5% 안에 들었단 강론 중 이야기를 듣고 제가 재미있었던 건
보통 그 금액 같으면 개신교에선
십일조 외에 예배 때 내는 한 달 기본헌금 액수 정도 된다는 거지요.



영세 받기 직전인지 아니면 영세 받고 나서 얼마 안됐을 무렵인지 정확한 건 잘 모르겠지만,
천주교 교계제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가 잘 모를 때....
우리 오빠랑 새언니가 별거 들어간 지 2년 됐을 때의 이야기랍니다.
시댁에 들어와 살아서 그런지 새언니가 가족들과 섞이지 못하고 힘들어했지요.
오빠한텐 5살 박이 아들이랑 6살 박이 딸이 있었는데 사내 녀석이 자폐아였어요.
오빠가 새언니랑 별거를 하자마자 저더러 엄마 집에 들어와 살면서
사내 녀석 교육하는데 엄마를 도우라고 하는 바람에
자취생활 청산하고 부모님 집으로 들어갔지요.



엄마는 65세, 아버지는 71세..
애를 직업으로 교육하는 거랑 집에서 키우는 거랑은 정말 천지차이더군요.
두 분 다 건강이 안 좋으셨기 때문에 낮엔 엄마 아버지가
유치원이다 클리닉이다 당신들 병원치료다 뛰어다니며 손자 손녀를 돌보고
직장 퇴근 후엔 제가 조카들을 돌보면서 가정이란 모양새를 간신히 지탱해가며 살았지만,
차츰 이 생활에 우리 가족들은 지쳐갔습니다.
주일에도 쉴 틈이 없었거든요.
우리 오빠는 만사 모든 것이 귀찮으니까 아니,
만사 괴로운 현실을 잊고 싶으니까 아빠로서의 몫을 내팽개쳐버리고
컴퓨터오락에만 미쳐가고 있었고
오빠 몫까지 엄마 아니면 제가 져야하는 생활의 한계가 끝내는 찾아오더군요.
애들도 할머니랑 고모가 아무리 사랑한다 한들 제 엄마만 할까요.
사내 녀석이랑 달리, 여식애는 날이 갈수록 의기소침해지고 눈물이 많아지더라구요.
식구들 누구하나 잔소리하거나 구박하는 사람 없는데도 말이지요.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새언니랑 오빠와의 전화통화를 몰래 들어보면
온갖 욕설이 난무하는 끝없는 전쟁이고 보니 이혼만 예상되는 그런 나날이었습니다.
견디다 못한 저는 조카 둘 다 데리고
개신교에서 천주교로 넘어올 때 공백기간에 모아둔 헌금 76만원을 털어
무작정 성당으로 쳐들어갔습니다.
가면서 마음속으로 하느님께 기도드렸지요.


‘하느님... 저 도와 줄 사람 좀 보내주세요. 성당 마당에 들어섰을 때
눈에 띄는 첫 사람이 하느님이 저 도우라고 보내주신 분인 줄 믿고 도움을 청할까 합니다.
주 예수님 이름으로 아멘...’


애들 손잡고 길을 가면서 그 기도만 계속 중얼거렸습니다.



성당을 힐끔거리며 들어가는 순간 마침 정자에 앉아 계신 수녀님 한 분을 발견했습니다.
수녀님 외에 마당엔 아무도 없었어요.
안도감에 ‘아, 하느님 감사합니다.’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안면은 있었지만 낯 설은 수녀님을 붙들고 무조건 제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그 돈을 내밀며 저는 성당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하느님 전에 바치고 싶은데 어떡하면 좋겠냔 말씀을 드렸더니
수녀님께선 흔쾌히 당신께서 우리 오빠내외를 위해 생미사를 넣어 드리겠다고 약속하셨지요.
생미사란 게 그 때는 뭔지 몰랐기에 그런 게 있나보다고만 생각하고
홀가분하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후 2달이 지났습니다.
오빠랑 새언니의 사이는 나아질 조짐이 전혀 보이지도 않고,
저는 번개 불에 콩 구워 먹듯 교중 미사만 대충 드리고
애들을 보러 집으로 후닥닥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하는 가운데 영세도 받을 수 있었는데
어느 날, 같은 본당의 자매님 한 분이 우리 집에 들르셔서 말씀하시기를
성당에서 우리 오빠를 위해 계속 기도 중에 있다구요.
지금도 가끔 드는 의문은 평소 안면도 없던 자매님이 우리 집에 들러서는
그 말씀을 들려주고 가다니 하느님께서 대체 왜 그러셨을까 하는 거랍니다.



그 자매님의 선포??가 있고 이삼일 뒤였던 거 같아요.
성당에선 기도를 하고는 있다는데
우리 집 현실은 오빠와 새언니의 이혼으로 마무리 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법정에 갈 일만 남은 거지요.
그런데 하느님은 새언니가 집으로 들어오는 꿈을 난데없이 제게 주셨는데
그 이미지가 너무 선명해서 깨고 나서도 그냥 꿈같지 않은 것이
제 마음에 새겨진다는 게 이성으로 생각해 볼 때 이건 도저히 말이 안 됐지요.
거기다 이 날 엄마가 저한테 한 말이 뭐였냐면,
오빠 명의로 돼있는 아파트... 새언니한테 위자료로 뺏길 수 없기 때문에
팔아서 작은 아버지한테 맡긴다는 거였거든요.



지금 생각해봐도 저한테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온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엄마를 만류하며,

“엄마, 아파트 팔지 말고 기다려 보세요. 새언니가 집으로 들어오는 꿈을 꿨는데요....”

엄마도 참 이상한건 당신 딸의 황당한 말을 듣더라는 거예요.
옆에서 오빠랑 새언니는 전화로 온갖 쌍욕을 해대며 이제 몇 날 몇 시 법정에서 보자...
이러고 있는데 말이지요.



하지만 꿈 대로였습니다.
며칠 뒤 오빠와 새언니는 거짓말 같이 아무 일 없었던 듯 손에 손을 꼭 붙잡고
우리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거예요.
엄마 아버지한테 사죄드린 후 잘 살겠다 그러고 오빠내외는 오늘날까지 붙어살고 있지요.
여전히 지지고 볶고 싸우고 둘 사이 문제는 많지만
오빠네 식구는 분가해서 자기네 아파트 가서 살고 있어요.



그날 제일 잊을 수 없는 일... 그러니까 잘했다 후회 없다는 생각이 든 게 뭐였냐면,
다 죽어가듯 생기 없던 딸애가 눈빛이 초롱초롱하니 지 엄마를 보자마자 달려와
발로 툭툭 차며(반갑고 기쁘지만 오래 헤어져있어서 서먹하기도 했던 거 같아요.)

“엄마 돈 많이 벌어왔어?”

하는 사랑의 표현이랑 동생 재상이(자폐 중엔 부모에게도 무관심인 애가 있어요)가
2년 동안이나 헤어져있던 지 엄마 얼굴을 알아보고 달려와 안겼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사랑해 줘봐야 할머니와 고모한텐 기도 못 펴고 눈치만 보더니
지 엄마 오니까 둘 다 기가 팔팔 살아가지고선....



엄마와 전 조카한테 새언니에 대해 거짓말을 좀 했지요.
조카 이름이 희영인데요...

“희영아, 엄마는 지금 돈벌러 갔거든. 1년 있음 희영이 좋아하는 거 많이 사가지고 올 거야..”
1년 뒤, 엄마는 언제 오냔 희영이 말에 우린 다시 그랬지요.

“엄마 꼭 와.... 올 거니까 기다려....”

그리고 왔죠.



제가 지금까지 아는 거라곤... 그래요.
헌금 액수가 중요한 것도 돈으로 미사를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하느님은 제 속중심을 보시는 거 같고,
미사를 통한 하느님 당신의 이름으로 모인 공동체의 기도를
하느님은 들어주신다는 거랍니다.

댓글 10

  • 2005년 10월 5일 오후 2:04

    오~~호~~~ 그렇군요....TV에나 나오는 내용인지 알았어요...주님은 알 수 없군요...다니엘라 자매님의 역할도 상당 하구요....

  • 2005년 10월 5일 오후 2:52

    짝짝짝" 다니엘라~ 감동이에요. 인간의 뱃속까지 다 아시고,머리카락 하나하나 다 세시는 그분께서 오빠와 언니의 마음도 송두리째 바꿔 놓으셨군요.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시는 주님 찬미 받으소서~

  • 2005년 10월 5일 오후 10:03

    찬미예수님~~~ 천사 다니엘라님^^* 참~귀중한 하느님체험들 많이 하시고 사시는군용 늘 주님안에서 승리하시길...야훼니씨!!!

  • 2005년 10월 5일 오후 11:02

    역시 다니엘라는 짱! 열심히 살아 하느님을 증거 하시는 군요 다니엘라에게 하느님의 평화가 충만하길~~~

  • 2005년 10월 6일 오전 1:05

    이렇게 훌륭한 기도를 총무가 제일 늦게 볼 수 밖에 없다니~ 잉~ 대표님~ 책임져~ 잉잉~~

  • 2005년 10월 7일 오전 3:59

    읽어주시고 댓글까지 달아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저같이 모난곳 많은 애도 사랑받는다고 느끼니까 힘이 막 나는 거 있죠...^^ 감사해요...

  • 2005년 10월 7일 오전 7:57

    사랑이 무엇인지 가슴으로 아는 정녕 당신이 천사 ..가슴이뛴다 눈시울이적신다 기쁨인가 보다,,행여 벗님네 묻거들란 손짓하여 가르치소.. 사랑이 무르익는 도원이 여기라고..행복이 머무는곳 낙원이 여기라고....

  • 2005년 10월 7일 오후 4:10

    다니엘라 하느님체험 그분의 은총이군요, 다니엘라의 가족 사랑 하느님께서 감동하신것 같아요 다니엘라 화이팅

  • 2005년 10월 8일 오후 6:54

    사랑이 무르익는 도원이 여기라고... 행복이 머무는 곳 낙원이 여기라고.... 선장님, 징...해요~... 부대표님, 늘 그 예쁜 미소로 절 보다듬어 주시는 분... 어떨 땐 부대표님 애정이 감당안돼 엥뚱스레 굴지만, 제 속마음은 안 그런 거 알아주세요...^^

  • 2005년 10월 9일 오후 9:05

    어떤자매님께 들은 이야기인데요. 살아서 생미사한대가 죽은후 연미사 30대보다 좋고, 살아서 생미사3대하면 연옥을 면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