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판공성사 때였습니다.
정말 열심히 제 잘못을 돌아보고 두려운 마음으로 고해소에 들어가 앉았는데,
갑자기 쪽문이 확 열리며 성난 목소리로 신부님이 그러시는 거예요.
“(버럭)얘기하세요.”
그 모습에 제가 다 놀라버렸습니다.
할 얘기 다 까먹고 기껏 한다는 이야기는 누구누굴 미워했는데 용서해 주십사 그랬더니
신부님 왈....
“(버럭)뭐예요? 죄가 그것밖에 없어요?”
................^^;;
황당 그 자체였지요.
너무나 어이없는 일에 그 신부님이 정말 싫고 미웠습니다.
그날 이후로 그 신부님 모습이 보인다싶으면 질러가던 길도 휙 되돌아 가버리는 일을 반복하다
한날은 사람 많은 데서 고해소에서 있었던 일을 신부님께 따지고 들었지요.
신부님께선 상처 입었다면 용서해 달라 간절하게 그러셨는데 그 모습이 안 됐던지
제 옆에 있던 형제자매님께서 신부님 대신 변명을 해주시더군요.
그 곳 성당은 판공 때만 되면 신자분들이 ‘나 죄 없어요. 있다면 사는 게 죄지요.’
완전 배 째라 식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 그런 거라면서 평소 신부님은 그런 분 아니시라고,
좁디좁은 고해소에서 별 안 좋은 소리까지 다 들어야 하는 신부님의 처지를 이해하라는데
그래도 제 분이 쉽게 풀리질 않는 거예요.
이랬거나 저랬거나 저는 그 신부님 때문에 고해성사 자체가 싫어져 버습니다.
그 사건이 있고 얼마 안 됐지 싶어요.
그 해는 9일 묵주기도로 세월을 죽 보내고 있었는데 9일 기도 보름째 되던 날
하루를 빼먹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지 7일째 되는 월요일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다보니 기도드리는 시간을 놓치고 밤 11시가 되었는데,
하필이면 TV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야심만만>을 하는 시간이랑 겹친 거예요.
글을 쓰기 위해 야심만만을 보면서 사람심리를 연구하던 중이었거든요.
어떻게 할까 막 고민하다가
“에이, 뭐 어때... 기도야 7일밖에 안됐는데 내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지, 뭐.”
기도를 가볍게 포기해 버리고 야심만만을 보고난 뒤 기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꿈에 성당 앞에 세워져있던 마리아상이 제게 등을 돌리시는 모습을 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게 된 거지요.
마치 화가 난 듯도 하고 서글픈 듯도 한 그런 마리아님의 뒷모습이었는데 한기가 느껴졌습니다.
너무나 생생한 현실 같은 꿈인지라
두려운 마음에 얼른 초를 켜고 새벽에 묵주기도를 올리면서 주님께 청하기를
제가 잘못한 게 있다면 용서해 주시구, 뭣 때문에 그러는지 깨닫게 해 주십사구요.
문득 주님께서 제 마음에 이런 말씀을 주시더군요.
‘에서는 팥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팔아 넘겼다. 너는 나를 버리고 세상을 택했구나.’
너무 두려운 마음에 하느님께 잘못했다고 손이야 발이야 빌다가
이걸론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이 되면 고해소로 들어가야 한다는 마음만 가득한데, 걱정이 하나 생겼지요.
‘우짠다냐... 신부님 둘 중에 한 분은 실질적인 현실파시고, 다른 한 분은....ㅠ.ㅠ
두 분 다 내 이야기 듣고 미쳤다 그러면... ’
정말 갈등갈등... 계속 갈등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미친 척하고 들어가는 거지 뭐.’
그래도 그 싫은 신부님만은 제발 아니길 하느님께 기도 드렸건만
막상 고해소엔 그 싫은 신부님께서 나오셨습니다.
하느님은 웬수를 치워달란 제 기도는 늘 저버리시고 오히려 꼭 붙이시더라구요.^^;
둘 사이의 악연 빼고라도 그 신부님은 평소 박학다식 백과사전으로 소문난 신부님이신지라
전 정말 걱정이었습니다.
그런 이성적인 분이 날 이해하시겠나 죽었다 싶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고해는 해야겠기에 고해소로 들어갔지요.
“저기요...신부님...여차저차... 어떡해요.
마리아님이 화나신 거 같거든요. 제게 등 돌리고 계신 폼이.....”
속으론, ‘분명 나보고 미쳤다 그럴 거야, 그러실 거야.’
벌벌 떨고 있는 제게, 그런데요... 신부님으로부터 의외의 자상한 한 마디가 들려오는 거예요.
“자매님, 너무 걱정마세요. 묵주기도 다시 올리시면 마리아님께서도 분명 돌아서실 거예요.”
....ㅠ.ㅠ
명쾌한 답변~! 지혜로운 그 한 마디에 감격~ 또 감격한 나....
그 이후로 제가 어떻게 되었게요?????
신부님을 너무 좋아하고 따르게 되었지요, 뭘.^^
신부님 덕분에 고해소와도 꽤 친하게 되었답니다...ㅇ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것도 다 화해시키려는 하느님 작전이 아니셨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지요.
지금 신부님은 다른 곳으로 떠나셨지만
신부님께 축성 받은 묵주는 제가 힘들고 어려울 때 제일 먼저 찾는 소중한 보물이란 거
신부님도 아시면 힘나실까요?
비가 지금도 오고 있네요....
자연의 소리가 좋아지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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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소에서 생긴 일...
2005. 10. 1. 오전 1: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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