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예수님 땅에 엎드려 기도하셨다
김진태(그레고리오) 신부 // 본원 부원장(가톨릭교리신학원 소식지 25호에서)
땅은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곳,
가장 낮은 곳,
바닥이다.
바닥과 같은 높이에서 기도하셨다.
바닥과 같은 높이려면,
눕거나 엎드려야 하는데,
누운 것은 잠든 것이거나 죽은 것이 아니다.
누운 것은 무사안일이거나 포기이거나이다.
...
우리 예수님이 땅에 엎드려 기도하셨다. 얼마나 외로운가. 얼마나 고독한가.
누구의 위로도 가당치 않은 현장이라야 엎어져 드리는 기도의 의미를 안다.
“정말 외롭다”고 더듬거리며 울먹이던 젊은 사제의 고독한 모습을 기억한다.
“나 정말 외롭다”고 전화에 대고 펑펑 울던 친구의 고독한 모습을 기억한다.
...
허나 잊지 말자. 우리 예수님 우리보다 먼저 땅에 엎드려 기도하셨다.
우리 인생에 사람들의 진한 인생을 담으라신다.
고독하지 않은 비결을 가르쳐 주시지 않고, 오히려 지독한 고독에 사람의 삶을 담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셨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밤을 꼬박 새우고 마는 허망한 외로움이 당연하다고 보여주시려는 듯, 우리 예수님 땅에 엎드려 기도하셨다.
거짓을 거부하는 기도, 진한 인생이 담긴 기도, 발가벗겨진 실상을 재료 삼은 기도!
우리의 기도가 무엇이어야 하는 지 과시라도 하시듯, 하느님 앞에 무릎 꿇은 본래의 인간 존재의 상(像)을 역사 안에 각인하기라도 하시듯, 우리 예수님 오늘 제일 먼저 땅에 엎드려 기도하셨다.
- 나에게도 부활이라는 것이 있을까? 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항상 불만족스럽고, 누군가를 원망하며 살았던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지금의 나는 이제 불만족도 원망도 없는 듯 느껴진다.
하지만 요즘 들어 반대의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것은 남이 나를 불만족스러워하고, 원망하고 있다는 느낌 말이다.
동생이 그랬고, 다른 사람들이...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원수의 손에 넘겨야 하는 불안 속에서 하느님께 엎드려 기도하셨다.
자신을 온통 그들에게 맡기시고, 하느님 곁으로 가시는 그 날까지, 엎드려 기도하시고, 십자가위에서는 하늘을 향해 기도하셨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돌아가셨지만 우리 죄인들 가슴에 항상 살아계시며 현존해 계신다.
오늘 그러한 예수님 십자가 앞에 무릎 꿇어, 통회의 기도를 바친 후 성모님께 묵주기도를 시작했다.
하느님,
제가 죄를 지어
참으로 사랑받으셔야 할
주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사오니
악을 저지르고 선을 소홀히 한 모든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나이다.
또한 주님의 은총으로 속죄하고
다시는 죄를 짓지 않으며
죄지을 기회를 피하기로 굳게 다짐하오니
우리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공로를 보시고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소서.
아멘
나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 내리시고, 저에게도 더이상의 죄를 짓지 않도록 은총과 자비를 내려주십사하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