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질축구(펌글)

2006. 3. 31. 오후 8:58:10

글자
월드컵 우승이 '빈곤의 그림자' 걷어낼까
'내전 상황' 처한 브라질, 축구가 통합의 유일한 장치
  아사드 야와르(internews) 기자   
▲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승한 브라질 축구 대표팀.
ⓒ FIFA.COM
오후 5시를 막 넘긴 런던 중심가. 짙어가는 어둠 속에 한기가 느껴진다. 멋지게 단장한 쇼핑가에 인적이 드물다. 스타벅스도 문을 닫았다. 허술한 관광객을 상대로 잡다한 물건을 파는 남자 혼자 상점을 지키고 있다. 불법으로 거래되는 가짜 스포츠 브랜드 의류 사이에 뭔가가 눈에 뜨인다. 금색과 녹색으로 장식된 스카프다. "브라질, 펜타캄페온." 스카프에 새겨진 문구다. 편협함으로 악명 높은 영국에서조차 "브라질 축구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문구의 내용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듯했다.

축구 외에 브라질이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분야가 있는지 쉽게 떠올리기 어렵다.

그러나 브라질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은 브라질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초강대국이라고 생각한다. 브라질은 세계 5위 규모의 영토를 자랑하며 교역 규모는 9위에 올라 있다. 19세기에 브라질은 열성적으로 산업화를 시작한 선구적 나라 가운데 하나로 제조업과 의약, 항공산업과 정보산업 분야에서 녹록치 않은 전통을 자랑한다.

브라질은 오늘날에도 일부 첨단기술분야의 선두주자다. 브라질이 이룬 "에너지 혁명"은 그 한 사례다. 브라질에서는 80% 이상의 자동차가 석유와 함께 알코올을 혼용한다. 알코올 연료는 브라질 정부가 야심차게 도입한 대체연료다. 알코올은 에탄올 성분이 주가 된 연료로 가공된 사탕수수에서 추출된다. 알코올 연료를 통한 에너지 혁명은 대성공이었고 석유 수입에 들어갈 수 천 억 달러를 절약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브라질은 또한 AIDS 확산방지를 위해 일찌감치 팔을 걷어붙였던 소수 국가 중 하나다. 브라질은 AIDS에 대응할 자체 신약 제조에 나서면서 엄청나게 비싼 특허권을 폐지시켰는데 1990년대 당시만해도 극히 드문 일이었다. 최근에는 중국과 인도를 포함하는 경제 블록인 G-20의 핵심참가국으로 활동하며 세계경제의 지형을 바꿀 잠재력을 확인시키고 있다.

브라질은 최근 최대규모의 사회보장책을 시행하고 있다.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사회보장정책의 이면을 보면 브라질 사회의 그늘이 드러난다. "굶주림 없는 사회"를 의미하는 "포메 제로(Fome Zero)" 정책은 브라질이 처해 있는 양극화 문제에 대한 생생한 보고다.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 현 대통령의 주도 아래 5억 달러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 포메 제로는 극빈층 가정이 음식을 구매할 수 있도록 매달 15달러를 적립하는 전자카드를 제공해 브라질에서 굶주림을 몰아내기 위한 구제정책이다. 브라질 수퍼 모델 지젤 번천은 포메 제로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유명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포메 제로는 브라질 사회가 안고 있는 난제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화려한 수퍼 모델 이면에 굶는 이들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이다. <이코노미스트>의 조사에 따르면 브라질은 삶의 질 면에서 조사대상 111개국 가운데 39위에 올라 있다. 그리 나쁜 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조사 결과 하나로 회복될 수 없이 벌어지고 있는 부유층과 빈곤층의 간격을 메울 수는 없다.

인구 1/3이 하루 수입 1달러 이하의 극빈층

▲ 브라질 영화 <시티 오브 갓>. 리우 데 자네이루의 희망없는 빈민가를 다뤘다.
ⓒ 피터팬픽처스
지젤 같은 부유층은 플로리아노 폴리스 관광지의 화려한 나이트클럽에서 칵테일을 즐기고, 중산층은 세계 경제 흐름에 어깨를 나란히 하며 언제라도 그 흐름을 탈 수 있지만 기아에 허덕이는 수많은 빈곤층은 출구가 없다. 이런 심각한 양극화의 결과는 모든 이들에게 미치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브라질 빈민가의 처참한 실상은 <시티 오브 갓>과 같은 영화를 통해 세계인들에게 소개되었다. 1980년 리우 데 자네이루 빈민가 주민들은 63만7518명으로 집계되었다. 그러나 20년 후에는 71.3%라는 엄청난 증가세를 보이며 109만2476명으로 늘어났다. 브라질 신문 <오 글로보>는 더욱 놀라운 사실을 보도했다. 1991~2000년 사이 리우 데 자네이루 빈민가 인구는 시 전체 인구 증가세의 6배를 상회했다. 2010년경에는 이 도시 시민의 20.1%가 빈민층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브라질 인구의 3분의1에 이르는 5800여만명이 하루 1달러 수입 이하로 살아가는 극빈층이다. 여기에 물질만능주의의 확산이 더해져 무질서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일부 비평가들에 따르면 브라질은 사실상 내전 상태다. 상 파울루에서 여성 수감자들의 상담역을 맡고 있는 헤이디 세르네카는 국제연합 지침을 들어 브라질이 내전상황에 있다고 지적한다. UN은 연간 2만5000명 이상의 국민이 피살되는 국가를 내전상태로 분류하고 있다. 브라질 법무부에 따르면 2001년 한 해 동안 브라질에서 암살당한 이들만 4만명에 이른다.

많은 브라질 사람들, 특히 꿈은 있지만 가난하기만 한 빈민계층 사람들은 이런 암울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모국을 떠나고 있다. 현재 미국에는 130만명 가량의 브라질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보다는 적지만 유럽에도 브라질 출신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현재 <온 글로보> 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연속극 <아메리카>는 재능 있는 사회공학도를 중심으로 미국으로 떠나려는 브라질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아메리카>는 우울한 줄거리로 전개되지만 드라마를 본떠 미국에 진입하려는 이들의 발걸음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05년 4~5월 두 달 동안에만 모두 7000명의 브라질 사람들이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다 검거되었다.

브라질의 이런 국내 정세를 살펴볼 때 축구국가대표팀의 존재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대표팀이야말로 의문의 여지 없이 브라질을 하나로 묶는 유일한 장치다. 어느 나라도 범접하기 어려운 브라질의 월드컵 기록은 이런 면에서 볼 때 우연이 아니다. 월드컵 5회 우승에 빛나는 브라질은 "펜타캄페온"이라는 애칭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1970년대와 80년대 한 동안 주춤거릴 때도 있었다. 당시 지코와 소크라테스 그리고 카레카가 최고의 기량을 펼쳐 보였지만 월드컵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이후 브라질은 다시 성공적인 팀으로 변모한다.

브라질이 세계 축구를 주름잡던 첫 시기였던 1958~70년 사이에 펠레라는 걸출한 축구스타가 있었다. 천부적 재능을 타고난 공격수였던 그는 소속팀 셀레카오에서 77골을 터뜨렸다. 셀레카오 팀 사상 최다 득점 기록이었다. 펠레는 채 20살이 되기도 전에 브라질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었다. 펠레를 앞세운 브라질은 스웨덴 월드컵에서 승승장구하며 결승에서 개최국 스웨덴을 물리치고 줄리메컵을 거머쥐었다. 그로부터 12년 뒤인 1970년 펠레가 활약한 브라질은 멕시코 시티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펼쳐진 결승전에서 이탈리아를 꺾었다. 그가 핵심 역할을 해냈던 당시 브라질 대표팀은 역사상 최고의 팀으로 손꼽힐 정도다. 브라질은 펠레가 뛰지 못한 1962년 칠레 월드컵에서도 우승을 일궈냈다.

2006년 대표팀은 한마디로 "화려하다"

펠레의 시대가 저물면서 뛰어난 공격수들이 브라질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러나 수비 조직력이 문제였다. 1982년과 86년 월드컵은 거듭된 불운의 장이었다. 특히 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프랑스와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로 패해 탈락했다. 브라질 대표팀의 전통적인 특색이라 할 수 있는 화려함과 예술적인 기교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브라질은 "아름다운 축구"와의 결별을 선언하며 논쟁을 불러 일으킨 리카르도 텍세이라의 지도 아래 보다 실질적이고 결과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팀을 재편해갔다.

그러나 팀 재건을 위한 출발은 좋지 않았다. 세바스타아오 라자로니가 팀을 맡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브라질은 아르헨티나에 패하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브라질은 네 경기 내내 신중한 경기를 펼쳤다. 마지막 아르헨티나전에서는 경기를 지배하고도 동점을 만들지 못한 채 1 : 0으로 패했다. 그러나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호마리우의 지능적인 슛과 견고한 조직력을 앞세워 다시 한 번 줄리메 컵을 안을 수 있었다.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이탈리아를 물리치고 이뤄낸 결실이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브라질은 세대 교체를 이루었다. 로베르토 카를로스, 히바우두, 호나우두와 같은 새로운 얼굴들이 전방에 배치됐다. 그러나 생드니 경기장에서 열린 주최국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 브라질다운 경기를 펼치지 못한 채 맥없이 물러나고 말았다. 브라질 선수들은 원하던 금메달 대신 은메달을 목에 걸고 고향으로 향했다. 그러나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벨기에, 터키와의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경기를 손쉽게 풀어나갔다.

그렇다면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브라질은 어떤 모습일까? "화려하다"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겠다. 브라질 대표팀은 각 위치에서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선수기용 폭도 다른 나라를 능가한다. 골문은 AC 밀란과 인터 밀란을 각각 대표하는 문지기인 디다와 줄리오 세자르가 지키고 있다. 왼쪽 수비수는 종횡무진 레알 마드리드를 누비고 있는 로베르토 카를로스가 유력한 가운데 바르셀로나의 뛰어난 수비수가 시우빙유가 도전장을 내민다. 오른쪽 수비 역시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시시뉴가 AC 밀란 부동의 주전인 카푸와 자리를 다툰다.

미드필드는 올림피크 리용에서 활약하고 있는 프리킥의 귀재 주닝유와 유벤투스의 '방패' 에메르손 그리고 아스날의 지칠 줄 모르는 야생마인 질베르토 실바 가운데 한 선수가 낙점을 받을 것이다. 공격수는 누구부터 말해야 할지 어려울 정도다. 카카(AC 밀란), 호나우두(레알 마드리드), 호비뉴(레알 마드리드), 아드리아누(인터 밀란) 거기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호나우디뉴(바르셀로나)가 가세한 공격수들이 선발 네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카카와 아드리아누 그리고 호나우디뉴는 자기 위치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라 할 수 있다.

분명 축구만큼은 브라질이 세계 최고를 뽐낸다. 그럼에도 브라질 선수들은 최고의 자리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 전의를 불태울 것이다. 브라질 국민들이 다른 무엇보다 축구를 통해 결속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유가 필요한 F조
브라질에 맞서는 팀은 즐김의 미학이 필요하다

2005년 12월 9일 본선 조추첨 행사. 추첨자 하이디 클럼은 무난한 조로 분류되는 F조에 브라질을 집어 넣었다.

조별 리그에서는 만만치 않은 저항이 예상되는 크로아티아가 브라질의 가장 강력한 상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 팀은 2005년 8월 크로아티아의 스플리트에서 만나 1 : 1 무승부를 기록했다. 크로아티아는 수비수 로베르트 코바치(유벤투스)와 이고르 투도르(시에나)와 같은 쟁쟁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크로아티아는 니코 크란차르(헤이덕 스플리트)와 다리오 스르나(샥타르 도네츠크)와 같은 재능있는 플레이메이커를 두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공격력이 약한 게 흠.

1974년 서독 월드컵 이후 오랜만에 본선에 진출한 호주도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 것이다. 1998년에는 이란, 2002년에는 우루과이와 벌인 플레이오프에서 패해 가슴을 쳤던 호주는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빌 것이다. 문지기 마크 슈와르처(미들스보러), 미드필더 팀 케이힐(에버튼), 빈스 그렐라(파르마), 노련한 골잡이 마크 비두카(미들스보러)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가겠지만 상대를 위압하기는 어려울 전망.

일본은 브라질 출신 지코 감독을 영입한 후 점차 기량이 향상되고 있다. 지코 감독은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합해 일본에서 15년째 활동하고 있다. 일본에 귀화한 브라질 출신 알렉산드로 알렉스 산토스는 어느 위치도 소화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

일본은 2005년 컨페더레이션컵에서 브라질을 맞아 2 : 2로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일본은 정교한 수비를 자랑한다. 셀틱에서 뛰어난 기량을 펼쳐보이고 있는 나카무라 슌스케가 버티고 있는 미드필더진이 핵이다. 선수들이 유럽무대를 충분히 경험했다는 것도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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