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분석(펌글)

2006. 2. 14. 오후 9:53:52

글자
누가 박지성을 '벤치 박'이라 했던가
[분석] '아시아 마케팅용' 조롱 딛고 성공가도
  존 듀어덴(internews) 기자   
▲ 지난해 11월 12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스웨덴의 친선경기는 전후반 각각 두골씩 주고받은 끝에 2대2로 비겼다. 박지성 선수가 수비수를 제치고 공을 몰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박 벤치(Park bench)'. 지난 여름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할 당시 그에게 붙여졌던 냉소적인 별명이다. 축구팬들은 선수를 비판하는 데 익숙하지만 박지성 선수는 더욱 냉혹한 팬들의 시선을 이겨내야 했다.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명문구단의 유니폼 판촉을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 영입된 선수로 보였기 때문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미 올 시즌의 2/3를 소화해 내고 있다. 한국 언론이 붙여준 별명답게 새로이 가세한 '신형 엔진' 박지성 덕에 팀은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3월 6일 위건 애슬래틱과 치른 다음 원정 경기를 위해 영국 북서쪽으로 진격할 준비를 하며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박지성 선수에 대한 지금까지의 평가는 '더할 나위 없다' 정도는 아니지만 무척이나 호의적이다. 지난 8월 시즌 개막 이래 올해 24살의 박지성 선수가 보여준 훌륭한 기량은 인정받을 만하다. 비록 붙박이 선발출장은 아니더라도 경기 출장 시간을 고려해 볼 때 박지성이 팀의 중요한 일원으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기자들에 따르면,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안에서 "감독이 선발출장 명단에 가장 먼저 이름을 적어 넣는 선수"는 아니다. 그러나 그런 굳건한 위치를 누리는 선수들은 팀 내에 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마도 문지기 에드윈 반 데 사르, 수비수 게리 네빌과 리오 퍼디난드 그리고 공격수 웨인 루니와 루드 반 니스텔루이 정도만이 주전 자리를 굳힌 선수들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 조금이라도 방심한 틈을 보인다면 언제라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박지성의 입지는 소수 붙박이 주전과 후보 선수 사이에 있다. 경기에서 중요한 몫을 해내고 있지만 아직도 얼마나 운동장을 활발하게 누빌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얼마나 벤치를 지켜야 할지도 알 수 없다. 박지성이 벤치에 머무는 것 자체가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 홈 팬들에게는 논쟁이 되고 있지만 말이다.

PSV아인트호벤의 스타 선수이기도 했던 박지성은 이번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치른 25경기 중 무릎 부상으로 결장한 두 경기를 빼고 전 경기에 출전해 좋은 기량을 보여주었다. 올드 트래포드 벤치에서 시간을 허비할 것이라는 은사 거스 히딩크의 우려에 비춰본다면 놀라운 출장기록이다.

팀 동료들에게 '지'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박지성이 두 차례 유럽 챔피언에 등극하기도 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계약하자 PSV아인트호벤의 히딩크 감독은 "맨체스터에서 시간을 낭비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은 벤치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맨체스터 행은 그리 현명한 판단이 아니었다. 브라질 출신 미드필더 클레베르손을 보라.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택했다. 잘못된 선택이었다. PSV에 한 시즌 더 머물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지성에 대한 히딩크의 이런 언급은 그리 설득력 있게 들리지는 않는다. 히딩크에게서 더 사려 깊은 조언을 기대하던 한국인들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히딩크의 판단은 시즌이 진행되면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전체 경기시간 가운데 2/3 소화... 90분 풀타임 출장도 7차례

▲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홈페이지에 소개된 박지성의 프로파일.

박지성은 프리미어리그가 치러낸 전체 경기시간 2070분 가운데 2/3에 해당하는 1321분을 출장했다. 선발로는 15차례 모습을 드러냈으며 90분을 모두 소화한 경기는 7차례였다. 골대를 맞히는 몇 차례의 불운 끝에 지난 4일에는 풀럼과의 경기에서 4-2 승리를 이끈 첫 골도 뽑아냈다.

기록 자체로만 보면 그리 뛰어나다고 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 수준의 팀들 가운데 매주 경기 내내 붙박이로 선수를 기용하는 팀은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선수교체'라는 단어만큼 오늘날 유명 팀들이 신봉하는 표어도 드물다.

아직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잡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박지성이 펼쳐 보인 기량을 공정하게 판단할 줄 아는 이라면 그의 앞날이 밝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PSV아인트호벤에서 첫 시즌을 마친 직후 박지성과 한국인 동료 이영표는 팬들뿐 아니라 팀동료에게도 거센 비난을 받아야 했다.

"그들이 우리와 함께 있긴 하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무런 진전이 없다. 실수를 해서 뭔가 지적하면 여전히 웃기만 하면서 또 다시 실수를 반복한다. 답답한 노릇이다."

박지성이 네덜란드 땅을 밟은 지 1년이 되던 2004년 1월 팀내 고참 미드필더 마르크 반 봄멜이 내린 차가운 평가였다.

그로부터 18개월이 흐른 후 박지성이 2004~2005년 시즌을 눈부신 활약으로 마무리하자 그에 대한 팀원들의 평가도 180도 달라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동료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들 역시 끊임없이 노력하는 박지성의 모습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박지성이 헤쳐가야 할 길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순탄하지만은 않다. 정신없이 빠른 영국 축구 스타일에 비춰볼 때 여전히 공을 자주 빼앗기는 경향이 있으며 그라운드에 넘어지는 횟수도 너무 잦다. 그러나 이런 점들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입을 꾹 다물고 다시 털고 일어나 그라운드를 누빈다. 말없는 결연한 태도 뒤에 성공에 대한 굳은 집념이 보인다. 이런 점이 자국 리그에서도 뛰어본 경험이 없던 그를 성공으로 이끈 요인 가운데 하나다.

지난달 박지성은 말했다.

"베컴만큼 잘 생기지는 못했지만 그 못지않게 축구를 잘 할 자신이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팀이 주는 중압감과 팬들의 기대를 피부로 느낀다. 맨체스터가 나를 영입한 것은 아시아에 대한 마케팅 차원의 고려가 아니라 실력 때문이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내 가치를 입증하고 싶다."

그는 이미 아시아 시장 '내부'를 겨냥한 카드 이상의 선수임을 충분히 입증해 주었다. 그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명문팀 안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며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과정을 지켜볼 일만 남아 있다.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의 축구 칼럼니스트인 존 듀어덴은 런던정경대학을 졸업 한 뒤 현재 서울에서 활동 중인 프리랜스 언론인이다. 아시아 축구가 전문분야로, 영국의 유명축구잡지인 '442'에서 아시아 축구를 맡고 있다. 또한 영국의 <가디언>지와 국내 일간지 및 기타 출판물과 웹사이트에 문화, 정치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댓글 1

  • 2006년 2월 15일 오전 3:21

    어제 TV에서국가대표새로바뀐유니폼 입고나온 지성선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