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야기(펌글)

2006. 2. 8. 오전 11:51:17

글자
독일월드컵 '제2의 히딩크'는 탄생할까?
[포커스] 다크호스 앞세워 세계를 놀라게 할 명장들
  이준목(seaoflee) 기자   
'히딩크 효과'로 불어 닥친 스타 감독 열풍

축구 감독도 바야흐로 선수 못지않은 스타로 대접받는 시대다. 야구나 농구와는 또 달라서 감독이 직접 경기 현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어보이는 축구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팀을 만들어내는 감독의 역량이 커 보이기도 한다. 감독은 11명 선수들을 단원으로, 거대한 교향약단을 이끄는 지휘자와도 같다.

한국축구에 처음 스타 감독의 신화를 창조해낸 것은 거스 히딩크(현 호주)였다. 분명한 목표와 비전, 체계적인 선수 관리와 전술 운영, 과감하게 허를 찌르는 승부사 기질, 능수능란한 언론플레이까지. 히딩크는 기존 실패한 국내 지도자들이 갖추지 못했던 지도자로서 경륜에, 대중의 시선을 통제할 수 있는 쇼맨십과 비즈니스 감각까지 두루 갖춘 준비된 스타였고, 그의 존재는 이후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축구계에서 스타급 지도자의 전형적인 모델로 인식되었다.

한국에도 차범근이나 허정무 같은 스타급 감독들이 있었지만, 협회의 통제에서 벗어나 감독으로서 전권을 보장받았던 것이나, 지능적인 언론플레이 같은 측면에서는 히딩크와 비교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2002 한일월드컵이 배출한 최고의 히트상품이 한국의 4강 진출이었고, 그 중심에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네덜란드식 압박축구의 전통을 처음 정착시킨 히딩크 감독이 있었음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당시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끈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이나 터키의 세놀 귀네슈, 세네갈의 브루노 메추 같은 명장들도 있었지만, 히딩크의 성과는 역시 본선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변방의 약체 한국을 일약 4강까지 끌어올렸다는 데 있다. 개최국의 이점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객관적인 전력면에서 최약체로 꼽혔던 데다 월드 클래스 선수 하나 없는 열악한 팀을 이끌고 세계의 강호들을 연파했다는 사실에 비교하기는 어렵다.

물론 히딩크의 기대 이상 성공은, 언론과 축구팬들에게 일종의 환상으로 남아서 이후의 감독들이 모두 히딩크의 그림자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후임 감독들의 부진의 늪에 허덕일 때마다 히딩크와 계속 비교되고, 성공적인 팀 운영과 감독 리더십의 모델로 제시되는 것은 알고 보면 모두 '히딩크처럼'을 벗어나지 못한 부작용이다.

다크호스들을 이끌고 세계를 놀라게 할 새로운 명장은?

축구라는 스포츠가 흥미로운 점은, 그 어느 종목과 비교해서도 이변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2002 월드컵에서 우승후보 프랑스나 아르헨티나가 탈락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터키나 세네갈이 4강, 8강의 업적을 이루리라고 누가 기대했겠는가.

그러나 객관적 전력에서 뒤지던 다크호스들을 이끌고 일약 돌풍을 일구어낸 감독들은, 상대적으로 화려한 우승후보팀의 감독들보다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다. 팀의 능력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감독의 역량이 단연 두드러져 보이는 이유다.

과연 2006년에는 누가 히딩크의 뒤를 이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기적을 보여줄 것인가. 물론 우리가 가장 기대하는 이름은, 일단 그와 같은 네덜란드 출신이자 묘하게도 같은 대표팀을 지휘하게 된 한국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다. 히딩크와 나란히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을 역임하기도 했던 아드보카트는 4년의 시간을 두고 이번에는 한국대표팀 전-현직사령탑이라는 연결고리로 만났다.

강한 체력을 앞세운 전형적인 네덜란드식 압박축구를 선호하는 점에서 두 감독은 비슷하다. 특히, 지난 한일월드컵 이후 매너리즘에 빠져 혼선을 빚고 있는 한국축구를 안정시키며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문제는, 히딩크와 달리 월드컵까지 절대 부족한 준비기간과 유럽원정으로 치러지는 월드컵이라는 부담을 극복할 수 있느냐는 데 있다.

한국과 같은 조에 배속되어 2위 다툼을 벌일 최대 라이벌로 지목되는 스위스의 야콥 코비 쿤 감독도 주목할만하다. 국가대표 미드필더 출신인 쿤 감독은 2001년 스위스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래 젊은 선수 위주로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하며 지난 월드컵 3위 터키를 꺾고 스위스를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이렇다할 스타는 없지만, 지난 2004 유로대회 챔피언 그리스를 연상시키는 탄탄한 조직력과 실리 위주의 축구가 강점.

70-80년대 유럽의 강자로 명성을 떨쳤던 '유고 축구'의 전통을 계승한 세르비아-몬테네그로의 일리야 페트코비치 감독도 빼놓을 수 없다. 조 추첨에서 네덜란드-아르헨티나 같은 대륙별 최강팀들과 함께 '죽음의 조'에 배속되는 불운을 겪었지만, 어느 팀도 세르비아-몬테네그로를 만만한 승수 제물로 여기지 못한다. 바로 페트코비치가 완성시킨 견고한 수비축구의 힘 때문이다.

세르비아-몬테네그로는 이탈리아 전성기의 카데나치오를 연상시키는 그물같은 수비망으로 유럽예선 10경기에서 1골밖에 허용하지 않는 위력을 뽐냈다. 대진표의 불운에도 불구하고 세르비아를 우크라이나, 가나와 함께 이번 월드컵의 가장 강력한 다크호스로 꼽는 이유다.

야구와 농구라면 모를까 축구에 있어서는 사실상 불모지가 다름없는 미국을 일약 북중미 최강으로 끌어올린 브루스 아레나 감독도 '재야의 명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98년부터 재임하며 장장 8년 넘게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아레나는 지난 2002년 한국팀과의 경기로 국내 팬들에게도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인물.

테크니션들을 활용한 미드필드에서의 창조적인 축구를 선호하는 아레나는, 가능성 있는 유망주를 발굴해내는 능력 또한 남다르다. 랜던 도노반이나 다마커스 비즐리 같은 떠오르는 신예들을 발굴하여 대표팀의 중심축으로 키워냈으며 이번에는 축구신동으로 불리는 프레디 아두를 합류시켜 지난 월드컵의 8강 신화를 재현할 태세다. 문제는, 미국 역시 이번에 이탈리아-체코-가나를 잇는 '죽음의 조'에 걸려들었다는 점.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4강 신화의 '원조' 거스 히딩크 감독은 이번엔 호주대표팀을 이끌고 영광 재현에 나선다. 월드컵 진출에 한이 맺혔던 변방의 강자 호주를 일약 본선에 끌어올린 히딩크는 '오리지널'의 진가를 다시 한번 입증해보였다.

해리 키웰-마크 비두카 등 걸출한 빅리그 선수들이 즐비한 호주의 전력은, 2002년의 한국보다는 자원과 경험 면에서 월등한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조직력이 취약한 데다가, 브라질-크로아티아-일본 등 각 대륙의 강자들과 맞붙는 대진운도 그리 녹록치 않다. 한국과 달리 자유분방하고 개성 강한 호주 선수들을 월드컵까지 잘 통제할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할 부분이다.

댓글 1

  • 2006년 2월 13일 오전 12:42

    기술위원님.ㄳ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