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수비와커바플레이..(펌글)

2006. 2. 13. 오후 5:49:06

글자
협력수비와 커버플레이 사이에서 고민하다
[한-코스타리카 전] 순간 판단력이 얼마나 중요한가
  심재철(soccer) 기자   
단 한번의 실수가... 1 : 0... 12일 오전 미국 오클랜드 맥아피 콜리세움에서 열린 한국-코스타리카 축구경기에서 알바로 사보리오가 전반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후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상학

공격면에서 완성도는 조금 떨어졌지만 경기를 전체적으로 지배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우리 축구대표팀은 12일 아침 오클랜드에서 벌어진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0-1로 아쉽게 졌지만 기술적으로 앞서 있는 까다로운 북중미 선수들을 맞이하여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폭풍같이 몰아쳤던 22분~31분

축구에서 경기를 지배하는 방법으로 가장 기본적인 것은 수비쪽에서 압박을 통해 공의 소유권을 빼앗는 부분이다. 상대가 아무리 약하다고 해도 90분 내내 공을 쥐고 돌아다닐 수 없는 것이 축구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현대 축구에서 압박 여부가 얼마나 승패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알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멕시코에 이어 북중미&카리브해 지역 예선에서 3위에 올라 월드컵 본선에 올라온 강팀 코스타리카를 맞아 우리 선수들은 투지 넘치는 압박 전술을 통해 전체적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공격 마무리에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기는 했지만 대체로 자신감 넘치는 미드필드 플레이를 펼쳐가며 좋은 공격 장면을 여러 차례 이끌어냈다.

특히 22분부터 31분까지 약 9분간 숨가쁘게 몰아친 우리 선수들의 공격력은 누가봐도 주눅 들 수밖에 없을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백지훈의 전진 패스에 이어 이호가 상대방 위험 지역에서 직접프리킥을 얻어낸 것을 시작으로 몸이 풀린 우리 미드필더들은 코스타리카 수비수들을 정신 없이 흔들어 놓았다.

26분에는 김남일의 가로채기부터 시작한 역습이 정경호→백지훈으로 이어지며 보는 이들의 심장 박동수를 제대로 올려놓았다. 백지훈이 페널티지역 안쪽에서 왼발로 찬 회심의 슛은 가로막는 수비 몸을 스치며 골문 왼쪽 기둥을 때리고 나갔다. 너무나 아쉬운 장면이었지만, 김남일-정경호-백지훈으로 이어지는 공의 흐름은 아주 좋았다.

또한 이렇게 전반전 중반 약 9분 가량 이어진 거센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 측면 수비수, 미드필더, 공격수들 중 소외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백지훈-이호-이천수(슛)
김동진-정경호-조재진(슛)
김남일-정경호-백지훈(슛)
조원희-이천수-조원희-이호(슛)
백지훈-정경호-조재진-백지훈-김남일(슛)


이렇게 다섯 차례의 우리 공격이 이루어지는 동안 코스타리카의 공격은 단 한 차례도 우리 위험 지역 가까이로 올라오지 못했다는 사실도 의미 있는 것이지만 모두 슛으로 마무리했다는 점도 칭찬할 만하다. 물론, 상대 골문 안쪽으로 날아가는 슛이 두 개에 머물렀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전지 훈련의 결실이 조직력이라는 열매로 잘 영글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압박 능력이 모자랐다면 그렇게 거센 공격 흐름은 결코 이어지지 못했을 것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세가지 B - Balance, Ball Control, Brain

"아깝다..."... 12일 한국-코스타리카 축구경기에서 이동국이 상대골문에서 헤딩 슛을 시도하려했으나 골키퍼의 선방에 가로막히고 있다.
ⓒ 연합뉴스 이상학
현대 축구는 선수들에게 세가지 B를 요구한다. '몸 균형(Balance)' 유지와 '볼 컨트롤(Ball Control)' 능력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두뇌(Brain)'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몸만 힘들고 지켜보는 사람도 오만상을 찌푸리게 마련이다.

전반전, 코스타리카 선수들은 단 한 차례의 위협적 공격 상황에서 페널티킥 결승골을 이끌어냈다. 공격형 미드필더 누네즈의 공간 움직임과 노련한 드리블 실력도 좋았지만, 우리 수비수들의 대처 모습이 못내 아쉬웠다.

여기서 우리 수비수들은 보는 이들에게 '1+1=2'와 '1+1=-1'라는 두가지 수식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우리 오른쪽 측면 공간에 떨어진 공을 누네즈가 잡아 페널티지역 안쪽으로 치고 들어오는 과정에서 조원희와 김상식이 협력 수비를 펼쳤다.

이 찰나에 축구에서 말하는 세가지 B가 모두 작용했다. 누네즈는 달라붙는 두 명의 수비수 사이의 공간으로 볼을 컨트롤하며 치고들어왔고, 가운데 수비수 김상식은 몸 균형을 잃고 손을 써야만 했다. 물론, 조원희도 몸 균형을 잘못 유지해 돌아서는 동작이 조금 느렸다.

여기에서 정말 아쉬운 점은 '협력 수비'와 '커버 플레이' 사이의 판단이었다. '애초에 둘이 한꺼번에 달려드는 것이 효율적인가?(협력 수비)' 아니면 '조원희가 먼저 달라붙은 다음, 그 빠지는 뒷공간을 김상식이 따라가 막아낼 것인가?(커버 플레이)'에 대한 고민이다. 물론 우리 두 선수는 다급한 나머지 누네즈에게 한꺼번에 달라붙다가 나쁜 결과를 보았다.

이와 관련하여 기억해야 할 매우 뜻깊은 장면이 이미 경기 초반 이루어진 바 있다. 경기 시작 5분만에 코스타리카의 누네즈는 우리 오른쪽을 파고들다가 수비수들에게 걸린 적이 있다. 이 상황에서 미드필더 김남일은 우리 페널티지역 모서리 밖에서 먼저 반칙을 저질러 숨을 돌렸다. 물론 바로 뒤에는 김동진이 따라붙고 있었다. 그만큼 협력 수비에는 적어도 한 명 이상의 미드필더가 가담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준 장면이었다.

39분, 페널티킥을 내주기 직전에 위험 지역 밖에서 조원희가 김남일처럼 반칙으로 끊어주었다면 어땠을까? 또는 김상식이 조원희의 뒷공간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커버 플레이를 시도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두고두고 남았다. 김상식은 이미 15분에 침착한 커버 플레이로 코스타리카 공격을 무력화시킨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아쉬움은 더욱 컸다.

오는 6월 독일로 들어가 만나게 되는 강한 팀들의 공격력을 생각해 볼 때, 수비 장면에서 순간적으로 판단해서 실행에 옮기는 문제(Brain)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축구 선수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 없다. 이것은 옆줄 밖에 있는 벤치에서 소리친다고 해서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명심하자, Brain이 있어야 한다

후반전 중반 이후, 아드보카트 감독은 쓸 수 있는 공격수들(박주영, 이동국, 정조국)을 모조리 들여보내며 모험을 걸었다. 그만큼 그는 이대로 주저앉는 것을 그대로 지켜보기만 하는 감독은 아니다. 축구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지지 않기 위해, 그 준비 과정도 중요하지만 실제 경기 속에서 그 준비한 것들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 하는 것은 더 중요한 것이다. 그것을 완성시키는 것은 선수 하나하나의 개인 능력이다.

몸 균형을 유지하며 90분 내내 뛸 수 있는 능력, 상대의 빈틈을 잘 파고드는 볼 컨트롤도 물론 중요하지만 결정적으로 플레이어의 '머리'는 이 모든 것을 넘어서게 하는 매우 소중한 부분이다.

우리 선수들, 힘겨운 전지 훈련 과정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또 하나의 까다로운 상대 멕시코 선수들을 만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결실을 얻고 돌아오기를 바란다. 진정한 축구팬들은 단순한 승리 소식만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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