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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은 상대방의 수를 미리 읽어 둘 곳을 선택한다고 한다. 작은 반상위에서 서로 치열한 머리싸움이 펼쳐지는 것이다. 축구는 몸으로 하는 것이지만 전술, 즉 머리로 하는 것이기도 하다. 상대방의 수를 미리 읽을 수만 있다면 그 경기는 이길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미야모토 무사시(1584∼1645)가 지은 <오륜서>에 보면 '적의 입장에서 판단하라'는 것이 있다. "대규모 전투의 경우 적이 강하다고 생각하여 큰일을 앞두고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기 쉽다. 그러나 자신이 뛰어난 병사를 거느리고 병법을 이해하며, 적을 이길 수 있는 이치를 알고 있다면 아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무사시의 '오륜서' 중에서- 이건 우리가 강팀을 만났을 때 너무 기가 죽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겠다. 피파랭킹 21위인 코스타리카에겐 0대 1로 분패했지만 그보다 한 단계 위인 피파랭킹 20위인 크로아티아를 맞아서는 오히려 2대 0으로 이겼다. 더구나 우린 2002한일월드컵에서 강팀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4강까지 달성했었다. 물론 커다란 어떤 흐름에 의해 경이적인 성적을 거두었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앞으로 열릴 독일월드컵에선 홈구장의 이점은 없다. 공은 둥글기 때문에 승부는 가른다고 한다. 그래서 약팀이 강팀을 이기는 변수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 약팀이 혹, 적의 입장에서 판단하지는 않았을까? 그리고 철저히 준비하지는 않았을까?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우리와 맞붙은 이탈리아는 교묘한 몸싸움으로 우리 선수들을 괴롭혔다. 월드컵에서도 심판이 보지 못하는 교묘한 반칙이 많이 나올 것이다. 그런 점을 충분히 대비하는 전술도 익혀야 한다. 1대 1 승부의 경우에도 적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야 한다. 뛰어난 바둑기사는 상대방보다 한 수 위를 더 본다고 한다. 강한 상대면 우린 그보다 한 수 위의 수를 읽어내면 된다. 물론 그 수를 읽어낸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경기를 녹화한 다음에 분석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인 것이다. 이제 피파랭킹 7위인 멕시코가 기다리고 있는데 강호 멕시코는 최종지역예선에서 활약한 주전 대부분을 한국전을 앞두고 소집했다고 한다. 2002년 영광을 함께 했던 핌 베어벡 코치도 어차피 수만 명의 관중이 모이는 월드컵에서 감독의 작전을 일일이 이해하기란 어렵다고 한다. 즉 선수들 자신이 전술을 충분히 이해하고 변화까지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태극호가 그 수준에 다가가고 있다고 했다. 넓은 축구장이 작은 반상이 되어 이제 머리싸움이 시작된다. 누가 흑돌을 잡을지 백돌을 잡을지 모르지만 수를 먼저 읽고 차분히 대처하는 팀에게 승산이 있다. 적의 입장에서 판단해 보자 |

위창남(cfhit)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