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사

2007. 12. 2. 오후 9:02:58

글자
 
캘커타, 인도, 2004
 
오랜만에 성당에 또다시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들락날락' 신세가 되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마음만은 푸근하더군요. 사진은 테레사 수녀님이 생전에 봉사하시다가 돌아가신 '죽음을 기다리는 집'입니다.
약 3년  전에 홀로 인도여행 중에 인도의 북동쪽 끝자락에 있는 이곳에 들러 단 일주일 동안 봉사 아닌 작은 일을
한 일이 기억납니다. 일이라고 해봐야 빨래, 식사 수발, 청소 등입니다. 우리 한국의 청년들은 힘든(?) 빨래를 도맡아
합니다. 서양인들은 기껏해야 여러 단계를 거쳐 깨끗해진 담요 등을 비틀어 물을 짜내는 일을 합니다만. 우리 젊은이들은 양말을 벗고 바지춤을 걷어 강한 크레졸을 버무린 세탁물 위에서 춤을 추듯이 두 발로 번갈아가며 발기도를 합니다.  당시에 이곳 '너말 흐라이데이(죽음을 기다리는 집)' 에는 205명의 노인들이 수용되어 보살핌을 받고 있었어요. 다들 심각한 병을 앓고 있거나 거리에 버려진 행려자 중에서도 가장 불행한 이들만이 모셔져 있지요.  저는 여기서 세탁물을 소쿠리에 담아서 사진에 보이는 나무 계단을 통하여 옥상과 지붕에다가 펼쳐서 뜨거운 햇빛을 받도록 넓게 펼치는 작업을 도왔습니다. 어느 교구에서 왔는지 잊어먹었지만 우리의 젊은 신부와 신학생들도 방학 중에 와서 한달 간 봉사활동을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불행한 노인분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펼치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러움을 가지게 됩니다. 어느 누구도 세월과 병마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첫글 치고는 너무 무거운 말을 늘어놓은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해가 뜨면 모두의 머리에 따스하게 비추듯이 하느님의 은총이 특히 그늘진 곳에 가득하기를 기원해 봅니다. 

댓글 8

  • 2007년 12월 2일 오후 11:41

    요즘 마더 데레사에 관한 책을 읽고 있는데 참으로 재치가 넘치시고, 선이 굵고, 유머스러움은 물론 창의성이 뛰어나신 분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겸손과 따뜻한 마음, 본질을 꿰뚫는 사고는 말할 것두 없구요. '마더'라는 말에 넘치시는 분이시란 걸 느끼며, 신앙적인 면뿐 아니라 인간적인 면으로도 존경 그 자체라 읽고 있는 내내 행복하고 기쁘답니다. 처음 나온 책에서 사진도 많이 넣어 재출판되어서인지 더욱 가까이 느껴집니다. 여기서 살아있는 이야기를 접하니 더욱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 2007년 12월 3일 오전 11:18

    꼭 뵙고싶은 분이신데... 이렇게 다시 사진으로 보여주신데에 감사합니다.

  • 2007년 12월 3일 오후 4:44

    아우힘겹던시절에그곳에서의사람들이야기를읽고마음이따뜻해졌었습니다.-'제친구들과인사하실래요?저는천사를믿지않지만'이라는그러나나는그곳에가지못할거같네요

  • 2007년 12월 3일 오후 11:09

    누구보다도 제일 아늑한 자리에 천사들 가운데 있을 것 같은 정수! 그대 안에 있는 천사를 늘 보아요.

  • 2007년 12월 4일 오전 12:49

    도마님! 반갑습니다. 예전에 C점에 가면 늘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몰두하고 계시던 모습이 떠오르는군요. 재주 및 능력이 출중하고 감성이 풍부하며 정이 많은 그러면서도 이성적인 그런 분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2004년 방학을 무척 뜻깊게 보내셨네요. 도마님의 또 다른 모습을 뵙는 것 같아 기쁩니다.

  • 2007년 12월 4일 오전 12:49

    빈자의 성녀"로서 소외되고 버림받은 나병환자,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돌보며 평생을 헌신하신 마더 데레사님의 모습이 상상됩니다. 그리고 사진 속 담요를 두른 분의 눈빛이 가슴을 파고드는군요. 우리들의 작은 도움이 그분들에게는 살아가는 희망일수도 있는데... 많은 반성을 해봅니다. 이제 정회원님이시니까 홈피에서 자주 만나요^^*

  • 2007년 12월 5일 오후 11:37

    사진의 매력에 빠져 살더니 엮시 멋 있는 한 장의 사진이로군. 흑백 사진의 멋

  • 2007년 12월 6일 오후 5:27

    우리가 살고있는 지구 저쪽에 이야기군요!!! 직접 경험하셨다니 놀랍고 정말 충격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