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허우 샤오시엔
출연 : 장첸, 서기
상영시간 : 133분(2005년 작)
안녕하세요?
매디슨 공동체 여러분!
다시 영화모임이 시작되는군요.
아마, 신부님의 새로운 거처가 마련되었나 보죠?
영화 보는 장소가 새로운 곳이네요.
그 곳도 봄 소식이 왔나요?
이곳은 벚꽃이 너무 아름답게 피어서 공부만 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날씨의 연속이랍니다.
이번 주에 우리가 함께 볼 영화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래서 <가장 행복한 시간(영화의 원래 제목입니다.)>을 표현한 영화, 대만의 거장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쓰리 타임즈(Three Times)>입니다.
사랑의 아픔을 겪어 본 적이 있거나,
이뤄지지 않는 사랑에 대한 기억이 있는 분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인간 한계'에 기인하는 어쩔 수 없는 우리 실존의 조건임을 약간 눈치채고 계신 분들은 이 영화, 꼭 보셔야 합니다.
영화는 옴니버스 형식의 3부작인데, 1911년 부터 2005년 까지를 아우르는 시대극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정작 감독 자신이 하려고 하는 얘기는 "사랑의 빈공간" 입니다.
그게 뭐냐구요?
사랑을 해 본 사람은 알 수 있는 감정이죠.
여기 한 남자가 있습니다.
호감으로 시작하여 점점 관심으로 번지며 마침내 관계로 승승하기를 원하는 여자가 있죠.
둘은 감정의 교류를 경험합니다.
이 감정의 교류는 병렬식이어서 둘이 놓인 관계 안에 필연적으로 '공간'이 놓일 수 밖에 없죠.
인간은 이 필연적인 관계안의 '공간'을 평생 '두고 봅니다'
아쉬움으로
안타까움으로
혹은 증오로
영화는 1966년 대만의 제 2의 도시인 가오슝을 무대로 시작됩니다.
휴가를 맞아 이 도시를 찾은 남자 주인공이 당구장 여 종업원 슈메이(우리말로 '수미'라는 이름인데 대만에서 가장 흔한 이름이래요)를 만나 천천히 그녀에게 호감,관심, 그리고 교류를 경험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이곳을 찾은 남자는 여자를 찾을 수 없고 덩그러니 빈 공간의 당구장안에 놓이게 되는데 남자의 마음 안에 남는 것은 결국, "교류에 대한 기억" 뿐,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죠.
무대는 1911년으로 옮겨가고, 대만의 개혁을 꿈꾸는 개화사상가 첸은 우연히 유곽에서 기녀 아메이를 만나게 되는데, 그들의 교류는 당시 신분사회가 주는 어마어마한 장벽 앞에 서로를 선뜻 내어 주지 못하는 시류의 한계로 인해 미세한 교류안에 면면히 흐르는 단절의 고통을 체험하게 됩니다. 사랑하면서도 다가서지 못하는 신분의 한계를 절묘한 절제미로 잘 그려내고 있는 부분입니다.
영화의 세번째 파트는 2005년 타이뻬이로 옮겨 오고 실명한 클럽 여가수와 그녀의 사진을 찍으며 서서히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의 운명을 그리고 있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위험한 사랑은 계속 진행되죠.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인간의 <인연>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의 세 옴니버스를 모두 같은 배우가 연기하게 되어서 그런 점도 있지만, 모든 영화가 그렇듯이 영화속의 인물들이 펼치는 각기 다른 인생살이들의 우여곡절과는 전혀 별개로 제 개인적인 삶의 투영이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살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 봤지만 잘 안되는 경험을 하여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일종의 애절한 열패감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기까지는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정작 감독 자신은 그 애절한 열패감을 인생의 가장 행복한 시간, 즉 <최호적시광(最好的時光);영화의 원제목 > 이라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한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평생을 그리워 하면서도 아니 만나고 사는 것이
인연이라면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