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아키 카우리스마키(2002년 작)
과거가 없는 남자( The Man Without A Past)

안녕하세요?
매디슨 교우 여러분.
저는 지난 12월 그곳에서 여러분들을 짧게 만나 뵙고 아틀란타에서 있었던 예수회원들 모임에 참석한 후, 루이지애나 주에 있는 베네딕트 수도원에서 혼자 피정을 하고 다시 이곳, Berkeley로 돌아왔답니다. 이번 여행 중에 가장 좋았던 것은 남부의 프랑스 풍 대수도원에서 베네딕트 수도승들과 함께 기도하고 영적독서를 한 것이었어요. 저는 이번 여행에서 저의 성소의 기원이 되어주었던 벨기에 예수회원 Egid 신부가 쓴 <A Friend to All Men>이란 책을 다시 천천히 읽었답니다. 이 책은 꼭 10년 전 제가 파리에서 홍세화 선생을 인터뷰할 때 만났던 책인데 이제는 많이 낡아서 겉장이 너덜너덜 하군요.
알랭레네의 <지난해 마리앵바드에서>와 <히로시마 내 사랑>은 “사랑”을 기억하는 인간의 행위를 가장 숭고하게 담아 낸 작품이란 생각을 했어요.
기억은 때론 레테의 강을 건너야 하는 인간 숙명의 망각으로 인해 심각히 손상되어 서서히 잊혀져 가야 하는 운명에 노출되어 있는 기능이지만, 알랭레네 감독은 이 “망각”을 통해 새로운 창조의 기억을 도출해 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사랑했던 기억이 서서히 잊혀져 갈 때, 사랑의 정점에 서 있었던 기억을 새롭게 해석해 삶의 의미를 되 찾으려는 인간의 노력은 망각의 두터운 베일을 찢고 투명하게 인간본질을 비추어 드러나게 한다. 이것이 이른바 인간이 고양되는 순간이다. 그러므로 망각은 건설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이번 주에 우리가 함께 보게 될 영화,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과거가 없는 남자(The Man Without A Past)>는 건설적인 망각을 하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 입니다.
우연한 사고로 기억을 잃게 된 한 남자가 가난하고 부랑아들이 함께 사는 마을에 들어가 구세군 여성 이루마 라는 사람을 만나면서 사랑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아키 감독 특유의 “건조한 따뜻함”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는 블랙코미디 형식의 영화 입니다.
기억의 상실은 잊어버림에 대한 망각의 슬픔보다도 새로운 정체성의 건설로 보아야 한다는 알랭레네의 “기억론”에 천착한 핀란드 출신의 거장 아키 감독 작품의 미덕은 재미있으면서도 어느새 눈물이 나는 그래서 웃기지만 어딘가 모르게 우리의 애환이 흐리게 투영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영화입니다.
동생과 함께 핀란드 헬싱포르스에서 유명한 레스토랑을 경영하는데 매년 그 수익금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감독으로 유명했죠.(핀란드의 영화 산업은 거의 전무 하다시피 하거든요…) 그래서 만든 작품이 <성냥공장 소녀>라는 작품인데 강추 입니다.
아키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절대로 영화제 경쟁부분에 출품하지 않는 철학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늘 국제 영화제에 초대되지 않거나 그냥 일반 시사용으로 공개되는데, 이 영화, <과거가 없는 남자>는 55회 칸느 영화제에서 여우 주연상과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던 작품 입니다. 이래적으로 경쟁 부분에 출품한 이유는 그 동안 레스토랑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작품을 하던 그가 제작자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영화인 이유로 영화제 출품의 결정권이 제작자에게 있었던 까닭입니다.
재미 있는 것은 그의 레스토랑에서 그가 만들고 있는 여러 단편영화들을 공개하는데 무척 인기가 많다고 하네요.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과거를 잃어 버렸던 남자 M이 자신의 과거가 어떠했는지를 알게되는데 이 부분을 눈 여겨 보아 두시길 바래요.
영화 재미있게 보세요.
참.. 그곳에 머무는 동안 기쁘고 즐겁게 “놀 수” 있도록 배려 해 주신 많은 분 들께 마음 깊은 곳에서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상용 수사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