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를 맺기 위하여..

2006. 8. 1. 오후 2:29:46

글자

요한 15,16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나는 너희가 가서 열매를 맺어 너희의 그 열매가 언제나 남아 있게 하리라.

 

오랫만에 오늘 새벽 미사를 드렸다.

월요일부터 나는 거처를 언니네 집으로 옮겨왔다. 시어머님께서 입원하셔서 온가족이 돌아가면서 간병을 한다고 언니가 밤에는 병원에서 자야하니 나에게 와서 아이들과 함께 있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흔쾌히 그러겠다고 하였다.

나는 옛날부터 나의 바로 위 언니랑 친하게 지낼수가 없었다. 언니는 나와 정반대의 성격이고 언니를 생각하면 내가 넘지 못할 커다랗고 높은 벽처럼 생각이 되어졌다. 학교 생활도 그렇고 심지어는 결혼후에도 그랬다. 지금껏~! 언니가 나를 사랑해주는 방법이 언제나 나는 마음으로 와닿질 않고 꾸지람으로 들렸다.

하지만 오늘 생각해보니 내가 가장 힘이 들고 쥐구멍을 찾고 싶을때 찾아간곳도 작은언니네였고,

내가 암이라는 병마와 싸우고 있을때 내 옆에서 함께 잠을 잔 형제도 유일하게 작은 언니였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깨달았다.

주님께서는 내가 그렇게 어려워 하고 마음을 나누기가 어려웠던 작은 언니와 힘든시기에 함께 살게 하셨고, 또한 내가 힘들때 나를 도와주는 도구로 써주셨다.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오늘은 그것이 참 이상했다.

어제 저녁에 언니가 병원에 가기전 무심코 물어본 말 "언니는 아픈데 없지?-어릴때 부터 작은언닌 항상 튼튼했었기 때문에-" 하고 물었다. 밖으로 나가면서 무심코 던지는 말 "왜 없어? 나도 위가 좋지 않아.."하고 말을 하였다. 나는 조카들과 저녁밥을 먹으면서 작은형부도 당뇨가 심하고 아이들도 집안 식구들의 유전으로 약간의 당뇨증상이 있다는것을 들었다. 그랬구나. 언니도 형부도 온 가족들이 모두 건강한 몸이 아니었구나. 나는 나만 환자고 모두 튼튼한줄로만 알았는데, 순간 내가 얼마나 교만한가를 깨닫게 해주셨다.

언제나 언니와 나를 비교해보면 학력도↑ 활달한 성격↑ 체력도↑ 가정생활도↑ 여러가지가 항상 나보다 나았다. 나의 이 컴플렉스가 언니와 나 사이에 금을 그어버린것이다. 내가 기억을 잘 못하는 어릴때 부터 그래왔던 것이다.  학생때부터 나 스스로가 언니와 비교해 오던 것들이 나의 맘에 언니라는 존재를 멀리하게 만들었다. 다른 자매들은 결혼후에 더욱 사이가 좋아져서 서로 만나서 이것 저것 나누기도 하는데 나만큼은 언니와 만나는것이 두렵기까지 했다. 항상 혼이 나니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니와 나 사이에 관계된 놀라운 일은 계속 되었다. 같은 공동체의 회장님이 우리 언니 봉사자로 계셨고, 공동체 식구중에도 언니와 함께 공부하신 분이 있으셨다. 나중에 이름을 대니 어? 그 자매 동생이었구나? 언니 잘있어요? 언니 만나면 내 이야기하고 안부 전해주세요.  - 다들 이렇게 이야기 하셨지만, 그때마다 나는 가슴에 바늘을 찌르는것 같았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그랬다. 나는 진실로 언니에게 감사할줄 모르는 동생이었다. 피도 섞이지 않은 자매들과는 친언니 친동생처럼 지내면서도 정작 나와 진한 피를 나눈 나의 형제에게는 뭔가 모를 금을 그어놓고 살아왔다.

이런 내게 오늘은 커다란 깨우침을 주셨다.

시어머니의 입원, 남편과 본인의 건강이 예전 같지 않음. 내가 본 언니의 모습은 정말로 십자가와 함께 살고 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이런 언니를 나는 사랑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남들이 내게 언니의 안부를 물을때마다 나는 정말로 기도했었다. 주님께 온전히 언니도 사랑하게 해달라고 남한테 하듯이 나도 언니에게 잘해주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다. 왜냐면 나의 의지로는 도저히 그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는 언니네 집에 가는 퇴근길이 참 행복하였다.

언니에겐 늘 도움만 받고 고마워할줄도 몰랐던 내게 주님은 가서 너가 도울수 있는만큼 넉넉히 언니를 도와주라고 하시는듯하였다.  정말로 주님께서는 오늘 내게 그동안 그토록 힘이 들었던 언니까지도 온전히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주셨다.

 

오늘 아침 영성체를 하려고 일어서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니에게 닥친 이 모든 사건들이 나로 하여금 언니를 사랑하게 만드시려고 이런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진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언니를 온전히 사랑할줄 모르니까, 주님께서는 내게 언니의 힘든 모습안에 계시는 작은 예수님을 만나 보게 해주셨다.

순간 나의 교만함, 나의 아집, 나의 이기심에 어찌나 눈물이 흐르던지...

내가 진실로 언니를 사랑했더라면 이런 방법이 아니였어도 가능한것을....

미안했다. 진실로 언니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이제는 언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게 되니 언니가 어떤 말을 해주어도 상처도 되지 않았고,

편안했다.

이처럼 오늘 주님은 내게 진실로 진실로 사랑하는 법을 알게 해주셨다. 하느님의 사랑을 나에게 부어 주셨다.

좋으신 아빠 아버지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당신을 사랑합니다. 아멘~!!!

댓글 2

  • 2006년 8월 2일 오후 4:30

    주님, 안젤라언니를 통해 찬미 영광 받으소서. 아멘!

  • 2006년 8월 16일 오후 2:15

    항상 저희에게 좋은것만 주시는 아버지 하느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