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만하신 하느님
사제단상
날씨가 더워지면서 성당 나오시는 교우분들 옷차림이 껄끄러워지고 불편해집니다. 민소매 차림의 옷과 맨발에 슬리퍼, 반바지와 속이 비치는 옷들이 눈에 거슬립니다.
특별히 초대받은 식당에 갈 때는 절대 그러한 복장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당은 늘 만만합니다.
몇몇 신자들은 사제의 강론이나 지적 사항에 대해 자주 반발하거나 험한 말로 욱박지르면서, 성당을 때려치우겠다고 협박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패거리를 만들어 끝까지 사목을 방해합니다. 자기들 직장이나 사회에서도 있을 수 없는 갑질이 성당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하느님이 만만하기 때문입니다.
성당 안 여러 단체에서 불협화음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리고 커진 목소리 뒤에는 성당을 그만두고 냉담하는 신자들이 생깁니다.
사회단체들이나 직장에서도 그렇게 쉽게 때려치우지 못할 것입니다. 성당은 늘 만만합니다.
미리 약속된 성당의 전례나 행사, 여러 교육이 세속의 개인 모임, 가족 모임, 혹은 친척들 방문이나 직장 일들과 겹치게 되면, 성당 일들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됩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늘 뒷전에 처량히 서 계십니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성당 청소는 물론, 성탄 대축일, 부활 대축일 대청소도 나오는 법이 없습니다.
자기 집 청소와 화단 가꾸기, 텃밭 관리, 건강 관리에는 지극한 정성을 보이면서 하느님의 집은 우습게 보고 만만히 여깁니다.
자녀들의 학교 공부나 행사, 학원 공부들은 철저히 챙기고 돈을 써가며 정성을 쏟아 부으면서,
성당 주일미사 참례, 교리교육은 늘 뒷전으로 방치하여 자녀들에게 일찌감치 만만하신 하는님, 만만한 성당을 가르칩니다.
벨기에 출신 신학자인 루이 에블리 신부의 <사람에게 비는 하느님>이란 책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습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호소하신다. 하느님이 훨씬 더 열정적으로 우리를 찾고 계신다.”(18쪽)
전능하신 창조주 하느님께서 당신이 만드신 피조물 인간에게 빌고 계십니다. 제발 당신을 무시하지 말아 달라고 빌고 또 빌고 계십니다.
2026/05/10 춘천교구주보에서 옮겨운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