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첫 사랑

2005. 11. 17. 오후 12: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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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얼마 전 서거한 교황 요한 바오로2세는

재치있는 유머와 새심한 배려로 

주변 사람들을 늘 즐겁게 했고

따뜻한 감동의 사연을 유난히 많이 남겼다.


성직자가 되기 전 

폴란드에서 '카롤'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바오로2세는 운동선수, 배우, 극작가로 활약했다

다방면에서 뛰어난 재주와 준수한 외모, 

활달한 성격을 가진 그의 주변에는 

늘 친구들이 많았다


열 세 살 때

그는 한 살 어린 할리나와 학교 연극 무대에 섰다

둘은 소포클레스 비극 <안티고네>에서 

안티고네와 그녀의 하인 하이몬을 연기했다

이 인연으로 두 사람은 

크라코프 대학 폴란드 문학과에 나란히 진학하였고

함께 연극 무대에 선 뒤부터 할리나는 카롤을 좋아했다

그러나 나치가 폴란드를 침략하자 

그들의 인생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카롤이 탐욕스런 인간의 이기심을 

신의 사랑으로 극복하고자 사제의 길을 택한 것이다

훗날 폴란드 인기 배우가 된 할리나는 바티칸을 찾아갔다

그녀는 사랑했던 연인을 수많은 군중과 함께 

멀리서 지켜봐야만 했다


교황의 모습이 사라지려 하자 

그녀는 함께 자란 고향 '바도비체'를 크게 외쳤다

그러나 교황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 듯 

무심히 창문 너머로 사라졌다


몹시 실망한 할리나가 힘없이 돌아서는데 

리무진 한 대가 다가왔다

교황이 

아침 식사에 

그녀를 초대한 것이다

교황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할리나, 나의 안티고네"라고 말하며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가슴속에 새겨진 사랑의 추억은 

시간이 흘러도 바래지 않고 아름답게 빛난다




 

댓글 2

  • 2005년 11월 20일 오전 5:13

    "할리나, 나의 안티고네" "할리나, 나의 안티고네"라고..... 저도 외쳐 보고 싶습니다. 외쳐 보고자 하는 한 사람은 모두 가슴에 묻어두고 있을 것입니다.

  • 2005년 11월 30일 오후 8:54

    T.V에서 보았어요 토마님의 글로 읽으니까 다시한번 푸근한 마음이 살아나네요.

―‥아름다운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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