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이 누갈다가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2)
소식을 들으니, 오라버니가 사형 판결을 받았다 하던데,
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주님의 도우심인가요!주님께
우러러 이루 다 감사드릴 수 없고,어머니의 복을 찬송 합니다.
경희 와 큰 언니, 올케언니에게 의지하시고,
우리남매는 생각하지마셔요.
충주댁(올케)을 아무조록 하루 빨리데려다가 함께 지내셔요.
어머니 곁을 떠난지 4년에 이 지경을 당하여
그 동안의 심정을 다 아뢰지 못하니 그 지없이 애달픈
제 마음이야 오죽하겠어요? 이 모두가 주님의 뜻이에요.
우리를 세상에 나게 하심도 주님의 뜻이요.우리의 생명도
거두어 가심도 주님의 뜻이니,죽고 삶에 억매이는 것은 도리어
웃음을 살 일이옵니다. 어머니, 엎드려 정말 간절히 비오니,
제발 마음을 너그러이 가지시고 자식 잃은 슬품을 이겨내셔요.
하늘 나라에서 우리 모녀의 정을 다시 이어 영원히 힘께 살아요.
올케 언니, 너무 서러워 마셔요. 오라버니가 비록 돌아가시더라도
언니는 정말 남편다운 남편을 두었다는 말을 들을 테니까요.
저는 언니가 순교자의 아내가 되심을 정말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이 잠깐 세상에서 부부가 되었다가, 하늘에서는 성인의 자리에
올라 모자, 형제, 남매, 부부가 끝없이 줄거운 삶을 누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제가 죽은 후에도 전주 시댁에 소식을
끊지 마시고, 저 살아있을때와 똑같이 해주셔요.전주로 시집 온후,
그 전부터 항상 근심하던 일을 이루었어요.9월에 시댁와서
10월에 우리 두사람은 동정 (童貞)을 지키기로 맹세 하고 4년을
오누이 처럼 지냈습니다.그런 중에 육체적인 유혹을
근 십여차례받아 하마터면 동정 서약을 깰 뻔했어요.
그 때마다 저희는 예수님께서 우리 인간들을 대신하여
십자가에서 겪으신 고통과, 피를 흘리신 사랑에 의지하여
무사히 그 유혹을 이겨내었답니다.제 사정을 몰라 답답하게
여기실 것같아 이 일을 말씀드리는 것이니, 이 편지를 살아있는
저 보듯이 반겨주셔요.제가 순교자의 열매도 맺기도 전에
이렇게 붓을 드는 것이 정말 경솔한 일입니다.어머니께
제 걱정을 풀어드리고 마음 놓으시게 하려는 것이니
이 편지로 위로를 삼아주셔요. 주 야고보(주문모) 신부님께서
살아 계실 적에, 친정과 시댁이 겪는 고난을 자세히 기록하여
두라 하셨습니다.감옥에 들어온 후 시동생(요한) 편에 기록한
글을 보내 드렸는데 어찌 하셨는지요? 어머니, 정말 간절히
바라고 비오니, 제발 마음을 너그러이 가지시고 자식 잃은
슬품을 이겨내셔요, 이 세상은 헛되고 거짓된 세상으로 생각하셔요.
드릴 말씀은 한도 끝도 없지만, 이 편지로는 다 아뢸 수 없으니
대강 이만 아룁니다.
신유구월 스무이레날 딸이 머리숙여 글을 올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