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혼에는 무엇이 있어야 하는가. 거기 깊은 곳에는 용서와 사랑, 친절과 희생이 자리잡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영혼의 사람으로 이웃과 하느님 앞에서 환히 밝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용서가 없어 이웃과 더불어 살지 못하고 사랑이 없어 삶을 빛나게 쌓아 가지 못한다면, 또한 친절이 없어 이웃을 싱그러이 깨우지 못하고 희생이 없어 삶을 드높이 구성하지 못한다면, 나는 다만 어둔 영혼으로 참담히 방황하고 있을 뿐 다른 아무것도 창조하지 못할 것이다.
창조할 줄 아는 영혼이 살아 있는 영혼이다. 나의 결함을 지적하는 이웃을 용서하는 일이나 나를 알아주지 않는 이웃을 용서하는 일은 나의 영혼을 자유롭게 해줄 것이다. 또한 나에게 물질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손해를 입힌 이웃을 용서하는 일은 나의 삶을 너그럽게 창조하는 일이 될 것이다.
부족한 자신을 사랑하여 삶을 새롭게 키우는 일이나 어려움과 두려움에 떠는 이웃을 위안하는 일은 삶을 뜨겁게 창조하는 일이 될 것이며, 누구에게나 친절한 말과 미소로 다가가는 일은 삶을 향기롭게 창조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의 체면이나 권위 따위를 앞세우지 않고 맨 뒷줄에 서서 이웃을 축복해 주는 일이나 나의 시간과 정열을 쏟아 평화를 쌓으려고 애쓰는 일은 삶을 은밀하고도 장엄하게 창조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창조하는 영혼의 깊은 곳에 생명의 비밀이 있음을 깨닫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늘 새로운 세계에 가 닿은 눈빛으로, 늘 새로운 향기를 맡는 표정으로, 늘 새로운 세계를 울리는 음성으로 생명의 빛을 드러내는 일이야말로 ‘진실로 살아 있음’ 의 하늘을 확보하는 일이 아닐까. 그 하늘에 비치는, 아득하고도 또렷한 푸름의 영원이 그립다.
- 고독이 사랑에 닿을 때 중에서 /김영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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