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비빈 카레라이스

2004. 12. 8. 오전 7:35:48

글자
  
눈물로 비빈 카레 라이스
 
매서운 추위가 내 포장마차를 
기습공격하기 시작했다.
겨울엔 장사하는 게 힘들어서 
몸이 힘든 것이 아니라 추워서 
몸이 더욱 힘이 들다.
저녁에 집에 오면 하루종일 바깥에서 
추위와 싸운 얼굴은 금새 붉어지고
그냥 따뜻한 방바닥에 눕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나마 난 포장 안에나 있지만 
옷을 팔거나 과일을 파는 노점상들은
포장도 없이 장사하는 걸 보노라면 
내 가슴 속 깊은 곳까지 추워진다.
저녁 식사할 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에 
우리 단골손님인 다솜이 엄마가 
포장마차에 왔다. 
밤엔 잘 나오지 않는 그녀인지라
"이 밤에 웬일이래요?"하고 물으니
"밥 먹었어요? 안 먹었죠?"라고 묻는다.
"밥이 있어야 먹죠!"라며 웃으며 말을 하자
카레 밥을 했는데 손님 없는 한가한 시간에 
가져다 주려고 한가한 시간이 언제인지 
물으러 왔다는 것이다.
됐다고 말려보지만 내 것까지 
넉넉히 했다는 그녀는 
내가 먹을지 먹지 않을지 묻지도 않은 채 
집으로 내달린다.
잠시 후,
예쁜 쟁반에 고운 손수건 한 장을 덮어서 
따끈따끈한 카레 밥과 빛깔 곱고 
맛있어 보이는 동치미 국물에 열무김치도 
가지런히 썰어 가져와서 내게 먹으라고 한다.
고맙다는 말도 하기 전에 
"집에 갖다 30분 후에 올게요. 
그릇은 그때 줘요?"
자기가 옆에 있으면 내가 먹는데 
부담스러워할 것 같다나.
고맙다는 말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만
그래도 한마디하고 먹으려했더니 
성질 급한 그녀는 내가 고맙다고 할까 봐 
오히려 도망치는 모습이다.
마침 손님이 없는 한가한 시간이라 
카레 밥을 비벼서 한 입 떠 넣고
동치미 국물을 한 숟갈 뜨니 
하루의 피로가 다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밥을 세 숟갈정도 떠서 먹으려는데
조금 전에 전화로 들리던 
아들의 목소리가 귓전에 울린다.
"엄마, 동생하고 저, 저녁은 뭐 먹어요?"
아침에 포장마차에서 쓸 재료를 준비하느라 
국을 끓여 놓지 못했더니
동생과 저녁을 먹으려던 아들이 한 전화였다.
아빠도 퇴근이 늦어진다고 하자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5살짜리 동생과
밥을 먹으려다가 국이 없어서 전화를 했다.
"엄마가 바빠서 
반찬을 못해 놓고 왔는데....어쩌지?"
아들은 컵 라면을 끓여서 동생과 함께 
밥을 말아먹겠단다.
새끼들은 컵 라면을 먹여 놓고
난 따뜻한 카레 밥을 목구멍으로 넘기려니
울컥 눈물이 쏟아진다.
작은 비닐봉지 세 개를 뜯었다.
카레 밥도 봉지에 넣고 동치미 국물도 넣고 
열무김치도 넣어 청승맞게 
가방에 주섬주섬 담았다.
물론 내 청승맞은 눈물도 
봉투 하나에 그렇게 담았다.
내 머릿속에선 벌써 아이 둘이 
카레 밥을 맛있게 비벼 먹고 있었다.
다솜이 엄마, 정말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2004년12월8일 아침 두꺼비(파비우스)
출처/MBC여성시대
그림/하의수
음악/모짜르트의 마적(Die Zauberflote)중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Cla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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