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인 공
예전에 한티성지를 발굴할 때 그곳에 우리 순교자들이 살았고 죽었고
묻혔다는 것만 알고서 발굴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너무 막막해 우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순교자들의 시체를 찾아서 묘지를 만들기로 했답니다.
그때 발굴에 참여했던 어느 해부학 교수님이 가톨릭 신문에 이런 글을 썼습니다.
“시신을 하나 찾아냈는데, 나는 그냥 푹 주저앉고 말았다.
시신에 목이 없었기 때문이다. 목은 그대로 잘려나가서 해골이 발밑에 있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시신 옆에 대여섯 살쯤 되는
어린이의 하얀 뼈가 엄마 품에 꼭 안겨 있는 듯 놓여 있있다.
그 아이는 사내아이였고, 머리뼈가 함몰된 것으로 보아 맞아 죽은 듯했다.
아! 내가 이런 험한 꼴을 보려고 해부학을 했던가!
작두 같은 것으로 허벅지가 댕강 잘린 뼈도 있고, 발목에서 잘린 것도 있고,
또 얼굴뼈가 다 박살이 나 있는 뼈도 있고, 해골에 큰 구멍이 나 있는 것도 있다.
시신을 옮기면서 눈물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천주교를 안 믿겠다고 한마디만 하면 살 수 있었을 텐데,
정말 화가 나고 눈물이 났다. 편안한 나의 믿음이 너무 부끄러웠다.“
… 청소년 생활성가 중에
“주인공이 아니면 어때요. 걱정 말아요. 너무 아름다워.
그걸로 충분해”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그래도 이름이라도 알려진 성인들은 순교에서 주인공의 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머리가 잘리고, 머리뼈가 함몰되고, 허벅지가 댕강 잘린 체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죽어간 많은 순교자는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순교전에서 주인공으로 한 자리를 차지하든 아니면 이름조차 남지 않았든,
하느님을 위해서, 영원한 생명을 위해서 목숨 바친 그분들은 그날,
하느님 나라에서 열린 축제에서 분명히 주인공이 되셨을 겁니다.
주영덕 정의구현사제단 소식지 <빛두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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