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도하는 집과 강도의 소굴
-강영구 루치오 신부(마산교구) -
+예수께서 성전 뜰 안으로 들어가 상인들을 쫓아내시며 “성서에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다.’라고 기록되어있지 않느냐? 그런데 너희는 성전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었다.”하고 나무라셨다.
그대에게
옥봉성당은 근대문화재 154호로 등록되었습니다. 80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 성당은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역사와 전통이 우리 성당을 아름답게 꾸며주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정원과 큰 나무, 사철 피는 꽃들이 성당을 아름답게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온갖 인생풍랑을 겪으면서 자신을 깎고 다듬어 달관(達觀)의 경지에 이른 어르신들의 끊임없는 기도가 우리 성당을 아름답게 만듭니다. 그분들은 젊거나 싱싱하지는 않지만 하늘의 소리를 들을 줄 압니다. 하늘의 뜻에 순응하며 다소곳이 기도하는 어르신들에게서 은총의 향기가 풍겨 나옵니다. 저는 생기발랄하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우리 성당을 사랑합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고, 금은보화보다 고귀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우리 성당의 꽃이자 보배입니다.
기도하는 집과 강도의 소굴은 다르지 않습니다. 기도하는 집이 강도의 소굴이 될 수 있고, 강도의 소굴이 기도하는 집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도하는 집을 강도의 소굴로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강도의 소굴을 기도하는 집으로 만드는 것도 사람입니다. 십자가를 높이 치켜세운 웅장하고 아름다운 성전일지라도 하늘의 소리를 외면하고 욕망의 소리에 충실한 사람들이 드나들면 그 성전은 강도의 소굴이 됩니다. 초라한 천막이지만 하늘의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드나들면 기도하는 집이 됩니다.
당신이 당신의 성당을 아름다운 성전으로 만듭니다.(一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