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연중 8주간 화 - 어느 신부님의 눈물 -- 이찬홍 신부님

2007. 5. 29. 오전 8:29:56

글자

다해 연중 8주간 화 마르코 10, 28-31- 어느 신부님의 눈물

 


복음의 예수님과 베드로사도의 대화는 참으로 의미심장합니다.
오늘 복음말씀처럼, 주님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버렸지만, 버린 것의 백배의 상을 받은 예가 어떤 것이 있을까 묵상하다가 문득, ‘어느 신부님의 눈물’ 이라는 예화가 떠올랐습니다.

「일흔 살이 넘으신 노신부님이 생일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백발이 성성하고 주름살이 깊게 파인 신부님은 오랜 세월을 오직 믿음으로 살아 왔기에 그 마음이 참으로 청정하고 맑았습니다.

신부님은 많은 사람들의 빛이었습니다.
가난하고 불우한 사람들에게는 힘과 용기가 되어주셨고, 슬프고 아픈 사람들에게는 친구와 가족이 되어 함께 슬픔을 나누며 살았습니다.

신부님의 칠순 날, 많은 신자들이 잔치를 마련하였습니다.
조그만 마을이라 마을 사람들 모두가 모인 아주 성대한 잔치가 되었습니다.

그 때 생신 축하를 하던 노인 한 분이 ‘오늘처럼 이 기쁜 날 우리 신부님께 자손이라도 있었다면 오죽이나 좋았겠습니까? 왠지 쓸쓸해 보입니다.’ 하고 동정스레 말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뒤쪽 자리에서 소년 하나가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습니다.

‘아닙니다. 신부님은 외롭지 않습니다. 여기 손자가 있습니다.’

그러자 앞자리에 앉았던 젊은 사람이 일어서서 말했습니다.

‘여기 신부님의 아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일어서며 소리쳤습니다.

‘저는 신부님의 딸입니다. 저는 신부님의 아들입니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시던 신부님은 그만 눈물을 주르르 흘리셨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정말 “나 때문에, 또 복을 때문에 집이나 형제, 자매, 자녀 부모님 등을 버린 사람은 현세에서 버린 것의 100배를 받을 것이다.” 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노신부님의 감사의 눈물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감사의 마음으로 흘러내리는 눈물 안에 신부님의 숭고하고 아름다운 삶 전체가 고스란히 담겨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습니다.
교회 안에 성직자, 수도자들은 예수님을 위하여 모든 것을 버린 사람들입니다.
결혼, 자녀, 재물 등을 다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버린 것 이상을... 많은 것들을 얻어 누리고 있습니다.
본당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저의 아들이요, 딸입니다.
중고등부 학생들이 동생입니다.
여기계신 여러분들이 저의 형이요, 부모님입니다.(싸가지 없게 굴어서 죄송합니다.)

뿐만 아니라, 많지는 않지만 쓰기에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성무비를 받고 있습니다.
박해는커녕, 너무 ‘신부님, 신부님’하실 때는 너무 황송하기까지 합니다.
정말 예수님의 말씀처럼 1을 버리니 100을 얻은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가 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계속되는 예수님의 말씀이 오늘 복음의 핵심입니다.

“그러나,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 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진정 그렇습니다.
예수님을 위하여, 복음을 위하여 1을 버렸다고는 하지만, 얻어 누리는 100 때문에 모든 문제는 시작됩니다.
그 얻어 누리는 100을 당연히 받아야할 몫으로 여겨버리게 된다면... 1보다 100에 더 큰 의미와 관심을 두고 심지어는 욕심까지 내게 된다면... 지금 누리는 것은 달콤하게 보이는 사과가 아니라, 독이든 사과가 버릴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에 갔을때, 첫째가 아니라, 꼴찌가 되어 버릴 것입니다.

종종, ‘오늘 복음 말씀이 나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돌아보며 새롭게 마음을 추슬러 보지만, 이미 저에게 익숙해진 것을 내어 놓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염덕봉 신부님이 번역한 「참 사제의 길」이란 책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 그러나 문제는 우리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마지 않는 ‘참된 사제’가 될 날이 언젠가는 오리라고 막연하게 기다리며 세월을 헛되이 보내고 있는 점이다.”

지금의 저의 모습, 삶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글귀입니다.
진정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하여... 먼 훗날 “하느님 감사합니다.”라는 감사의 눈물을 흘리기 위해여... 다시금 어금니를 꽉 깨물어야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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