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기적이 정말 있다고 믿어요?” - 하성호 신부님 2007.05.20

2007. 5. 21. 오후 12:13:24

글자

예수 승천 대축일(사행 1,1-11/ 에페 1,17-23/ 루카 24,46-53)

 

 

“이 세상에 기적이 정말 있다고 믿어요?” “당신이 나에게 기적입니다.” “내가 당신에게 기적인 것은, 당신이 먼저 나에게 기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고맙습니다?라는 TV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인데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부유하고 유능한 한 젊은 의사가 공중보건의로 “푸른도”에 근무하다가 에이즈에 감염된 한 아이와 아이의 엄마를 통하여 자신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게 된 것은 하나의 기적이었습니다. 그 기적은 다른 기적을 이루어냈습니다. 에이즈에 감염된 아이를 동네 사람들이 편견 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기적을 이루어냈고, 그 동안 자신의 핏줄이 아니라며 그렇게도 그 아이를 냉대했던 할머니가 무릎을 꿇고 그 아이에게 너무나 못할 짓을 하였다며 용서를 청하는 것도 기적이었습니다. 젊은 의사의 가치관을 완전히 바꾸어놓는 그 기적이 이렇게 “푸른도”를 온통 기적의 섬으로 바꾸어놓았습니다.

 

그 드라마를 잠시 보면서 저도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저렇게 아름다운 기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교우들을 만날 때 한 사람 한 사람을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면 그 기적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교우들 보고 “이래라 저래라”하기보다는 만나는 사람을 주님 떠받들듯이 소중한 사람으로 대함으로써 그가 나에게 기적이 되고 나도 그에게 기적이 되는 만남의 순간을 갖도록 노력해야겠다고 결심도 하였습니다. 내가 참으로 부족하지만 내가 만나는 사람을 소중하게만 여긴다면 주님께서 나를 통하여 당신의 일을 하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그 드라마의 여운과 함께 마음에 맴돌았습니다.

 

비록 한 편의 드라마였지만, 드라마 속의 젊은 의사처럼 기적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우리 주위에도 참 많습니다. 우리에게 삶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도록 기적처럼 다가왔던 분들이 있었습니다. 세속의 늪으로 빠지려 할 때 인생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며 신앙의 길을 손짓해주신 고마운 분들도 있었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여의고 방황할 때 따스하게 손을 잡으며 묵묵히 함께 해주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죽음밖에 보이지 않던 순간에 삶의 의지와 의욕을 새롭게 가지도록 기적을 일으켜주었습니다. 힘든 병마와 싸울 때 주님께서 그 아픔을 함께 나누고 계심을 깨우쳐주신 고마운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분들이 내 삶에 기적을 일으킨 분들입니다. 참 많은 기적들이 마치 간이역처럼 우리 인생의 궤도 옆에 자리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은 예수 승천 대축일입니다. 강생의 기적으로 이 세상에 오신 하느님이신 그분은 이제 다시 원래의 세계로 귀환하셨습니다. 몸에는 십자가의 영광된 상흔을 그대로 지니신 채로 승천하셨습니다.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승천하시는 주님께서는 “땅 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되어라.”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말뜻을 깨닫지 못하고 하늘만 멍하니 쳐다보는 제자들에게 “흰옷을 입은 두 사람이”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 너희를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주님은 이제 당신의 몸인 교회를 통하여 승천하신 그 모습 그대로 이 세상에 오십니다. 이렇게 보면 승천하신 주님께서는 다시 한 번 교회의 존재 목적과 존재 사명을 분명히 드러내셨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교회는 그리스도의 성사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회가 그리스도이기 위해선 우선 교회의 구성원인 우리가 그리스도로 변화되는 바로 그 기적이 우리 안에 일어나야 합니다. 승천하시는 주님이 우리가 당신의 증인이 되라고 하신 것도 결국 우리가 변화되어 주님을 닮을 때만이 가능한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증인이 된다는 것은 우리의 삶의 현장에 우리도 부활의 기적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활은 죽음의 땅에 생명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문화는 자꾸만 죽음의 문화로 치닫고 있다고들 말합니다. 이제 우리가 이 죽음의 세상에 기적을 일으켜야 하겠습니다.

 

거창하게 생각하지 맙시다. 단순하게 생각합시다. 죽음의 문화가 진행되는 것은 모두들 자기만 살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활을 꽃피우는 길은 내가 만나는 사람 모두가 참으로 소중하다는 것을 인정하기만 하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진심은 반드시 통하고 결국엔 승리합니다. 우리가 모든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면 주님께서 우리를 당신 부활의 증인으로 내세우십니다. 그래서 우린 기적이 될 수 있습니다. 승천하시는 주님은 또 다시 한 번 우리가 바로 부활의 기적을 이루는 바로 그 기적이 되라고 당부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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