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규봉 신부-
예루살렘 공의회가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은 율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결의를 한 다음, 예루살렘 교회는 이방인 신도들을 격려하기 위하여 유다와 실라를 대표로 뽑아 바울로 일행과 함께 안티오키아로 파견했다.
예루살렘 교회는 사도들에 의하여 최초로 설립된 교회이며, 대부분의 사도들이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공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었다. 사도들과 원로들은 이방인 신도들에게 편지를 보내어 격려하고 공의회의 공적 결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한다.
이방인 신도들도 율법을 지켜야 한다는 가르침은 교회의 공적인 가르침이 아니며 잘못된 주장이다. 바르나바와 바울로의 가르침이 올바른 가르침임을 공적으로 인정한다. 다만 우상에게 바쳤던 제물을 먹지 말고, 피나 목 졸라 죽인 짐승도 먹지 말 것이며, 음란한 행동을 하지 말라.
이러한 결정을 한 예루살렘 공의회의 주체는 곧 성령과 사도들이다. 사도들은 이러한 편지를 보냄으로써 그들에게 헛된 가르침에 흔들리지 말고, 예루살렘 공의회의 결정을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따르도록 권면했다. 안티오키아 교회는 이 편지를 읽고 격려를 받았으며 대단히 기뻐하였다. 그들은 예루살렘 공의회의 가르침을 전폭적으로 받아들였다.
공의회의 공적인 결정에 따라 교회는 유대교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길을 걸어간다. 사도들을 비롯한 초기 신도들은 모두가 유다인이었고, 같은 하느님을 믿으며, 같은 성경을 경전으로 삼았다. 다만 구약에서 예언된 메시아가 예수님이심을 믿는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점만이 교회와 유대교가 달랐을 따름이다. 사도들은 예수님이 구약에서 약속된 메시아이심을 선포했으나 유대교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교회는 유대교와 다른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제 공의회가 유대교의 율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유대교와 결별하였고, 율법의 제약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길을 걸어가게 된 것이다. 공의회는 다만 몇 가지 점에 유의하도록 권면한다.
먼저 우상에게 바쳐진 제물을 먹지 말라는 점이다. 이는 이방인 전교 과정에서 부딪힐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공의회는 이 음식에 대해 부정적인 결론을 내렸으나 바울로는 각자의 양심에 맡김으로써 보다 자유로운 입장을 취했다(1고린 8,1-13; 10,27-28; 갈라 2,11-14).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음식을 먹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상 숭배로 빗나가지 않도록 하며, 스캔들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데 있다. 피나 목 졸라 죽인 짐승을 먹지 말도록 한 것은 구약에서 금지한 것이다(창세 9,4; 레위 17,14; 신명 12,16.23).
목 졸라 죽인 짐승은 피가 몸속에 남아 있으므로 먹지 말라는 것이다. 구약에서 피를 먹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은 피가 생명을 뜻하기 때문이었다(레위 17,11). 그리고 음란한 행동을 금했다. 이는 이방인들이 범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음란한 행동을 말한다. 음행은 자신의 몸에 죄를 짓는 것으로 사람의 몸은 성령께서 계시는 성전이기 때문에(1고린 6,17-20), 또한 우상숭배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출애 34,15-16; 레위 20,5) 이를 금했던 것이다.
이로서 교회는 율법으로부터 자유로워졌고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에 바탕을 둔 그리스도교가 되었다. 다만 신도들이 지켜야 했던 몇 가지 규정은 당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던 것으로 신앙이 약한 사람들을 보호하고, 세속의 욕망에서 자유로워지도록 하는 규정이었다. 그리스도교는 은총과 자유의 종교이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인간에게 구원이 주어졌고, 인간은 자유를 누리며, 자유 속에서 그 은총을 받아들임으로써 구원된다.
오늘,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과 자유를 폐부 깊숙이 숨 쉬며 느끼는 하루가 되자. 세속의 욕망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 살아가는 하루가 되자.........◆
2007.05.12 /[강론] 은총과 자유의 교회[경규봉신부님]
2007. 5. 12. 오전 10:31:01
글자
<독서> : 은총과 자유의 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