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교회밖에는 구원이 없다 - 이제민 신부님 /2007.05.10

2007. 5. 11. 오후 10:16:11

글자

    교회밖에는 구원이 없다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Extra ecclesiam nulla salus). 이 명제는 교회 ‘밖’에 있는 사람은 구원이 되지 않는다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 명제는 누가 구원되느냐 하는 물음보다는 ‘교회’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물음과 관련하여 생긴 것이다. 이 명제는 교회 안에 있는 사람은 구원되고 교회 밖에 있는 사람은 구원이 안 된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 명제를 글자 그대로 옹호하는 근본주의자들도 그리스도교가 이 땅에 들어오기 전에 이 땅에 살았던 그들의 조상들이 전부 교회를 몰랐다는 이유로 구원되지 못하고 모두 지옥에 갔다고 믿지 않을 것이다. “누가 구원될 수 있는가?” 하는 물음도 중요하지만, “교회는 구원에 반드시 필요한가?”하는 물음도 중요한 것이다. 신약성서에 따르면 구원의 원천은 예수 그리스도이다(마태 12,30; 사도 4,12; 히브 9,15). 구원은 그리스도와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인들의 공동체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성서는 아벨이나 욥과 같이 그리스도를 아직 모르고 있는 “거룩한 이방인”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예수님은 이방인의 믿음이 이스라엘의 믿음보다 큰 것을 보고 이방인을 칭찬하기도 하였다(루가 11,32; 마태 11,22). 예수님에게 결정적인 것은 계약의 백성에 외적으로 소속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계약의 마음씨”를 발휘하는 것이다. 유명한 최후의 심판의 비유(마태 25,31-46)에 따르면 각 개인의 구원은 이웃사랑에 달려있다. 외적으로 그리스도께 믿음을 고백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는 공식은 한동안 배타적으로 이해되어 왔다. 교회의 일원인 자만이 구원될 수 있는 것처럼 이 명제를 이해한 것이다. 구원에 대한 이런 배타주의적인 관점은 교황 보니파시우스 8세가 1302년에 칙서 “Unam sanctam”을 반포했을 때 그 정점에 달하였다. 보니파시우스 8세는 교회와 교황이 일치한다고 강조하면서 교황에게 복종하는 것이 구원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런 배타적인 해석은 - 물론 그 사이 다른 해석모델이 나오기도 했지만 -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직전까지 옹호되었다. 종교개혁 및 계몽주의 사조 후 변화된 세계상황에 자극을 받아 신학자들은 차츰 하느님의 보편적 구원의지를 보도한 성서 텍스트와 이방인에게도 진리의 씨앗이 뿌려져 있고 교회에 속한 사람들에게도 구원에서 제외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그들은 교회에 소속된 것이 반드시 구원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며 소속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그 자체로 영벌로 심판받는 것이 아님을 인식하게 되었다. 더 이상 “누가 구원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인간이 구원에 이르는가?”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이르러 비로소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는 공식은 더 이상 누가 구원되고 누가 영벌을 받느냐에 대한 진술이 아님을 인식하게 되었다. 공의회는 이렇게 선언한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가톨릭교회를 필요한 것으로 세우신 사실을 알면서도 이 교회에 들어오기를 거부하거나 끝까지 그 안에 머물러 있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구원될 수 없을 것이다 (가정법)”(교회헌장 14). 다른 말로 하면: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는 이 명제는 무지나 또는 선량한 신앙에서 가톨릭교회에 속하지 않는, 그래서 주관적으로 죄가 없는 사람들의 세말적 운명에 대한 진술이 아니다. 이 명제는 또 교회에 속한 사람들에 대한 구원의 보장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공의회는 이렇게 선언한다: “교회에 결합되어 있을지라도 사랑에 항구하지 못하여 교회의 품 안에 ‘몸’으로만 머물러 있고 ‘마음’으로는 머물러 있지 않는 사람은 구원될 수 없다”(교회헌장 14). 교회 안에 있는 사람이라도 이웃에 대한 사랑을, 이로써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을 거스르면, 교회 밖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마찬가지로 교회에 속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하느님의 사랑에 마음을 열고 알게 모르게 사랑가운데 하느님께 응답한다면 구원에 도달할 수 있다.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는 명제는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통해 인간이 구원되는지에 대하여 완벽한 진술을 하고 있다: 이는 그리스도를 통해서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를 통해서이다. 이 명제는 교회가 구원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말해주고자 하는 것이다. 교회는 구원에 필요하다. 구원은 오직 그리스도를 통해서 얻을 수 있으며 그리고 그리스도는 교회 안에서 또 교회를 통해서 선포되기에 교회는 그리스도의 은총에 이르는데 절대 필요하다. 이를 그 반대로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리스도의 은총 안에서 그리스도의 영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교회 안에서 행동한다. - 이제민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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