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위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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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기형 시인의 “낙화”의 한 부분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이 시의 구절이 떠오른다. 마지막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는 시점에서, ‘때’를 준비해야 하는 우리가 한 번쯤 음미해 봄직한 말이라 여겨진다. 과연 세상의 마지막 때는 언제 오는 것일까? 이 때를 알아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그 누구도 알아내지 못하였다. 성경에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의 천사들도 모르고 아들도 모르고 아버지만 아신다.” 라고 했지만, 아직도 할일 많은 사람들(?)이 이 때를 알아내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성경의 말씀을 믿지 못해서일까? 오늘 예수님께서는 무화과나무의 변화를 통하여 그 비유를 깨닫고, 시시각각으로 다가오시는 ‘사람의 아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라고 말씀하신다. 그 준비라는 것이 특이할 만한 것은 없다. 그저 나뭇잎이 돋는 사소한 일상을 잘 살피면 그 때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쉽지가 않다. 초고속 인터넷 시대에 어느 누가 답답하리만치 느려터진 변화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바로 여기에 함정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쳐 버리는 현실. 그냥 시간의 흐름만이 존재하는 그곳에 하느님은 당신의 때를 준비해 놓으신 것이다. 그 때란 ‘함께 동참하는 것’이다. 내가 아니어도 세상은 잘 굴러가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일상을 하느님께서는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함께 동참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은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지켜만 보는 것에서가 아니라, 뛰어들어 이끌어 가는 데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하느님은 이를 위해 작은 나를 보내셨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볼 때 “참 빨리도 자란다.”고 말한다. 낳아 놓으면 어느새 학교엘 들어가고 졸업을 하며 결혼을 한다고 소식을 전한다. 또 군대를 간다고 하던 녀석이 어느새 제대를 하여 나타나기도 한다. 참 빠르다. 그런데 그 빠름 속에서 나는 무엇을 했던가? 내가 빠져있는 동안의 세월은 참으로 빠르다. 하지만 아이는 그냥 빨리 자라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나름 병으로 앓아눕기도 하고 주위 사람들과의 이별도 경험한다. 그리고 힘겨운 공부도 해야 하고 이성을 향한 가슴앓이도 해야 하며, 실패와 좌절이 꼭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니란 걸 경험한다. 그러나 내가 그러한 모습을 지켜보지 않았다면 그 시간은 없던 것과 같다. 그래서 어느 날 보니까 시집을 가고 장가를 갔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 것이다. 하느님은 우리 모두에게 ‘지켜보라’고 하신다. 당신이 만들어 놓으신 모든 것을 ‘바라보라’고 하신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당신을 ‘찾아내라’고 하신다. 마지막 때가 언제인지 계산하려는 사람은 그만큼의 시간을 헛되게 보낼 수밖에 없다. 세상을 바라봄으로써 이웃의 삶에 동참하고 하느님의 일에도 참여하도록 하자. 그러면 하느님이 정해 놓으신 때도 알아가게 될 것이고, 자신이 떠나야 할 때가 언제인지도 알게 될 것이다. |
| 미리내본당 | 김형중(그레고리오) 신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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