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일 부활 제4주간 금요일-요한 14장 1-6절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살 수 없다.”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마라>
형제들과 등산을 간다든지, 소풍을 가게 되면 자동적으로 발휘되는 ‘끼’가 한 가지 있습니다. 모험심입니다. 공연한 객기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장소에 도착하면 저는 먼저 그 일대를 샅샅이 훑어봅니다. 이곳저곳 올라가보고, 길이 끝나는 곳까지 ‘탐험’을 시도합니다.
지난번에도 아스팔트 도로가 끝났으면, 여기가 끝 인가보다, 하고 U턴을 했어야 했는데, 산으로 오르는 비포장도로가 저를 유혹하더군요. 순간 이런 생각이 저를 흔들었습니다.
‘저리 올라가면 분명히 특별한 뭔가가 있을 거야’
마구 샘솟는 모험심과 도전정신을 억누르지 못한 저는 ‘불쌍한 봉고차’를 몰고 좁고 가파르고 울퉁불퉁한 산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올라갈수록 산세는 수려해졌지만,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웬만해서는 차로 올라오지 않는 곳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물이 꽤 많이 고여 있는 작은 개울이 앞을 가로막았는데, 그쯤에서 후진으로라도 돌아 나왔어야 했는데, 이정도야, 하면서 앞으로 진격을 거듭했습니다.
겨우겨우 개울을 넘어서니, 이번에는 경사가 엄청난 언덕길, 두려웠지만, 끝까지 한번 가보는 거야, 하면서 있는 힘을 다해 비탈길을 겨우 올라섰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고개를 넘어서자 이번에는 수렁과도 같은 엄청난 진흙길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음을 직감했습니다. 그 순간 뒤를 돌아보니 너무 길이 좁고 꼬불꼬불하고 경사가 커서 후진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전히 꼼짝달싹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순간에 서니 그제야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마라’는 어르신들 말씀이 생각이 났습니다.
이 세상에는 많은 길들이 있습니다. 고속도로, 국도, 비포장도로, 자전거 전용도로, 2차선 도로, 4차선 도로, 8차선 도로...
인생에도 많은 길들이 있습니다. 순탄한 길, 험한 길, 오르막길, 내리막길, 가야할 길, 가지 말아야 할 길, 생명의 길, 죽음의 길, 구원의 길, 멸망의 길...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길’이라고 지칭하시면서 오직 ‘그 길’만을 통해서만 생명과 구원에로, 하느님 아버지께로 나아갈 수 있음을 강조하십니다.
지나온 길, 돌아보니 참으로 가지 말아야 할 길을 많이도 다녔습니다. 지나온 세월 헤아려보니 죽음 직전까지 갔던 길도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왜 이다지도 여행길이 재미없고 짜증나고 피곤했던가, 돌이켜봤더니 그 길은 가지 말아야 했던 길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왜 이토록 인생길이 쓸쓸하고 허탈하고 힘겨웠나, 돌아봤더니, ‘내 인생의 동반자’이신 예수님께서 내미셨던 손을 자주 놓아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이 아침, 다시 한 번 내 길을 접고 아버지께로 가는 길을 선택해야 하겠습니다. 죽음의 길, 멸망의 길에서 돌아서서 사랑의 길, 생명의 길, 아버지의 길을 선택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