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06 [강론] 우리에게 바라는 비신자들의 기대 - 김종섭 신부님

2007. 5. 7. 오전 10:13:51

글자
  우리에게 바라는 비신자들의 기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의 이별을 앞두고 마치 임종하는 아버지처럼 당신의 마지막, 그리고 가장 큰 소망을 유언처럼 들려주십니다. 제자들에게 새 계명을 주십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인간은 누구나 자기 나름대로 사랑을 합니다. 많은 경우에 자기가 사랑하고 싶은 사람만 사랑하고, 자기 입맛대로 사랑하려 합니다. 그런데 자기 기준대로 자기 방식대로 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소유가 되기 쉽습니다. 그 소유가 이루어지지 않게 되었을 때 그 사랑은 미움과 분노로 변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되는 경우들을 보게 됩니다. 시작은 사랑으로 출발하였는데 그 사랑이 상대방을 죽이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도 가끔씩 보게 됩니다. 연인을 죽이고 자녀가 부모를,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사건들이 일어납니다. 우리 시대가 도덕적 위기를 맞고 있는 만큼 참사랑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에 대한 예수님의 사랑이란 어떤 사랑이었습니까?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만 사랑하는 사랑이 아니었으며, 이 사람 저 사람 구분하는 사랑도 아니었습니다. 원수까지 받아들이는 사랑이었고, 목숨까지 바친 사랑이었습니다. 아낌없이 내어주며 끝까지 모든 것을 내어 놓는 사랑이었습니다. 그 사랑은 곧 당신 자신의 사랑이면서 동시에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을 보여주는 사랑이었습니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예수님께서 요구하신 사랑은 하느님 때문에 사랑하는 사랑 즉 소외된 이들에 대한 사랑, 죄인들에 대한 사랑, 원수에 대한 사랑이었습니다. 이것으로 그리스도의 제자인지 아닌지가 판명되는 그런 사랑이었습니다. 누구나 쉽게 다 할 수 있는 그런 사랑과는 구분되는 사랑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사랑을 몸으로 사신 분들도 많습니다. 인도의 마더 데레사 수녀님도 그분들 중 한분이셨습니다. 인도의 빈민가에서 버림받아 버려진 사람들, 아무런 손도 못쓰고 죽어 가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새 생명을 주는 삶을 사셨습니다. 그렇기에 데레사 수녀님은 자랑과 모범이 되셨으며, 비그리스도인들에게까지 존경받는 인물이 되셨습니다. 이런 분을 보면서 사람들은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다고 해도 이 세상은 살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이 같은 현실적인 사랑에 대한 기대를 계속하게 되고, 세상이 험해질수록 그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저희 본당에서는 지역의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오래전부터 무료급식소 「나눔의 집」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이 \'나눔의 집\' 덕분에 저는 특별한 노력도 없이 성당 안에서 비신자를 자주 만나게 됩니다. 이용하시는 분들이 ‘성당에서 이렇게 좋은 일을 하니 너무 고맙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비신자 중에 후원금을 꼬박 꼬박 보내주시는 분들이 계시고, 직접 나눔의 집에서 두 팔 걷어 부치고 봉사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분들의 말씀과 봉사하는 모습 속에서 그분들이 우리에게 걸고 있는 기대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우리에게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인 ‘사랑’을 더욱 열심히 살아줄 것을 은연중에 바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스도교 가르침을 신앙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이 우리 신앙인들에게 그리스도교 가르침대로 충실히 살아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 묘하지만 결국 예수님의 가르침을 진실어린 마음과 행동으로 살아 달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듯 합니다. 이러한 기대에 실망을 안겨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오늘 예수님의 말씀은 이별과 죽음을 앞두고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우리가 하는 많은 말들 속에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을 앞두고 하는 말, 죽음을 앞두고 하는 말보다 더 무게 있고 애절함이 담긴 말이 어디 또 있겠습니까? 오늘도 우리는 예수님의 간곡한 말씀을 행동으로 드러내야 하겠습니다. 푸름을 한껏 토해내는 나무들처럼 말입니다............◆ 

-  김종섭 신부 (안동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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