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2주간 토요일 2007-04-21
복 음
요한 6,16-21
저녁때가 되자 제자들은 호수로 내려가서 배를 타고 호수 건너편 카파르나움으로 떠났다. 이미 어두워졌는데도 예수님께서는 아직 그들에게 가지 않으셨다. 그때에 큰 바람이 불어 호수에 물결이 높게 일었다. 그들이 배를 스물다섯이나 서른 스타디온쯤 저어갔을 때 예수님께서 호수 위를 걸어 배에 가까이 오시는 것을 보고 두려워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그래서 그들이 예수님을 배 안으로 모셔들이려고 하는데 배는 어느새 그들이 가려던 곳에 가 닿았다.
강 론
두려움은 사람을 더욱 움츠리게 하고 자신 없는 삶을 살게 합니다.
이러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악한 것이 아닌 이상 수용하는 것입니다. 마치 호수 위를 걸어오시는 주님을 보고 두려워했던 제자들이 예수님을 배 안으로 모셔 들이려 했던 것처럼...
어느 분이 어릴 적 경험을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엄하신 아버지는 어린 나에게 언제나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겨울방학이 시작되던 날, 나는 성적표를 받고서 고민에 빠졌다. 내가 항상 '수'를 맞는다며 친구 분들에게 자랑하시던 아버지께 '우'가 두 개나 있는 성적표를 보여드릴 수 없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우'자를 '수'자로 고쳤지만 곧 들통이 났고 아버지는 "부모를 속이는 자식은 있을 수 없다"며 큰 호통을 치시다가 급기야 함께 혼나던 오빠와 동생들을 모두 밀쳐내시고는 현관문을 꽝 닫아 버리셨다. 어머니가 "추운데 어딜 내보내요. 제발 이제 그만 용서해 주세요"라며 애원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춥고 막연한 두려움에 눈물이 나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잠시 후 안방 불이 꺼지자 어머니께서 나와 우리들을 몰래 방으로 들여보내고는 내일 아침 일찍 아버지께 용서를 빌라고 하셨다. 내일 닥칠 일이 너무 두려워 잠도 오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 조용히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이불을 잘 덮어주었다. 어머니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버지였다. 놀란 나는 얼른 눈을 감아버렸다. 아버지는 한참 동안 우리를 지켜보더니 나가셨다. 이내 문밖에서 "추운데 애들 이불 하나 더 덮어주구려"라고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대상에 대한 믿음이 약할 때 우리는 그 대상을 두려워합니다. 아버지를 두려워한 자식이 그러하였고 물 위를 걸어오시는 주님을 보고도 주님으로 알아보지 못한 제자들이 두려워하였습니다.
두려움의 대상이 하느님이라면, 그 대상이 아버지라면 받아들이면 그 두려움은 극복됩니다. 받아들임으로서... 아버지를 받아들이고, 예수님을 배에 모시고, 그렇게 함으로써 두려움은 극복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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