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정민수신부님] 2007.04.18

2007. 4. 19. 오전 7:17:30

글자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정민수 신부(서울대교구 중견사제연수)-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자주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말없이 들고 있거나, 글귀를 설명하는 사람들을 만나곤 합니다. 짧은 네 단어의 나열이지만 굉장한 의미가 담긴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백미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흔히 하느님께서 종말에 무시무시한 심판을 하시리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유다교의 묵시문학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고 합니다. 사랑이시고 자비 지극하시다는 하느님께서 나약한 인간을 어찌 그리 모질게 다루시겠습니까? 하느님께서 심판하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심판을 자초한다고 보는 게 옳겠지요. 왜냐하면 인간은 스스로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불신의 결단으로, 구원 또는 멸망을 자초하기 때문입니다. 종말 심판에 앞서 각자 지금 여기서 신앙과 불신의 결단을 내리는 순간에 이미 심판이 내려진다는 것이 요한복음을 쓴 사람의 생각입니다.
심판하시는 하느님보다 사랑과 자비를 베푸시는 하느님이 더욱 하느님다운 모습이 아닐까요? 저는 적어도 그리 생각하고 싶고 거기에 희망을 두고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죄에서 해방시키기 위하여 당신의 외아들을 세상에 보내주신 분이십니다. 그것도 외아들의 몸을 희생제물로 삼아 인간을 죄의 사슬에서 구해주신 하느님이십니다.
죽음에 대한 많은 연구와 책으로 유명한 퀴블러로스라는 스위스계 미국 여의사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하느님은 무조건적인 사랑이다. 이승에서의 삶을 되돌아보는 동안 당신은 자신의 운명에 대한 하느님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성숙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무시해 버린 당신 자신을 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최악의 적이 바로 당신 자신이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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