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9월, 동독이 무너지기 한 달 전
나는 독일인 친구 신부와 함께 동독의 라이프치히를 방문했다.
그 살벌하고 삼엄하던 국경은 이미 열려있었고
국경을 넘으려는 우리를 본 국경수비대원은 고개를 돌려
우리의 통과를 묵인했다.
통일독일의 못자리였고,
지금은 성지가 된 라이프치히 니콜라이 교회를 방문하면서
아직도 내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는 일 가운데 하나가
그 교회의 첫 인상이었다.
구라파의 유명한 교회나 수도원, 그 어느 곳을 가던지
“……하지 마라. 해라”는 안내 팻말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그곳 니콜라이 교회는 너무나 달랐다.
그야말로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단아하고 정갈한 후기 르네상스 양식의 교회 설교단 가까이에는
“잘 오셨습니다. 하느님의 평화를 빕니다.
가까이 들어오셔서 관람하세요”
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교회가 통일독일의 못자리가 될 수 있었던 저력을
나는 이 작은 팻말 하나로 확인 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구차한 설명을 더 들을 필요가 없었다.
그곳 사목자들과 신자들이 세상과 사람들을 어떻게 맞이하는지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국 방방곳곳 “천주교는 당신을 초대합니다”라는 프랭카드가
성당 마당을 장식하고 있다.
지방에서 작업을 하다가 작업복 차림으로
유서 깊은 성당을 지날 적에 계획 없이 방문 할 때가 있다.
예외 없이 문이 닫혀있거나 사무실을 찾아가면
“어떻게 오셨나요? 왜 오셨습니까?”
반가운 눈치가 아니다.
때로는 내 몰골을 보고 의심을 하고...
감시하는 눈빛으로 잔뜩 긴장하기도 한다.
오늘 우리 교회는
잡상인들은 물론이고 광신자들의 방화와 성상 파괴 등..
회귀한 사건에 몸살을 앓는다.
그러기에 무조건 방치하는 것은 문제가 되겠지만
지나친 방비책은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신학교를 비롯하여 교구청 등 우리 교회의 각종 기관마다
정문 앞에 “무용자 출입금지”라는 팻말을 본다.
이 안내문은 용무가 있어서 찾는 사람에게도 좋은 인상을 줄 수가
없다.
세상사람 그 누구나,
심지어 우리를 반대하고 미워하는 사람들마저 초대하는 곳이
교회라고 한다면
“어서 오십시오. 환영합니다”라는 말로 바꿔야 할 것이다.
더욱이 성지의 성당이거나 여러 모로 기념비적인 곳이라면
평일에도 성당 문을 완전 패쇄해 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때로는 성가시겠지만
자세한 안내문을 배치하여
성당에 들어가 기도하고 싶은 방문객들은
적어도 정해진 시간에는 연락을 취하여
문을 열어 줄 수 있는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안내자들을
배치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그렇게 한가한 사람들이 어디 있겠느냐...! 고
반문 할 수도 있지만 어떤 순례자에게는
그러한 배려가 일생을 바꿔놓는 은총의 기회가 될 수도 있기에
지나쳐 생각할 일이 아니라 여겨진다.
성당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계시니까
주인어른 뵈러 온 방문객을
주인 허락도 없이 문지기가 문전박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