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는 부모가 늦은 나이에 얻은 아주 작고 연약한 소녀였다.
만 3살이 되었을 때도 18 개월 된 유아의 몸무게 밖에 되지 않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심장에 작은 구멍이 있고
판막에도 이상이 있었다.
드디어 심장 수술을 받게 되었을 때,
부모는 매우 불안해했다.
아직 심장 수술이 초기 단계에 머물던 시절이었고
위험 부담이 컸지만 수술은 불가피했다.
나는 부부와 함께 아이가 입원한 병실로 갔다.
아이는 해맑은 미소를 우리를 맞았다.
아이는 곰 인형을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가 달아준 흰 배지가 곰 인형의 가슴위에 달려 있었다.
나는 임미를 세심하게 진찰했다.
심장 박동소리는 정상적인 심장과는 다른 약한 소리를 냈다.
아이가 그런 상태로 살아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아이에게 다시 옷을 입혀 주다보니 분홍색 속옷에 성 크리스토퍼 메달이
핀으로 꽂혀 있었다.
"이게 뭐죠?"
아이의 부모는 머뭇거리면서 설명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로마로 성지 순례를 가서 그 메달을 샀다.
그리고 그곳 사제에게 축복을 받은 후,
프랑스 루르드 성지에 있는 치유의 물에 담갔다가 가져온
특별한 것이라고 했다.
아이의 엄마는 나를 보며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이 성물이 아이를 보호해줄 거라고 믿어요."
아이의 아빠도 고개를 끄덕였다.
임미는 수술 전 이틀 동안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다.
그 사이 몇 번 더 임미를 보았다.
아이의 속옷에 꽂아두었던 성 크리스토퍼 메달이 환자복에 달려 있었다.
그 메달은 아이의 부모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나는 심장 수술의 한 팀인 동료 레지던트에게 입원 기록지를 넘겨주면서
그 메달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
"각자 자기가 믿는 것이 다른긴 하지,
나는 차라리 엑스 선생님을 신봉하고 싶어."
엑스 선생님은 수술을 집도할 심장 수술의 권위자였다.
"엑스 선생님에게 루르드 성모의 기적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환자복에 달려 있던 물건은 수술실이나 회복실에서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수술에 들어가기전에 내가 그 메달을 보관할 생각으로 메모를 해두었다.
그러나 아침에 갑자기 응급실에 불려가 정신 없이 한나절을 보냈다.
급히 임미에게 갔을 때는 이미 수술실로 옮겨진 후였다.
수술은 거의 12시간이나 걸렸다.
상황이 별로 좋지가 않았다.
당시 비교적 신기술인 바이패스 심폐기가 제 기능을 하지 않았고
출혈이 심했다.
임미는 의식도 없이 중환자실에서 산소 호흡기를 끼고 있었다.
수술 다음날 임미의 엄마가 나를 찾아왔다.
그녀는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메달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나는 즉시 수술 팀의 일원이었던 레지던트를 불러 물어보았다.
"왜 그것을 나한테 물어보는거야?"
"네가 엑스 선생님에게 좀 알아봐."
그는 실소를 터트렸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그날 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나는 새벽 2시에 일어나 임미가 있는 중환자실로 갔다.
상황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종이를 꺼내 엑스 선생님에게 메달이 없어졌다는 사실과 그 메달이
아이의 부모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 자세히 썼다.
그리고 엑스 선생님의 진료실에 붙여 놓았다.
다음날 몇 시간 동안 근무를 하고 상당히 늦은 시간에 임미가 있는
중환자실로 갔다.
임미는 여전히 의식이 없었다.
나는 심장소리를 들으려고 임미의 가슴에 얼굴을 갖다 대었다.
그때 환자복에 성 크리스토퍼 메달이 꽂혀 있는 것을 보았다.
"다른 메달을 달아주었나요?
"아니예요, 잃어버렸던 것을 다시 찾았어요."
임미의 엄마는 엑스 선생님이 그날 오후에 메달을 가지고 왔다고 했다.
나는 메달을 찾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고 말했다.
임미의 아빠가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안심이예요, 이제 어떤 일이 일어나도 우린 괜찮아요."
나는 동료 레지던트에게서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엑스 선생은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12명이나 되는 제자 의사들과
병실을 돌며 회진했다.
보통은 중환자실을 마지막으로 회진이 끝나지만
그날은 엑스 선생이 제자들을 지하에 있는 세탁실로 데려갔다.
그리고는 임미의 메달이 달려 있는 가운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그들은 무려 반시간 동안이나 세탁물을 하나씩 점검한 후에
드디어 그 메달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세탁실 사람들이 놀랐겠다.
엑스 선생님이 의사들에게 어째서 그 메달을 꼭 찾아야 하는지 말씀하셨어?"
"그럼, 말씀하셨지."
세탁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지하의 세탁실에서 엑스 선생은
젊은 외과 의사들에게
'환자의 심장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영혼을 돌보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
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 [할아버지의 기도]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