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사순 제 5 주간 화요일/나는 언제나 그분 마음에 드는 일을 한다 - 조성호 신부님

2007. 3. 30. 오후 9:19:42

글자

다해 사순 제 5 주간 화요일

2007. 3. 27.

토평동.

 

 

민수 21, 4-9.

요한 8, 21-30.

 

 

“너희는 사람의 아들을 들어 올린 뒤에야 내가 나임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8, 28)

 

요한복음에 대한 사랑으로 요한복음 연구에 50여년을 바친 영국의 스테판 버니 주교는 이 구절에서의 “안다”라는 단어는 신앙의 차원을 넘어서 우리가 믿고 있는 바를 실제로 경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합니다. 즉 “안다”, 새번역에서는 “깨닫다”라고 번역된 이 말의 그리스어는 원래 남녀의 성관계를 나타낼 때 쓰이던 말로, 성관계를 가져야 남편과 아내가 서로를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도 이러한 사랑의 관계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남녀의 관계에 있어 정신적인 사랑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모든 관계의 결합이 온전한 사랑의 관계를 완성짓는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베네딕토 교황께서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사랑이란 아가페적인 사랑이만이 아니라 에로스적인 사랑을 강조하신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라 봅니다. 교황께서는 사순시기가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2월 21일)을 맞아 발표한 담화문에서 “인간을 향한 하느님 에로스의 계시는 참으로 하느님 아가페가 가장 훌륭하게 표현된 것”이라며 ‘에로스적 사랑’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죠. 요즘 난무하는 천한 에로스가 아니라 본래 하느님께서 창조하실 때 주신 영과 육의 사랑에 대해 올바로 언급하신 것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할 때, 우리는 천한 사랑이 아닌 숭고한 사랑을 말하고자 아가페를 거론하지만, 이내 그것은 추상적인 사랑으로 변질되어 버립니다. 영적인 사랑 운운 하면서 실제 내 육의 사랑, 내 몸이 수고하는 사랑은 하지 않는 것이죠.

 

 

“나는 언제나 그분 마음에 드는 일을 한다. 그분은 나를 혼자 버려두지 않으신다.”(요한 8, 29)

 

 

예수께서는 삼위일체적 사랑을 보여주시면서 아버지와 나는 하나이고, 아버지의 뜻을 그대로 실천한다는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결국 그 “언제나 그분 마음에 드는 실천”(요한 8, 29)이란, 영육의 사랑이고 그렇게 서로 사랑하는 관계라면 상대를 버려두지도 않고, 내 사랑이 나에게 행하는 그 어떤 일이라도 믿는 관계가 됩니다. 왜 내가 원하지 않는, 내가 생각하지 않는 일이 일어나느냐고 칭얼대지 않고 그저 믿음으로 응답한다는 것이죠.

 

 

그분 마음에 드는 일을 하기 위해 우리는 영적으로 기도하며 그분의 뜻을 찾지만, 또한 육으로도 바짝 붙어있어야 합니다.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 그 마음 아주 중요하지만, 사랑을 몸으로도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그분은 나를 혼자 버려두지 않습니다. 나를 사랑하시기에! 나 역시 그분을 혼자 버려두지 말아야 합니다.(인간처럼 일 대 일의 관계는 아니기에 혼자일 리 없지만, 오로지 나와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말이다.) 부지런히 그분 곁에서 그분께 나의 사랑을 고백해야 합니다. 보여주어야 합니다. 찐하게 사랑을 나누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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