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일 -
사랑이 모든 것의 근본인가? 세상 사는 이치에서 시작하여 죽고 사는 일까지 본질·본바탕이 되는 것이 사랑이라는 이 말씀은 “하느님은 사랑이시다”(1요한 4,8)라는 말씀을 모르고서는 이해되지 않는다. 오늘 복음에서 보면 율법학자는 그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그렇고 내 주변에서,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그렇다. 그렇다고 그 모든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사랑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듣기가 쉽지 않지만 ‘知所先後 則近道矣(지소선후 즉근도의)라’, 먼저 하고 나중 할 바를 알면 이는 바로 도(道)에 가까이 가는 것이라 했으니, 우선적으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만이 아니라 이웃을, 사물을 절대화하지 않게 되고 이 이치 안에서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은 겸손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내가, 우리가 다른 피조물`-`동물·식물 혹은 광물`-`과 다르다는 사실 때문에 하느님께 감사하지 말아야 한다고까지 생각한 헨리 나웬 신부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낫지도 못하지도 않은, 그들과 같을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창조세계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감사해야 한다. 이것이 겸손의 의미가 아닐까. 우리는 사순절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으면서 시작했다. 우리가 정말 감사해야 할 가장 깊은 이유를 여기에서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럴 때 우리는 이렇게 기도할 수 있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하느님. 제가 당신 창조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을 만큼 가치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죄인인 저에게 관대함을 베풀어 주십시오.” 이런 기도는 하느님 나라에서 나에게 적절한 자리를 발견하게 한다. 그래서 율법학자도 하느님 나라에 가까이 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만 아직 알고 있는 것이 온몸 세포 하나하나에까지 배어 있지 않음을 슬퍼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