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3.15.목/일치 - 허찬란 신부님

2007. 3. 15. 오후 12:01:05

글자

2007.3.15.목

 

 

루카 복음 11장 14-23절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 ”
 일치     허찬란 신부
사람들은 예수님의 놀라운 능력을 보며 마귀의 두목의 힘을 빌리는 것이 아닌지
의심합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어떻게 마귀가 마귀와 싸워 이길 수 있겠느냐고
반박하십니다. 사탄은 항상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불신을 조장하지만,
예수님은 이 사탄의 세력을 물리치십니다. 세상의 죄를 없애시고 욕심과
불목을 쳐 이기십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예수님의 능력으로 살아가는가요?
아니면 마귀에게 사로잡혀 사는가요?
대중 가요 노랫말에 “당신 없인 못 살아”란 가사가 있습니다.
결혼한 부부가 처음에는 당신 없이는 못 산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다 조금 지나면 서로 지쳐서 당신 때문에 못 산다고 합니다.
직장에 처음 입사하면 신선하지만 점차 직장의 상사, 동료가 원수가 되어갑니다.
가정과 직장뿐 아니라 우리가 속한 조직이나 단체 안에서도 이런 모습은
비일비재합니다. 그만큼 세상에 마귀들의 활동이 심하다는 것입니다.
주님을 따르는 우리는 세례의 은총에 힘입어 성가정, 성인이 되겠다고
따라 나섰으며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 부릅니다.
우리가 하느님 현존을 잊고 세상살이에만 몰두한다면 마귀는 어느새
나와 이웃을 갈라놓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항상 경계를 늦추지 말고
공동체 안에서의 일치를 위해 노력하고 희생과 봉사를 아끼지 맙시다.
 순무한 바구니
평범하고 일상적인 매일매일의 삶이 가져다주는 작은 일들을 이용하자.
위대한 성인이 되기 위해서 위대한 일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작은 일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러한 경우 우리는 많은 기회를
놓쳐버리고 만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쾌락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세속의 대화 속에서나,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침묵 속에서나, 하느님께서
사랑받으시는 것은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다만 그분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하는 것, 그분을 생각하는 것이다. 위치, 장소, 일 등은 아무래도 좋고
상관이 없다. 하느님은 나라를 통치하는 통치자와 마찬가지로 감자 껍질 벗기는
일로 나를 거룩하게 만드실 수 있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세상이 이토록 쾌락만을 추구하고 있으니.
나는 인간들이 그다지 악하지 않은 것을 보았다. … 그들 모두는 괴로워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괴로워 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다. 만일 그들이 세상의 눈물을
감추고 있는 가짜 기쁨을 넘어서, 하느님이 누구인지 모르는 그들의 분별력 없는
무지를 넘어서, 눈을 조금만 위로 들어올릴 수 있다면 그러면 그들에게도 분명히
이 수도자가 순무 깎는 일에서 겪었던 일이 일어날 것이다. 많은 눈물은 닦이고,
괴롭던 노고는 가벼워질 것이며, 그리스도께 희생으로 바쳐질 많은 십자가가
사랑받게 될 것이다. 일을 끝내고, 우리를 위해 돌아가신 예수님의 발 아래서
기도하러 갔을 때, 나는 껍질이 잘 벗겨진 깨끗한 순무 한 바구니를 그분의
발 아래 놓아 드렸다. 내게는 그것밖에 그분께 드릴 것이 없었다.
그러나 하느님께 온 정성과 마음을 다하여 바친 희생이라면 그것이
순무 깎이이건, 한 국가를 다스리는 일이건 관계없이 충분하다.

복자 라파엘 아르나이즈 바론 | 불휘 | <어느 한 트라피스트 수도자의 묵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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