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3주일> '나만이라도' 회개를
오늘 저는 욕을 좀 해야 하겠습니다.
"에라, 천벌을 받아 죽을 놈아!"
"벼락 맞아 죽을 놈 같으니라고!"
죄를 지었으니 하늘에서 벌을 내릴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유다인들 역시 실로암 탑이 무너져 열여덟 사람이 깔려 죽은 것과 제사를 드리던 유다인들을 빌라도가 무참하게 학살한 사건을 두고 천벌을 받아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갈릴래아 사람들이 그러한 변을 당하였다고 해서 다른 모든 갈릴래아 사람보다 더 큰 죄인이라고 생각하느냐? 아니다"(루카 13,2)하시며 그들이 결코 다른 사람보다 죄가 많아서 죽은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십여 년 전 서울 한복판에서는 다리가 무너지고 백화점이 붕괴돼 수백 명이 죽고 다치는 놀라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대형 사고가 발생해 수많은 사람들이 무고하게 희생이 되었습니까? 인간적 욕심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이 자행되고 검은 거래로 덮으려했기에 수백 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불의의 죽음을 맞고 가정이 파괴되는 상처를 받았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어느 한두 사람의 파렴치한 부도덕성이 발단이 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구조적 불의가 도사리고 있음을 명백히 보았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그러므로 어느 한 사람이 원인을 제공하면 그 일은 이 사람에서 저 사람에게로 일파만파로 흘러갑니다. 이것이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사회 구조입니다. 가톨릭 노동 청년회를 창설한 요셉 까르딘 추기경은 "더러운 물에 사는 물고기를 건져다가 깨끗한 물에 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물 자체를 정화하는 것이 JOC 운동이다"고 사회 전체를 정화시키고 복음화해야 하는 이유를 역설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처럼 멸망할 것이다"(루카 13,3).
지구 곳곳이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대기가 오염되고, 수질이 악화되며 이상 기후 현상이 나타나 막대한 피해를 보기도 합니다. 이 또한 우리의 지나친 이기심으로 일어난 인재입니다. 지나치게 냉ㆍ난방을 사용하고 음식물을 낭비하며, 편리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는 교통 시설을 시도 때도 없이 애용합니다. 회개해야 합니다. 지나친 냉ㆍ난방을 자제해야 합니다. 자동차 이용을 자제하고 음식물과 물을 아껴 써야 합니다.
지금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정치계로 쏠려 있음을 봅니다. 모두가 정치인들을 욕하고 울분을 토로합니다. "더는 못 보겠다" "갈아보자" 이렇게 흥분하고 있지만 이런 일들이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닙니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정치계의 그릇된 풍토는 왜 개선되지 않고 거듭 반복되는 것일까요? 역시 이유는 우리에게 있습니다. 내 고향 사람이라고 찍어주고, 내가 아는 사람, 내 편의를 봐주는 사람이라고 뽑으면 이런 일이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회개해야 합니다.
또 우리의 교육이 희망이 없다는 말을 자주합니다. 그래서 내 자식만은 해외로 보내 공부시키고 싶고, 고액의 과외 공부를 시켜서라도 성공의 대열에 서게 하려고 부모들의 허리가 휠대로 휘어가고 있지요. 왜 이렇게 우리의 교육 풍토가 망가져가고 있습니까? 물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것은 이기적인 마음으로 내 자식만 우선으로 잘 봐달라는 부정한 촌지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나만이라도 하지 않는 것, 이것이 회개입니다.
한편 교통사고가 빈번히 일어나 개인이 죽기도 하고 한 가족이 모조리 참사를 당하기도 합니다. 음주 운전이나 과속, 교통 법규 위반 등이 이런 끔찍한 사건을 불러온 것이지요. 어떤 일이 있어도 음주 운전을 하지 않으며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법규를 철저히 잘 지키는 회개를 통해서 우리는 이런 일들을 개선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다리가 무너지고, 폭탄 테러가 발생하고, 참혹한 교통사고가 일어나 희생된 그 수많은 사람들은 천벌을 받은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죄의 결과로 죽어간 것입니다. 우리 죄의 연대성이 빚어낸 참혹한 결과인 것이지요. 이런 우리에게 예수님께서 오늘 거듭 말씀하고 계신 것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멸망할 것이다"(루카 13,5).
예외는 없습니다. 나의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죄의 덩어리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이지요.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우리 개개인에게 서둘러 생활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너희도 모두 그렇게 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무화과나무 비유를 통해서 열매를 맺지 못하면 잘라 버리시겠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깊이 새겨 회개의 삶을 사는 사순시기 되시기 바랍니다.
<새로운 성전이 되신 예수님>
엘 그레코 (El Greco, 1541-1614), <성전을 정화하는 예수님>, 1570년, 유화, 65×83cm, 국립미술관, 워싱턴
▶성화 해설
르네상스 후기인 매너리즘에 속했던 엘 그레코는 스페인 톨레도에 거주하면서 많은 초상화와 성화를 그렸다. 가운데 있는 예수님은 한 손에 채찍을 들고 장사꾼과 환전상들을 성전 마당에서 쫓아내고 있다. 예수님의 이런 처신에 몹시 놀란 사람들은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다. 아치 밖으로 보이는 푸른 하늘은 거룩한 예수님을 돋보이게 하는 후광처럼 표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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