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별처럼 빛나는 사람[이수철 신부님]

2006. 11. 16. 오전 9:43:05

글자

별처럼 빛나는 삶

 

 



깊어가는 고독과 침묵의 가을,

11월 위령성월은 무엇보다 우리의 구원에 대해 생각하는 달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여러분 자신의 구원을 위하여 힘쓰십시오.

  하느님은 당신 호의에 따라 여러분 안에서 활동하시어,

  의지를 일으키시고 그것을 실천하게 하시는 분이십니다.”


바오로 사도를 통해

오늘의 우리에게 주시는 주님의 간곡한 당부 말씀입니다.

 

과연 어떻게 하면 구원의 삶을 살 수 있겠습니까?

비뚤어지고 뒤틀린 이 세대에서

허물없는 사람,

순결한 사람,

하느님의 흠 없는 자녀가 되어,

이 어두운 세상에서 별처럼 빛나는 삶을 살 수 있겠습니까?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답을 주십니다.
주님의 제자가 되어 살 때 비로소 별처럼 빛나는 삶입니다.


각자 주님의 유일무이한 별이 되어

그 삶의 자리에서 빛나는 별로 사는 것입니다.

 

우리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능력에 힘입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주님의 제자가 되어 살 수 있습니다.

첫째, 혈연사랑, 자기사랑에 우선하여 주님을 열렬히 사랑하십시오.
자기 친지들이나 자기 자신을 미워하라는 말씀은

말 그대로 미워하라는 것이 아니라,

친지들이나 자기에 앞서 주님을 사랑하라는,

사랑의 우선순위를 바로잡으라는 말씀입니다.

 

혈연의 친지들이나 자기에 집착해 있으면

절대로 눈 밝은 사랑을 못하거니와 또 자유롭지도 못합니다.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모두에 앞서 주님을 열렬히 사랑할 때

친지들이나 자신에 대해

눈 밝은 사랑,

자유롭게 하는 사랑,

생명을 주는 사랑,

깨끗한 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분도 규칙의 말씀도 잘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 무엇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앞세우지 말라.”


전 번 주일,

이스라엘 백성의 공통 가훈과도 같은 다음 말씀 역시 잘 기억하실 것입니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이 바로 하느님께 대한 사랑입니다.

마음과 목숨과 힘을 다해,

갈림 없는 마음으로 그리스도를, 하느님을 사랑할 때

비로소 주님의 제자가 됩니다.

 

너도 살고 나도 사는, 눈 밝은 깨끗한 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바오로의 말씀대로,

생명의 말씀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을 마음 깊이 모시고 열렬히 사랑하십시오.

 

그러면 우리 모두 헛되이 달음질하거나 헛되이 애쓴 것이 되지 않아,

그리스도의 날에 자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둘째, 제 십자가를 지고 항구히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결코 남의 십자가와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고유한 십자가입니다.

바꿀 수도 버릴 수도 없는 내 십자가!

 

치워달라 가볍게 해달라고 기도할 것이 아니라

내 운명의 십자가를 사랑할 힘을 달라고,

이 십자가를 질 수 있는

믿음의 힘을,

사랑의 힘을,

희망의 힘을 달라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내 십자가를 질 때 비로소 사람이 됩니다.


내 책임의 십자가이자 순종의 십자가이기도 합니다.

주님의 십자가의 길, 그대로 우리 삶의 길입니다.

 

넘어지면 또 일어나 십자가를 지고,

마침내 십자가에 죽기까지 순종의 길을 가셨던 주님은

우리 모두에게 무한한 위로와 격려가 됩니다.


제가 늘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넘어지는 게 죄가 아니라 일어나지 않는 게 죄라는 말씀입니다.

얼마나 많이 넘어지고 일어나 걸어 온 내 십자가의 길인지요?

또 얼마나 많이 넘어지고 일어나 걸어야 할 내 십자가의 길일지요?

 

잘못이나 죄로 넘어짐에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갖고 일어남에 초점이 있습니다.


절망이나 자포자기로 일어나지 않는 게 대죄요,

넘어지자마자 즉시 용감히 일어나

다시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죽을 때 까지 평생 항구히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를 때

비로소 주님의 제자가 됩니다.

셋째, 이탈과 무욕의 정신으로 살아야 합니다.
주님은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액면 그대로의 말씀이기보다는 충격요법의 표현으로

이탈과 무욕의 삶을 살라는 강력한 촉구의 말씀으로 봐야 합니다.

 

재물에 대한 집착은 얼마나 끈질긴지요.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 그대로 하느님과 돈과의 대결 시대가 아닙니까?

끝없는 탐욕으로 재물의 노예가 되어

몸과 마음, 망가지는 이들 얼마나 많은지요!


여러분은 ‘하느님 맛’으로 살아갑니까, 혹은 ‘돈 맛’으로 살아갑니까?
하느님 맛으로 살아야 돈 맛에 빠지지 않습니다.

재물을 죄악시 하는 게 아니라 재물의 주인 되어 살라는 말씀입니다.  

 

하느님이 제일 위에 있고,

다음에 사람이 있고, 다

음에 재물이 있어야 제대로 질서 잡힌 삶입니다.

 

이래야 모두가 삽니다.

 

오늘날의 현실은 이 반대가 아닙니까?

단적으로 말해 주님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

사람도 버리고,

자기도 버리고,

재물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말 그대로의 버림이라기보다는

집착 없는 깨끗한 사랑을 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역설적으로 주님을 위해 친지도 자기도 재물도 버릴 때,

주님 안에서 이 모두를 얻을 수 있지만,

사람이나 재물에, 또 자신에 집착하는 순간

주님은 물론 모두를 잃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새삼 제 십자가를 지고 사랑하는 주님을 따르는 삶이,

별처럼 빛나는 삶이요,

나도 살고 너도 사는 유일한 생명의 길임을 깨닫습니다.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의 빛이자 구원이신 주님께서는

우리 모두 제 십자가의 길에 항구 할 수 있도록 풍성한 은총을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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