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사순 제 2 주간 월요일/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 조성호 신부님

2007. 3. 6. 오전 8:58:37

글자

다해 사순 제 2 주간 월요일

 

2007. 3. 5.

 

토평동.

 

다니 9, 4ㄴ-10.

 

루카 6, 36-38.

 

대니얼 골먼은 ‘감성 지능으로 일하기’라는 책에서, 살을 뺀 사람들 중 80%의 사람들이 1년 내에 다시 살이 찐다고 말합니다. 살이 찔 수밖에 없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습관을 바꾸지 않고 다이어트를 한다 해도 곧 그 습관 때문에 살이 찔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이 말에는 공감합니다. 저 역시 다이어트를 했습니다만, 다시 살이 쪘습니다. 사제가 되기 전의 모습을 보면, 너무 말라서 날카롭다는 소리까지 들었었는데, 이젠 굴러다니는 통 같습니다. 신학교 때 함께 하던 동료 사제는 ‘네 옛 모습을 보여달라’고 합니다. 그때를 돌아보면 저는 매일 달리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좀처럼 간식을 하지 않았죠. 하지만 지금은 운동 부족에 밤늦게 먹을 때가 많습니다. 살이 찔 수밖에 없죠. 습관을 바꾸지 않는다면 저는 계속 이런 몸으로 살아야 하겠지요.

 

신앙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단번에 무엇인가를 해서 성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때가 되어서 굳은 각오로 극기를 했다 해도, 누군가를 도왔다 해도, 그것이 나의 삶이 되고 신앙의 습관이 되지 않는다면, 나는 다시 뜨뜻미지근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자비로와라. 심판하지 마라. 용서하라. 주라. 하나같이 살고 싶은 삶입니다. 그런데도 잘 되지 않는 것은 내가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늘 이기는 법만 배우고, 이겨야 하는 이유가 수도 없이 나를 감싸고 있던 세상에서 살았기 때문에, 바라지 않고 주라는 가르침이 내 귀로는 들어가지만 삶이 익숙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예수께서는 다른 이에게 주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호의적인 행위이며 남을 구해주는 행위라고 하십니다. 주는 것은 그에게 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본래 그의 것이려니 하고 주는 것입니다. 주님께 받을 것을 예상하면서 주는 것은 아니지만, 주님께서 그것을 갚아 주시겠다고 하십니다. 반드시 줄 것이 예상되는 믿음의 사람에게는 의심 없이 줍니다. 주님께서는 그 관계를 여기에서가 아니라 당신과 관계 맺자고 하십니다. 당신께서는 내 사랑을, 내 삶을 다 알고 계시다는 것이죠.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루카 6, 38) 저는 이 말을 참 좋아합니다. 그냥 되로 되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더 줄 수 있을까? 하면서 누르고 흔듭니다. 조금의 틈도 없이, 조금이라도 더 주려고 하는 마음. 주님께서 나를 바라보시면서 그렇게 더 주시려고 하신다는 생각이 저를 흐뭇하게 합니다. 주자. 주자. 오늘은 뭘 줄 수 있을까? 하면서 오늘 만나게 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피는 사랑의 인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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