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3.2.금/회복을 바라는 이가 먼저 - 허찬란 신부님

2007. 3. 3. 오전 8:24:19

글자

2007.3.2.금

 

마태오 복음 5장 20-26절
“… 형제가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예물을 바쳐라.”
 회복을 바라는 이가 먼저     허찬란 신부
싸움판에서 “잘못한 사람은 저 사람인데, 왜 당신이 나서서 참견이냐?”며
따지는 것을 들은 일이 있습니다. 예수님 역시 왜 그렇듯 나서서 고통받으시고
수난하셨을까 생각해봅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를 하느님과 화해시켜주시려고
그러셨던 것입니다. 화해를 시키는 중간자의 입장은 어려운 일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가르치십니다. “화해는 누구든 잘못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다시 빨리 원상태로 돌리길 바라는 이가 먼저 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부족한 나의 삶에 들어오셔서 나를 구원으로 이끄십니다.
그것이 바로 내게 쏟아주신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사실을
잊고 삽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은총을 항상 기억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살기 위해선 매일 죄를 성찰하고 양심을 청소해야 합니다.
옛날부터 저희 사제들은 미사의 시작 때에, 그리고 잠자기 전 하루의 일을
반성하며 성찰하는 것을 배웠고 또 그것을 실천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싸움과 사소한 시비가 있을 당시에는 내가 떳떳했다고 생각되던
일들도 다시 돌아보며 뉘우치게 됩니다. 특히 잠자리에 들기 전,
“주님, 이 밤을 지켜주시고 거룩한 죽음을 맞게 하소서” 하고 성호를
그으며 잠을 청하지요. 이렇게 하루를 마감하는 사제의 삶 안에서
오늘 복음은 특별히 더 깊이 와닿습니다.
  싸움

사람 사는 곳엔 늘 갈등이 있고, 갈등이 쌓이면 언젠가는 싸움으로 나타난다.


싸움이 쌓인 감정을 풀어내게 하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는 서로에게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 이기고 지는 것을 가리기 위해, 누가 강하고 약한지를
가리기 위해 싸우지만, 싸움은 결국 둘이 비슷하거나 똑같기 때문에 일어난다.
아무리 상대가 싸움을 걸어와도 응하지 않으면 그뿐이다.


싸움은 일어날 수가 없다.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는 말이 있다. 외손으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 어찌 한 손으로
허공을 쳐 소리를 내겠는가. 누군가와 싸움을 하며 굳이 싸움에서 이겨 그보다
내가 낫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할 일이 아니다. 설령 내가 상대방을 보기 좋게
‘케이오’(KO)시켰다 하더라도, 그래서 이긴 내가 아무리 통쾌하여도
내가 싸웠다고 하는 것 자체가 나 또한 그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나보다 큰 이와 싸워 자신의 존재가치를 은근히
높이려는 어리석음도 본다. 그러나 그것도 아니다. 정말 큰 이는 싸움을 싸움으로
받지도 않겠지만, 설령 싸움이 일어난다 하여도 결과는 초라한 것이다.


은연중 내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싸움에 말려든 그가 추해지는 것,
결국 나는 누군가 큰 이를 추하게 만들었을 뿐인 것이다.


<기독교사상> 2007년 1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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