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01 /주님 당신 자신을 알리소서 - 이회진 신부님

2007. 3. 3. 오전 8:18:20

글자
그리스 신화에서 에오스는 새벽의 여신입니다.
(로마신화에서 에오스는 아우로라Aurora(오로라)라고 불립니다.)
새벽의 여신 에오스는 인간인 티토누스와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신들의 왕인 제우스는 새벽의 여신인 에오스에게 어떤 선물을 줄 것인가에 대해 물었고,
에오스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선물을 선택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당연히 인간인 티토누스가 영원히 살게 해 달라고 청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한 가지 잊은 것이 있었습니다.
티토누스가 영원히 사는 것뿐만 아니라
영원히 젊은 상태로 있게 해 달라는 것은 잊은 것이죠.
티토누스는 서서히 나이가 들었고, 늙어 갔습니다.
그는 영원한 생명을 제우스신으로부터 받았기에 계속해서 늙어 갔고, 또 늙어 갔습니다.
그는 죽을 수가 없었기에,
신으로부터 받은 선물(은총)이 이제는 자신에게 저주와 같은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인간의 기도에 응답하는 하느님에 관한 이야기와 같습니다.
하느님은 항상 우리의 기도를 들어 주십니다.
그러나 그분의 응답은 언제나 같은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흔히 지금 당장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세상이 무너지고 죽을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다른 것이 더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각자의 삶 속에서 성장하고 있고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아이가 되었을 때 바라는 것과 어른이 되었을 때 바라는 것이 같지 않듯이
하느님께서는 우리 각자의 성장과 변화 속에서 더 멀리 더 깊이 우리를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고 들어주시길 원합니다.

그런데 우리 자신이 진정 하느님께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어떻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자기 자신도 자기 마음을 모르는데 어떻게 하느님께 마음을 열어 청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오늘 제 1 독서에 나타나는 에스테르 왕비의 기도는
문을 두드리며 하느님께 청하는 우리에게 기도의 좋은 본보기가 됩니다.
그녀는 자신이 고난 받을 때 하느님 당신을 알게 해 달라고 청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함께 하고 있음을 알게 해 달라는 것이고,
당신에게서 전해지는 마음과 지혜로 고난을 이길 수 있도록 용기를 청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에스테르의 기도는 지금 이것만 있으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니
꼭 이것을 들어달라고 청하는 우리의 기도와는 많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기도를 하느님과의 대화라고 합니다.
이 대화는 일방적인 청원과 말의 나열이 아니라 마음의 대화 즉,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만나고 서로를 이해하고 알게 되는 영혼의 대화입니다.

이 대화를 잘 하기 위해서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기울여하고,
하느님이 또한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는지 마음을 기울여야합니다.

“하느님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하느님께 해 주어라.”(마태 7,12)
오늘 복음의 마지막 말씀을 이렇게 바꾸어 읽어 본다면
우리 기도의 뜻은 더욱 분명해질 것입니다.

먼저 주님의 마음을 청하십시오.

“주님, 오늘 당신의 마음을 저에게 알려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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