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얘들아 잘 살아라[윤병훈신부님] 2007.03.01

2007. 3. 1. 오전 9:04:25

글자
얘들아 잘 살아라 

   

   입춘이 지나면 산골짜기엔 봄눈이 녹고 대지는 목을 축인다. 봄의 전령처럼 버들강아지는 예쁜 꽃눈을 터트린다. 그래서일까, 이 즈음이면 졸업을 앞둔 학생들도 겨울잠을 깨고 입춘처럼 기쁨의 꽃망울을 터트린다. '양업'은 지난 9일 7번째 졸업생들을 낳았다. 그들은 중국과 일본에서 낯선 문화를 체험했고, 서울 전역에서 연극과 오페라, 박물관 등지를 관람하며 교실에서 몇 날 며칠을 두고 배워야 할 것을 현장에서 단숨에 배웠다. 또 산을 오르내리며 가장 힘든 자신과의 싸움을 거듭하며 성숙했다.


    기숙사 생활을 하며 선배들에게서 때로는 얻어맞기도 하고 얼차려도 당한 경우도 있다. 이에 몇몇은 "엄마 나 얻어터졌어"하며 마치 중상이나 당한 것처럼 전화를 해 중심을 잃은 부모들이 나타나 교사들에게 삿대질하며 자녀들을 데리고 갔다. 그런 모습에 "여보시오, 교육은 선생님이 하는 겁니다. 당신은 직장에 가서 열심히 일이나 하시오!"하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부모 강요로 학교를 떠난 친구들을 지켜보는 아픔도 만만치는 않았을 텐데, 중심을 잡은 학생들은 고통을 견디며 남을 배려하는 방법도 배워갔다. 졸업을 한 뒤 그들이 말하는 이른바 'SKY(서울ㆍ고려ㆍ연세대)' 대학은 아니지만, 서울 소재 대학에도 많이들 진학했다. 무엇보다 자신들을 성숙시킬 학과에 합격해 학부모들도 좋아했고 후배들도 잘 됐다며 다들 기뻐했다.


    이는 고통을 겪어낸 자들에게만 돌아가는 축복이고 은혜였다. 예수의 십자가 고통과 부활 축제를 보듯, 우리 학생들도 예수 부활 축제를 노래한다. 졸업하는 학생들과 3년을 숙식하며 함께 지냈으니 솔직히 인간적 마음에 떠나보냄이 아쉽고 섭섭하지 않을 리 없다. 하지만 이제 사랑으로 드높인 마음을 지닌 그들은 비상할 줄 알기에 한없이 기쁘다.


   양업은 졸업 날이면 언제나 정겹고 아름답다. 돌이켜보면 졸업생들은 지난해 3학년이 됐을 때, 양업 공동체를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겠다며 대물림할 것만 같았던 폭력 고리를 끊었고, 8년간 답습해온 '흡연 터'를 제거함으로써 양업을 금연청정학교로 만들었다. 이는 그들이 공동체에 남겨준 값진 선물이다. 나는 이들의 값진 노력을 학교역사에 기록할 것이다.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진실일까. 자식이 많은 나는 이렇게도 행복한데….


   군대에 가서는 감사 편지를 보내오고, 제대하면 찾아와서는 인사를 하곤 한다. 큰 그림을 그리며 살 줄 아는 인간다운 인간,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인! 그들 안에서 난 성숙한 교육을 보았다. 그래, 얘들아 잘 살아주었다. 그리고 다들 잘 살아주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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